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명문장] 문광훈 교수 “왜 미학을 공부하는가?”
[책 속 명문장] 문광훈 교수 “왜 미학을 공부하는가?”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9.04.06 10: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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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이 글에는 창밖을 내다보는 한 여인의 모습이 있고, 아름다움의 끔찍함을 그린 카라바조의 그림이 있으며, 자신이 누구인가를 묻는 추사의 말년 자화상이 있다. 지옥의 강을 건너는 들라크루아의 그림이 있듯이, 삶과 자연을 돌아보게 하는 프리드리히의 풍경화도 있다. 쓰기란 무엇이고, 도시와 거리와 건축은 어떤 관계인지, 젊다거나 늙어간다는 것 혹은 사랑이나 슬픔이란 무엇인가? 교양이란 무엇이고, 인문학의 방향은 어떠한가에 대한 탐색이, 마치 못다 이룬 꿈 혹은 그리움의 편린처럼 곳곳에 박혀있다. (중략)

왜 미학을 공부하는가?
이에 대한 대답은 다섯 가지로 줄일 수 있다. 

첫째, 문 혹은 교차로- ‘다른 것들’과의 만남. 
예술의 현실은 ‘다른 현실’이다. 그것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세계를 우리에게 펼쳐 보인다. 이 세계는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날 수 있다. 다른 말이나 다른 생각일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이거나 다른 풍경일 수도 있다. 다른 사연 혹은 사건일 수도 있다. 다른 사연 혹은 사건일 수도 있다. 얼마나 만흥ㄴ 다른 것들로 이 세상은 차 있는가?

둘째, 감각의 쇄신-수로화(水路化)
나날의 일상은 지루하게 되풀이된다. 그래서 감각은 무뎌지고 둔해진다. 예술은 이 무뎌져 가는 감각을 쇄신시켜준다. 거기에는 언제나 색다른 무엇이, 기존과는 다른 사람과 사연과 풍경이 나오기 때문이다. 시나 그림, 음악이나 영화 가운데 어떤 것이 우리를 뒤흔들지 않을까. 좋은 예술작품은 예외 없이 해묵은 감각을 쇄신시킨다. 타성에 젖은 감각의 갱신-감각의 쇄신은 곧 생활의 쇄신이다. 

셋째, ‘넘어가는’ 능력. 
(중략) 이 세계에서 지평은 열려 있다. 이 트인 지평에서 우리는 이미 풍요롭다. 마치 처음 눈을 뜬 아이처럼 그 풍경을 바라보고 경탄하는 것, 이렇게 경탄하며 사는 것이야말로 행복이라고 카뮈는 썼다. 
‘나’란 내가 느끼고 생각하며 꿈꾸고 만들어가는 것 속에 있다. 이렇게 만들면서 우리는 잠시 현재를 ‘넘어선다.’ 이 넘어감, 이 일상의 초월은 중요하다. 여기에서 저기로, 하나의 느낌에서 어떤 다른 느낌으로, 다른 사고와 다른 상상으로, 오늘에서 내일로 우리는 부단히 옮아간다. 이 옮아감은 점차 높아진다는 점에서 ‘고양적’이고, 이런 고양 속에서 스스로 변한다는 점에서 ‘변형적’이다. 

다섯째, 향유-자기 삶을 사는 일. 
예술의 경험은 우리의 세계가 그리 좁은 것이 아니라는 것, 부단히 느끼고 꿈꾸는 한 더 없이 넓게, 깊게 확대될 수도 있다는 것, 단순히 확대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느끼는 가운데 스스로 변할 수 있음을 깨우쳐준다. 나아가 이 깨우침은 우리가 우리 삶을 ‘사는 데’로 이어져야 한다. 내가 내 삶을 ‘실감 있게 살아가는 데’로 이어져야 한다. 살아가는 데로 이어져야 할 뿐만 아니라, 이 삶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심미적 경험은 자기 삶의 향유에서 잠시 완성된다. 

『미학 수업』
문광훈 지음│흐름출판 펴냄│360쪽│1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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