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곧 국가다?... 박근혜 보필에 靑 “기무사는 최고의 부대”
대통령이 곧 국가다?... 박근혜 보필에 靑 “기무사는 최고의 부대”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9.04.09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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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연합뉴스]
[사진출처=연합뉴스]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누가 당신 전화 도청하면 좋겠어?”(칼라/아내 ) “나 같은 선량한 시민을 왜?”(딘/남편 ) “선량한 시민, 나쁜 시민을 결정하는 게 누군데?”(칼라 )

테러범 색출을 위해 무차별적인 도·감청을 허용하는 정보 감찰법 제정을 두고 미국에서 열띤 찬반 논쟁이 벌어진다.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안보효율은 극도로 높아지지만, 그에 따른 개인정보 침해 우려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그런 중에 법안 통과를 반대했던 필 해머슨 상원의장이 살해된 후 심장마비로 위장되지만, 국가안전보장국(NSA ) 고위간부인 레이놀즈와 그 부하가 해머슨 의원을 살해하는 장면이 기러기 관찰용 카메라에 찍히면서 탄로 날 위기에 놓인다. 우연히 해당 테이프를 손에 쥐게 된 로버트 클레이턴 딘은 졸지에 쫓기는 신세가 되고 NSA는 인공위성과 도·감청 기술을 총동원해 딘의 뒤를 쫓는다. 영화 ‘에너미 오브 더 스테이트’(1998년 ) 이야기다.

국가 안보를 명분 삼아 민간인을 상대로 무차별 도·감청을 자행하는 어느 미국 영화 이야기가 대한민국으로 건너와 현실이 됐다. 박근혜 정부 당시 정부 부처까지 동원돼 민간인에 대한 전방위 도청이 이뤄진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8일 천정배 민주평화당 의원은 과거 기무사가 작성한 「기무사, 유병언 부자 검거 단서 확보에 주력」 보고서를 공개하며 “기무사의 무차별 감청이 검찰과의 협업 속에 이뤄졌고, 당시 김진태 검찰총장의 지시로 미래부 전파 감시소가 (감청에 ) 활용됐음을 보여주는 정황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해당 문건에는 “미래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 소속 전파관리소를 활용해 금수원(구원파 교주였던 유병언의 근거지 )의 생활 무전기를 감시하면 유병언에 관한 단서를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검찰총장의 지시로 즉시 시행중이며 청와대에도 보고됐다”는 내용이 담겼다. 세월호 운영사인 세모그룹의 회장으로 당시 지명수배 됐던 유병언을 체포하기 위해 기무사가 내놓은 자구책이었다.

당시 기무사는 대공작전에 사용하는 ‘방탐장비’를 사용해 성남의 한 택시기사의 무전 내용, 부산 영화관에서 직원과 손님이 대화하는 내용, 부산 한 식당에서 조리 준비하는 직원들의 대화 내용 등 대상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인 감청을 감행했다. 도청의 경우 국가 안보나 군사작전에 한해 이뤄지는 사안이지만, 기무사는 민간인을 대상으로 감청을 감행한 후 해당 내용을 ‘일일보고’ 형태로 보고서에 담았다. 당시 보고를 받은 청와대는 “기무사처럼 중앙집권적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조직은 없다. 최고의 부대”라고 극찬을 전했다. 유병언 검거가 안보와 어떤 관련이 있어 무차별적인 민간인 도청을 감행했는지 선뜻 이해가 가지 않지만, 당시 청와대는 그런 불법적인 행위를 안보 혹은 정권유지에 필요한 조치로 여겼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처럼 기무사의 무차별 도·감청에 여러 정부기관이 동조한 정황이 드러났지만, 국방부를 제외한 검찰과 정통부는 현재 해당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천 의원은 "현재 기무사 불법 감청 관련 수사는 '유병언 TF'를 지휘했던 준장 한명에게만 책임을 묻는 것으로 진행되고 있다. 몸통은 다 빠져나간 셈"이라며 "기무사에 불법 감청을 독려하고 공모한 윗선을 전면 재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연선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책 『한국정치특강』에서 “한국에서 감청은 정보수사기관의 임의적 판단에 의해 그 범위가 결정되는 구조로 돼 있으며 감청관리대장의 부실, 감청통계 누락 등 어느 것 하나 체계적으로 관리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감사원 감사와 국정감사로 밝혀졌다. 이런 행태는 감청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감청 목적만 달성하면 된다는 국가 정보수사기관의 권위주의적 사고 때문”이라며 “국가기관의 감시체제로부터 개인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감시를 행하는 목적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세월호 사건의 미숙한 대응을 질타하는 여론과 직면했던 당시 청와대가 유병언 검거에 특별한 노력을 기울였던 점은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결과적으로 박근혜 대통령 탄핵까지 이어졌다는 점에서 해당 사건을 심각한 위기로 받아들였을 수 있다. 하지만 유병언 검거가 국가안보와 직결된 사항이 아님은 분명한 사실이다. 유병언 검거를 위한 민간인 감청은 국가안보보다는 오히려 대통령 개인의 면피를 위한 조치에 가깝다. 비난 모면과 권력 유지를 위해 국민 사생활은 침해해도 상관없다는 왜곡된 인식에 또다시 대국민적 공분이 일어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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