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세월호, 4.19’ 잔인한 달 4월을 기억하는 방법
‘제주4.3, 세월호, 4.19’ 잔인한 달 4월을 기억하는 방법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9.04.06 09:53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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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9혁명 당시 시민들이 기관총을 든 군인 앞에서 시위하고 있다. [사진출처= 4.19혁명기념도서관 홈페이지 캡처]
4.19혁명 당시 시민들이 기관총을 든 군인 앞에서 시위하고 있다. [사진출처= 4.19혁명기념도서관 홈페이지 캡처]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 내고/추억과 욕정을 뒤섞으며/봄비로 잠든 뿌리를 깨우네”

1948년 노벨문학상을 받았으며, 20세기 가장 유명한 시라고 평가받는 T. S. 엘리엇의 시 「황무지」. 현대사회의 불가해성과 제1차 세계대전의 충격에 대한 절망을 표현하고 있는 이 시가 우리네 4월에도 자주 인용되는 까닭은 그만큼 우리의 4월이 잔인했음을 의미한다. 

제주4.3, 4.16세월호참사, 4.19혁명. 소설가 김연수가 『원더보이』에서 “기억하지 않으면, 혹은 기록하지 않으면 인생의 모든 일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고 했듯 우리가 이 잔인한 역사들을 기억하지 않으면 이 역사들은 없었던 일이 돼버릴지도 모른다. 그리고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처럼 우리 민족의 미래도 흔들릴지 모른다. 4월에는 민족의 잔인한 역사를 기억하고, 그 역사를 담고 있는 곳을 방문해 봄이 어떨까. 

# 제주4.3

한국전쟁 다음으로 인명피해가 컸던 비극적인 역사가 제주에 있다. 해방 후 혼란정국 속에서 제주도민에 대한 경찰의 폭압이 있던 와중에 1948년 4월 3일 새벽 2시 남로당 제주도당이 봉기를 일으킨 것이 시작이었다. 1948년 11월 17일 제주도에 계엄령이 선포된 후 7년 7개월 동안 비극이 전개됐다. 제주4·3사건진상규명 및 희생자명예회복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당시 1만245명이 숨지고, 3,578명이 실종됐다. 실제 인명피해를 2만5,000명에서 3만명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그리고 피해자들이 사과의 말을 듣기까지는 긴 세월이 흘렀다. 지난 3일 국방부는 “제주4.3특별법의 정신을 존중하며 진압 과정에서 제주도민들이 희생된 것에 대해 깊은 유감과 애도를 표한다”라고 군 당국으로서는 71년만에 처음으로 공식적인 사과를 했다. 민갑룡 경찰청장도 이날 광화문 중앙광장에서 열린 제주 4.3 71주년 추념식에 참석해 방명록에 “4.3에 무고하게 희생된 모든 분들의 영전에 머리 숙여 애도의 뜻을 표하며 비극적 역사의 상처가 진실에 따라 치유되고 화해와 상생의 희망이 반성에 따라 돋아나길 기원한다”고 밝혔다. 이 역시 경찰 수장으로서는 첫 사과다. 

제주4.3을 기억하기 위해 찾아볼 곳이 있다. 서울 광화문 광장에는 7일까지 ‘4370+1 봄이 왐수다’라는 주제의 추념행사가 진행된다. ‘4370+1 추념전시’라는 이름의 피해자 추모공간이 마련되며, 개신교, 불교, 천주교 등 각 종단별 추모의례와 시민참여 한마당, 국민문화제가 예정돼 있다. 
제주도 다크투어(잔혹한 참상이 벌어졌던 역사적 장소나 재난·재해 현장을 돌아보는 여행)를 계획해보는 것도 좋겠다. 제주4.3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는 제주4.3평화공원, 마을 주민 300여 명이 한날한시에 학살당한 너븐숭이 4.3유적지, 210여명의 주민들이 학살당하고 암매장당한 곳인 섯알오름 양민학살터 등이 있다.   

# 4.19혁명

1948년부터 1960년까지 발췌개헌, 사사오입 개헌 등 불법을 통해 12년 동안 장기집권한 이승만을 하야하게 한 4.19 혁명. 1960년 3월 15일 정·부통령 선거에서 집권당인 자유당의 야당참관인 축출, 투표함 바꿔치기, 득표수 조작 등 부정에 반발해 경상남도 마산에서부터 시위가 시작됐다. 마산 시위 때 실종됐던 고등학생 김주열 군의 시신이 같은 해 4월 11일 눈에 최루탄에 박힌 채로 발견되자 시위는 들불처럼 번졌다. 이승만 정권이 비상계엄령을 선포하는 등 무력을 사용했고 부상자 수는 1,500여 명, 사망자 수는 185명에 달했다.      

지하철 우이신설선 4.19민주묘지역 근처에서 찾을 수 있는 국립4.19민주묘지에 가보는 것은 어떨까. 묘지에서는 4.19혁명의 주역들을 기릴 수 있으며 묘지 내 4.19혁명 기념관 1층에서 혁명 당시 사진들과 설명을 통해 4.19혁명을 간접 체험할 수 있다. 기념관 2층에서는 각종 체험활동을 할 수 있으며 옥상 전망대에서는 4.19민주묘지를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서울 종로구에 있는 4.19혁명기념도서관도 혁명을 돌아볼 수 있는 곳이다. 현재 도서관이 있는 자리는 과거 4.19혁명의 발단이 됐던 3.15부정선거에서 부통령으로 당선된 이기붕의 집이었다. 이기붕과 그의 가족들은 이곳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 4.16 세월호 참사

2014년 4월 16일 인천에서 제주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전남 진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하면서 승객 299명이 사망하고 5명이 실종됐다. 2014년 7월, 참사의 진상규명 등을 요구하며 세워진 광화문 광장의 천막 14개 동은 지난 3월 18일 4년 8개월 만에 철거됐지만, 지난달 새롭게 참사와 관련한 의혹이 제기되는 등 참사를 되새겨야 할 이유는 굳건하다.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와 4·16재단은 지난 1일부터 단원고 앞 등 안산지역 곳곳에서 ‘세월호 형제자매 사진전’을 비롯한 전시와 추모공연을 열고 있다. 또한, 오는 16일 오후 3시 경기도 안산의 화랑유원지에서 유가족과 시민 등 7,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세월호 참사 5주기 기억식’을 개최할 예정이다. 
오는 12일에는 전남 꿈키움 오케스트라단 중고생 1,000여 명이 목포신항 세월호 선체 앞에서 추모음악회를 열 예정이며, 서울시와 4·16연대는 오는 13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가수 이승환 등이 참여하는 세월호 문화제를 준비했다. 이외에도 4월 한 달간 전국 107곳과 미국, 독일, 프랑스 등 국외 23곳에서 기억·추모행사가 진행될 예정이니 참여해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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