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산불, 불운→행운→기회될까?... “정부가 답할 차례”
강원도 산불, 불운→행운→기회될까?... “정부가 답할 차례”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9.04.08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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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연합뉴스]
[사진출처=연합뉴스]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화마의 위력으로 숱한 이재민과 재산피해를 야기한 강원도 산불이 진화된 가운데, 화마에 맞서 시의적절한 대처로 인명과 재산피해를 막은 일상 속 숨은 영웅들의 이야기가 훈훈한 감동을 전한다.

산불이 크게 번져 위기감이 고조되던 지난 4일. 강릉시 옥계면 천남리에 사는 유여선 할머니는 불이 난 사실을 뒤늦게 알고 밖으로 뛰쳐나왔다. 하지만 다른 마을 주민은 이미 모두 대피한 상황. 몸이 불편해 멀리 가지 못하고 안절부절못하는 사이 택시 한 대가 홀연히 나타나 유 할머니를 태워 안전한 곳으로 피신시켰다. 이 택시는 마을 곳곳을 돌며 미처 대피하지 못한 어르신들을 대피시켰다.

같은 날 산불로 대피령이 내려진 속초에서는 배달대행 오토바이 기사들이 혁혁한 공을 세웠다. 이들은 소방차가 진입하지 못하는 좁은 길을 오가며 혼자 사는 노인 10명을 대피소로 옮기는 한편 줄에 묶여 불길을 오롯이 받아내던 개들의 목줄을 풀어주기도 했다.

또 강원도청 소속 직원은 자신의 집이 불타는 급박한 상황에서도 산불 진화에 매진했고, 속초의료원 의사와 직원들은 모자란 구급차 대신 자신들의 차량을 이용해 환자들을 이동하기도 했다.

소방관들의 헌신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미담이다. 화재 대응 최고 수준인 대응 3단계가 발령된 지난 5일 전국에서 모여든 소방관들은 화마 진압에 온몸을 내던졌다. 화염과 연기가 자욱해 차량 진입이 어려운 상황에서 고성소방서 대원들은 25㎏ 달하는 진압장비를 메고 1㎞를 달려가 미처 피신하지 못한 재난자를 구조했다.

산불재난 특수진화대(특화대·산림청 소속 )의 헌신과 그에 알맞지 못한 처우도 큰 주목을 받았다. 통상 일반 소방관이 민가 지역의 화재 진압과 구조를 책임지는 반면 특화대는 산악지역을 전담해 고군분투하지만, 일당 10만원의 비정규직 신분이라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소방공무원을 국가직으로 전환해달라’(8일 기준 20만 돌파) ‘산림청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8일 기준 400명 돌파 ) 등의 청원이 올라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의 국민 눈높이에 맞는 대응에도 호평이 들려온다. 지난 5일 강릉 옥계면 노인복지회관에 마련된 대피소를 찾은 이 총리는 대피한 주민의 손을 일일이 잡고 위로를 전했다. “집이 다 타버렸다 어떻게 하냐”며 울먹이는 주민에게 그는 “말씀을 드릴게. 저도 시골 출신이지만 시골 사는 사람들은 멀리 가면 안 되잖아요. 임시거처가 마련되기 전까지 여기서 며칠 지내시는 동안 불편하지 않도록 의약품과 식사와 생수, 생필품이 부족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사시던 집 복구도 전액은 아니지만 최대한 지원할 수 있도록 하겠다. 마음을 굳건하게 잡숴야 해. 더 큰 일도 겪고 살았잖아요”라고 위로했다. 어찌 보면 입에 발린 뻔한 말일 수 있으나 주민과 눈높이를 같이하며 공감과 위로를 전하는 한편, 실질적인 대응책을 전했다는 점에서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또 화재 현장으로 이동하면서 헬기 대신 차량을 이용하고 화재 진압에 영향이 없도록 형식적 의전을 거절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해당 소식을 담은 기사에는 4시간 만에 3,600여개의 ‘좋아요’가 달리기도 했다. 대형 재난 사건에 정부 인사가 호평을 받는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졌다.

물론 국민 분노를 돋우는 일들도 많았다. 화마가 속초를 뒤덮을 당시 아내와 제주도 여행을 떠났던 김철수 속초시장(더불어민주당 )이 화재 발생 15시간 만에 복귀한 상황을 두고 벌인 정치권의 정쟁은 뭇 사람의 마음속에 거센 불길을 일으켰다. 또 산불이 거세질 무렵 ‘재난안전책임자’인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국회에 발이 묶였는데, 발목을 잡은 당사자인 자유한국당은 “회의에 집중해 산불의 심각성을 몰랐고, 정 실장 측에서 이석을 요청하지 않았다”는 해명을 내놓아 국민 마음속 불길에 기름을 끼얹었다.

이런 분란에도 정부를 향한 비난여론은 잠잠한 편이다. 인력으로 어찌할 수 없는 자연재해의 ‘불운’을 최선의 노력으로 진압했다는 ‘정상참작’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사흘간의 화재에 주택 478채가 불타고 이에 따라 발생한 829명의 이재민이 정부의 해결 과제로 남았다.

피터 홀린스는 책 『운을 기획하라』에서 “불운을 행운으로 탈바꿈하는 핵심 요소는 역경에 맞닥뜨렸을 때 그 상황에 함몰되지 않고 그것을 통제해내는 능력이다. 어떤 일이 닥쳐도 그것을 해결할 수 있도록 삶이 당신을 준비시켰다는 사실을 믿어야 한다”며 “상황이 당신 경험 밖의 일이라 도저히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다면,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음을 인지하고 기꺼이 도움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불운 속에 묻혀 있는 기회를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고 충고한다.

강원 산불 피해를 돕기 위한 국민 성금 100억원(7일 기준 )이 모였다. 산불이란 ‘불운’에 맞서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라는 ‘행운’이 함께 나타나는 모습이다. 산불 피해 주민은 받을 준비가 국민을 나눌 준비가 됐다. 이제는 국민 눈높이에 맞는 현실적인 정부 지원 방안만이 산불 피해 주민의 ‘기회’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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