이제 모두 세월 따라 흔적도 없이 변해갔지만 덕수궁 돌담길에 아직 남아있어요 다정히 걸어가는 연인들…♬♪
이는 가수 이수영의 ‘광화문 연가’라는 곡의 도입부 가사이다. ‘광화문 연가’는 원래 가수 이문세의 곡인데, 2004년도에 이수영이 리메이크하여 또 한번 많은 사랑을 받았다. 노랫말은 이별을 하고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난 후에 추억의 장소들을 떠올린다는 서정적인 내용으로, 잘 들어보면 추억의 장소 중 하나로 덕수궁 돌담길이 나온다. 이처럼 덕수궁 돌담길은 이문세가 ‘광화문 연가’를 불렀을 때부터 지금까지 많은 연인들이 즐겨 찾는 데이트 코스다.
그런데 오래전부터 사랑하는 연인이 덕수궁 돌담길을 함께 걸으면 헤어지게 된다는 비화가 있다. 그 비화가 생기게 된 이유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나, 예전에 가정법원이 그 근처에 있어 이혼을 하려는 부부들이 그 길을 지났기 때문에 그런 얘기가 나왔다는 설이 있고, 청상과부로 덕수궁에 유폐된 인목대비의 원한이 서려서 그렇다는 설도 있다. 그러나 아무리 이런 비화가 오랫동안 있어왔어도 이에 아랑곳하지 않는 수많은 연인들이 덕수궁 돌담길을 거닐면서 그들만의 예쁜 추억을 만들고 있다.
덕수궁 돌담길이 연인들을 위한 장소라면 덕수궁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든 이들이 즐길 수 있는 장소다. 소풍 온 유치원생과 초등학생들, 관광 온 외국인들, 사진 찍으러 온 일반인들, 산책 나온 할머니 할아버지들, 데이트 하러 온 연인들, 지나다가 문뜩 들른 사람들까지 덕수궁은 많은 사람들이 부담 없이 아기자기한 추억을 만들 수 있는 장소다.
요즘 덕수궁 구석구석에는 봄꽃들로 가득하다. 시원한 분수대도 있다. 하루 세 번 있는 왕궁수문장 교대의식도 구경하면서 좋은 사람들과 좋은 추억을 만드는 건 어떨까 한다.
독서신문 1403호 [2006.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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