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폐질환으로 미국 현지에서 별세했다. 향년 70세.
지난해 12월부터 요양 차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머물던 조 회장이 폐질환으로 사망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조 회장이 미국에서 폐질환 치료를 받던 중 대한항공 사내이사직 박탈에 대한 충격과 스트레스 등으로 병세가 급격히 악화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조 회장 임종은 가족이 지켰던 것으로 알려졌다. 부인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과 차녀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는 지난해부터 곁에서 조 회장을 간호했고, 장남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과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지난 주말 급히 미국으로 건너간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항공 측에 따르면 현재 한국으로의 운구 절차를 밟고 있다. 이 과정은 4일에서 1주일 가량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 회장의 갑작스런 사망에 한진가를 겨냥했던 검찰 수사는 기각·취소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월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배임·횡령, 약사법 위반, 국제조세조정에관한법률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 회장과 관련한 수사는 피고인 사망으로 인한 '공소 기각' 결정이 내려질 예정이다. 조 회장은 항공기 장비·기내 면세품을 사들이면서 중간 업체를 끼워 넣어 중개수수료를 챙기고, 자녀들이 보유하던 주식을 계열사에 비싸게 팔아 계열사에 손해를 입힌 혐의를 받아 왔다. 조 회장의 횡령·배임 혐의 규모는 270억원에 달한다.
이어 외국인 가사도우미 불법 고용, 해외 명품 밀수입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전 부사장과 거기에 운전기사와 가정부, 직원 등을 상습 폭행 혐의까지 받고 있는 이 전 이사장의 재판도 장기간 미뤄지게 됐다. 조 회장 일가는 장례 등을 이유로 조만간 재판 기일 변경 신청서를 제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대한항공 측은 "조 회장은 평생 가장 사랑하고 동경했고,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쳤던 하늘로 다시 돌아갔다"며 "하지만 조 회장이 만들어 놓은 대한항공의 유산들은 영원히 살아 숨 쉬며 대한항공과 함께 할 것"이라고 애도했다.
한진그룹 창업주 고(故) 조중훈 회장의 장남인 조 회장은 1974년 대한항공에 입사한 이후 1992년 대한항공 대표이사 사장, 1996년 한진그룹 부회장, 1999년 대한항공 대표이사 회장을 역힘해 2003년에는 한진그룹 회장에 올랐다.
이라크 전쟁, 9·11 테러 등으로 세계 항공산업이 침체했던 2003년에는 A380 항공기를 들여와 차세대 항공기 도입을 이끌었고 실제로 대한항공 발전에 큰 역할을 감당했다. 또 조 회장은 세계 항공업계의 경쟁이 격화될 무렵 항공동맹체인 스카이팀 창설을 주도하기도 했다.
한국 항공산업 역사에 큰 획을 그으면 중대한 역할을 맞아온 조 회장이었지만 최근 일가의 '갑질' 행태가 알려지면서 극심한 반대 여론에 직면해야 했다. 2014년에는 조 회장 장녀 조현아 부사장의 '땅콩 회장', 지난해에는 차녀 조현민 전 전문의 '물컵 갑질', 부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의 직원 폭행 등의 혐의가 드러나 검찰 조사로 이어졌다.
갑질 행태로 인해 들끓은 반대 여론은 끝내 조 회장의 퇴진을 부르기도 했다. 지나달 27일 대한항공 정기주주총회에서 조 회장은 사내이사 연임에 실패했다. 조 회장의 연임안은 찬성 64.1%, 반대 35.95로 부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