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기업가치 10조원, 테라노스의 몰락… 캐리루가 폭로한 '가짜 성공 신화'
[리뷰] 기업가치 10조원, 테라노스의 몰락… 캐리루가 폭로한 '가짜 성공 신화'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9.04.09 15: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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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2003년, 스탠퍼드대학교를 자퇴한 갓 스무 살의 엘리자베스 홈즈는 첨단 의료기술 스타트업 테라노스를 창업한다. 손가락에서 채혈한 몇 방울의 피만으로 약 200개의 질병을 진단할 수 있는 휴대용 소프트웨어 시스템을 개발했다는 그녀에게 각계각층은 열화와 같은 지지를 보냈다. 2015년 초, 실리콘밸리 최고 스타트업으로 우뚝 선 테라노스는 기업 가치가 무려 10조원에 달했다. 

"집에서 직접 피 한 방울만 뽑으면 수백 가지 건강 검사를 할 수 있다." 테라노스의 캐치프레이즈는 그야말로 혁명이었다. 특히 저렴하고도 편리하게 질병을 발견 및 예측해 사람들을 구하겠다는 창립자 홈즈의 말은, 비싼 의료비에 시달리던 미국인의 구미를 당기기에 충분했다. 특유의 언변과 강력한 리더십, 아름다운 외모까지 갖춘 CEO 홈즈는 순식간에 스타로 부상했고, 언론은 그녀의 진단법이 의료 시간과 비용을 절감해 많은 생명을 구할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렇게 테라노스는 승승장구했다. 루퍼트 머독, 헨리 키신저, 조지 슐츠 같은 저명인사가 투자하고 나섰고, 미국 전역 약국에는 테라노스 제품이 즐비하게 진열됐다. 하지만 이 '축복받은 기술'은 존재하지 않은 사기에 불과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간판 기자 존 캐리루는 엘리자베스 홈즈의 인터뷰에서 의혹을 발견하고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캐리루는 "화학을 수행하면 화학 반응이 일어나고, 시료와 화학적 상호 작용을 해 신호를 형성하면 결과값이 생성된다. 그 결과를 인증 받은 실험실 직원이 검토한다"는 홈즈의 인터뷰를 두고 "'타임머신'에 비율할 만큼 앞서가는 과학 기술을 보유한 회사 창업자의 말이라기보다는 화학 수업을 듣는 고등학생이나 할 법한 애매하고 우스꽝스러운 얼버무림에 가까웠다"고 비판한다. 

이후 캐리루는 테라노스 직원 60명을 포함해 약 160명의 용기 있는 내부 고발자들을 인터뷰해 홈즈와 회사 운영진이 저지른 각종 비행 증거를 샅샅히 파헤치기 시작한다. 결과는 놀라웠다. 테라노스의 기술에 심각한 결함이 있을 뿐 아니라 실제로 사용할 수 없을 만큼 부정확해 다른 회사의 기기를 몰래 이용해 왔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뿐만 아니라 문제를 제기하는 직원을 그 자리에서 해고하고, 테라노스에 관해 함구하겠다는 비밀 유지 서약에 서명을 강요한 사실도 드러났다. 

내막을 파헤치는 캐리루의 등장에 테라노스는 미국 최고 로펌을 앞세워 협박을 전하고 감시와 미행도 불사했더. 하지만 캐리루는 보도를 강행했고 결국 테라로스의 기업가치는 0원(2017년)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이어 2018년 3월 미 증권 거래 위원회는 "수년에 걸친 정교한 사기 행각"이라며 홈즈를 기소했다. 

마치 영화와 같은 거대 사기극을 파헤치는 캐리루 기자의 활약상이 책에 담겼다.   

『배드 블러드』
존 캐리루 지음 | 박아린 옮김 | 와이즈베리 펴냄│468쪽│1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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