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SK·현대家 3세의 행복은 마약?... 유시민 “행복 인생은 OO하는 삶”
남양유업·SK·현대家 3세의 행복은 마약?... 유시민 “행복 인생은 OO하는 삶”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9.04.03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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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무분별한 마약 투약 그리고 가진 자에게 허술한 법망. 가뜩이나 재벌에 대한 부정적 선입견이 강한 우리 사회에서 재벌 3세를 향한 시선이 더욱 매서워지고 있다. 남양유업 외손녀와 SK그룹 창업자 고(故 ) 최종건 회장의 손자, 현대 그룹 고(故) 정주영 회장의 손자가 마약 유통, 구매 등의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되면서다.

먼저 1일 SK그룹 창업자 故 최종건 회장의 손자 최씨가 마약 구매 혐의로 경찰에 긴급 체포됐다. 최씨는 지난달 경찰에 체포된 마약유통업자 B씨가 최씨에게 고농축 액상 대마를 다섯 차례에 걸쳐 판매했다고 진술하면서 덜미가 잡혔다. 최씨가 구매한 대마는 1g당 15만원으로 시중 금(1g ) 가격의 3배에 달한다.

최씨와 함께 현대 가문의 정씨도 마약을 흡입한 사실이 밝혀졌으나, 한 달 전 출국한 최씨가 아직까지 귀국하지 않아 신변인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경찰은 최씨의 해외도피 가능성을 고려하는 한편 이들과 함께 대마를 투약한 부유층 자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 폭을 넓히고 있다.

마약 의혹에 휩싸인 또 다른 재벌 3세는 남양유업 창업주 홍두영 명예회장의 외손녀로 알려진 황하나씨다. 황씨는 2015년 9월 C씨에게 필로폰 0.5g을 건넨 혐의를 받지만, C씨가 필로폰 투약 혐의로 재판에 회부돼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는 사이 경찰 소환 조사조차 받지 않은 사실이 밝혀졌다. 마약 투약자보다 공급자를 엄하게 처벌하는 현행법을 고려할 때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이다.

2일에는 황씨로 추정되는 인물의 목소리가 담긴 음성파일이 공개되며 ‘봐주기 수사’ 의혹도 크게 일었다. 해당 파일에는 “삼촌이랑 아빠는 경찰청장이랑 다 알아. 베푸(베스트 프렌드)야”라는 발언이 담겨 있었다. 황씨는 이미 2011년 한차례 대마 흡연으로 기소 유예 처분을 받은 전력이 있어 해당 혐의가 사실일 경우 가중처벌까지 가능한 상황이었지만, 인맥을 이용해 처벌을 피해갔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그런 와중에 황씨는 자신의 SNS에 김치 광고를 게재하며 ‘#마약김치’란 해쉬태그를 사용해 논란을 키웠다.

다른 사람도 아닌 마약 전력자가 ‘마약’이란 표현을 서슴없이 사용한 데 이어 봐주기 수사 의혹까지 일자 지탄 여론이 커지는 모습이다. 이 뿐만 아니라 황씨는 버닝썬 사태에 연루된 것 아니냐는 의심도 받고 있다. 평소 황씨가 SNS상에서 클럽 버닝썬 이문호 대표와 정준영 몰카 동영상으로 구설에 오른 FT아일랜드 전 멤버 최종훈, 씨엔블루 이종현 등과의 친분 관계를 과시해왔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살기 어려운 시기에 일반 국민과 출발선 자체가 다른 재벌 3세들의 일탈과 그 일탈을 무마하려 했던 정황에 대중의 분노가 크게 일고 있다. 합법적 범위에서 공공연하게 이뤄지는 차별과 특권 적용에도 한숨이 나오는 판에 만인에게 평등해야할 법마저 그들 앞에서 무력했던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들 재벌 3세의 모습은 1일 청와대 초청 간담회 자리에서 “우리 청년 세대는 숙의할 수 있는 시간도 부족하고 이를 위한 자원도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눈물짓던 엄창환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대표의 발언과도 큰 차이를 보인다. 먹고 사는 문제에 허덕이는 뭇 청년들에 비해 재벌 3세의 풍요로운 모습은 상대적 박탈감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그렇다면 그들은 모든 사람의 부러움을 사기에 충분할까? 많은 사람은 그들에게서 물질적 풍요로움은 보이지만 깊이 있는 행복감은 찾아볼 수 없다고 말한다. 유시민 작가는 책 『어떻게 살 것인가』에서 가수 크라잉넛의 삶을 행복한 인생으로 꼽았다. 유 작가는 “인생의 가치는 무슨 일을 하느냐보다 왜, 어떤 생각으로 그 일을 했는지가 중요하다”며 “크라잉넛 멤버들은 자기가 원하는 인생을 스스로 설계했고 그 삶을 옳다고 생각하는 방식으로 살았다. 공연을 하면 행복했기에 대학을 가지 않거나 대학 공부를 하는 둥 마는 둥 하면서 노래와 연주에 열정을 쏟아부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크라잉넛 멤버들은 인생의 성패를 가르는 기준을 물질이나 지위, 사회 통념이나 타인의 시선, 어떤 이념이나 명분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에 뒀다. 마음이 내는 소리를 귀 기울여 들으면서 행복한 인생을 스스로 설계했다”고 치켜세운다.

사람마다 성공 기준이 다르겠지만, 부유하지만 약에 취해 사는 일부 재벌 3세의 삶이 성공한 인생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오히려 가난한 마음으로 자신과의 대화에 힘쓰며 소박하게나마 자신만의 인생을 스스로 설계해온 평범한 청년들이 더 성공에 가깝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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