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신정철 작가 “메모 독서는 내 인생의 전환점”
[인터뷰] 신정철 작가 “메모 독서는 내 인생의 전환점”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9.04.01 17: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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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오재우 기자]
[사진=오재우 기자]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책에 생각을 메모하면서 읽는 독서는 저자와 대화를 나누는 능동적인 독서입니다.” (채OO, 메모독서, 책 『메모독서법』 ) “내가 쓴 글을 통해 가장 큰 영향을 받는 독자는 바로 '나'입니다. 이것이 바로 글쓰기를 통해 글쓴이 본인의 삶이 바뀌는 이유입니다.” (OO희, 메모독서, 책 『메모독서법』 )

책 『메모 습관의 힘』(2015 ), 『메모 독서법』(2019 )을 출간하며 메모독서의 가치를 전파하고 있는 신정철 작가가 운영하는 카카오톡 단체방 ‘성장판’에 오른 글이다. 해당 카톡방에는 500명에 달하는 참여자가 각자 읽었던 책에서 인상 깊었던 문구를 공유하며 상호 정보 교류는 물론 나태해지기 쉬운 의지를 다잡아 메모독서를 이어나갈 동력을 창출하고 있다. 호기심에 들어갔던 채팅방은 뜨거운 독서 열기로 후끈했고, 이따금씩 채팅창을 확인할 때면 수십여 개의 읽지 않은 메시지 표시가 반짝였다.

어떤 매력이 이들로 하여금 자발적 독서 나눔의 열정을 불어넣었을까? 신 작가는 ‘효과를 만드는 메모 독서’를 이유로 제시한다. 끈기를 갖고 집중력을 발휘해 활자의 의미를 소화해야 하는 독서의 고통()과 읽고 나도 기억에 남지 않아 삶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독서에 실망한 사람을 위한 독서법이라는 것이다. 신 작가는 “독서로 고민하던 저를 구제해 준 것이 ‘메모 독서법’이다. 눈으로만 하던 독서에서 메모 독서로 바꾸자 저의 독서 생활이 완전히 달라졌다”며 “메모 독서로 책 내용이 기억에 오래 남는 생각 독서를 하게 되면서 글을 쓰게 되고 이는 다시 실천으로 이어져 결과적으로 삶의 변화를 낳았다”고 말한다.

사실 신 작가는 글을 업으로 삼는 전문 작가가 아니다. 서울대학교 응용화학부와 동 대학원을 졸업해 현재 전자회사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하지만 메모 독서를 통해 글이라고는 써본 적 없던 그는 이제 저서 두권에 블로그 누적 방문자 300만명을 기록한 자타공인 대한민국 대표 메모독서가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신 작가는 “이 모든 것은 2012년부터 지금까지 7년간 이어온 메모독서 덕분”이라며 “메모 독서로 효과를 본 방법을 책(『메모 독서법』)에 담았다”고 말한다.

책을 더 잘 이해하고, 기억하고, 더 많이 생각해 종국에는 삶의 변화를 도출해 내는 메모 독서의 비결을 합정역 근처 카페에서 마주한 신 작가에게 물었다.

- 저서에 키워드 세 가지를 뽑아 자신을 소개하는 내용이 나오는데, <독서신문> 독자 여러분께 ‘키워드 자기소개’를 부탁드린다.

먼저 최근 몇 년간 관심 가진 키워드 중 하나가 창의성이다. 책 『탁월한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오는가?』를 읽으면서 창의성에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됐다. 이제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글을 쓰거나 뭔가를 만드는 것에서 즐거움을 느낀다. 그래서 창의성은 내게 중요한 키워드다.

두 번째는 성장이다. 지금껏 열심히 자기 계발에 힘썼다. 성장에 대한 욕구가 커, 회사를 다니면서도 이것저것 많이 배우면서 성장하려고 노력했다. 당시에는 기술적으로 성장하려고 노력했는데 언젠가 켄 윌버의 책 『통합비전』과 『무경계』를 읽으면서 내면 성장의 중요성을 깨닫고 심리학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책 『무경계』에는 인간의 의식수준이 나오는데, ‘내가 의식 스펙트럼 중 어디에 있구나’ ‘내가 헤쳐 온 길이 이것이고 더 나가야할 길이 이것이구나’ 이런 걸 깨닫게 됐다. 독서모임(‘성장판’ )을 만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저도 성장하고 누군가의 성장을 돕고 싶기 때문이다.

성장 키워드는 연결로 이어진다. 첫 책 『메모 습관의 힘』을 쓰고 나서 독서모임을 했는데 재밌게 느껴졌다. 그래서 회사 친한 사람 여섯 명과 독서모임을 만들었는데 하다 보니 고정된 멤버로 하는 것이 새로운 연결을 만들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오가닉 마케팅』이란 책을 읽었는데 마케팅이라는 것이 어떻게 보면 연결시키는 작업이고 사람과 사람을 연결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런 이유에서 사람 간 연결을 돕기 위해 매번 새로운 사람이 올 수 있는 오픈 독서모임을 만들었다. 또한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도 만들어 오프라인에 나오지 않아도 채팅방에 있으면 타인과 교류할 수 있도록 했다.

- 독서모임을 몇 개나 운영하고 있나?

제가 살고 있는 문래 그리고 강남, 대전에서 독서모임이 운영되고 있다. 문래 모임이 열다섯명 정도 다른 모임은 8명 정도가 모이고 있다. 성장판 독서모임에서는 책만 읽는 것이 아니라 여러 소모임이 함께 운영된다. 글쓰기 모임을 시작으로 명상 모임도 있고, 캘리그라피 모임도 있다. 서로가 잘 연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는데 성장 욕구가 많은 사람이 많다 보니 뭔가를 하자고 하면 잘 모인다. ‘감사일기 쓰기’도 반응이 뜨거워 현재 거의 100명 정도가 참여하고 있다.

- 독서모임은 어떻게 진행되는가?

성장판 독서모임은 발제독서 모임이다. 먼저 읽을 책을 정하고 발제자 두세명을 지정한다. 발제자는 책 내용을 요약해 한 사람당 15~20분가량 발표를 한 후 의견을 나눈다. 독서모임은 보통 3시간 정도 하는데 1시간 30분은 발제를 듣는 시간이고 나머지 시간은 토론 시간이다. 토론은 각자 미리 만들어 온 질문 다섯 개 정도를 나눈다.

- 모임이 많아 너무 바쁘진 않은지?

모든 모임에 참여하는 게 아니라서 괜찮다. 현재는 문래에서 하는 독서모임에만 참가하고 있다. 그러다 가끔 추가로 시간을 내기도 하는데, 작년 같은 경우에는 ‘메모독서 실천반 강의’를 열었고, 올해는 책 쓰고 싶은 사람을 도와주는 소모임을 만들 예정이다. 저도 가정이 있기 때문에 제 아내가 여러 일을 하도록 놔두지 않는다.(웃음 )

- 처음 메모 독서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

2012년 당시 페이스북, 블로그 등 SNS를 활발히 했고 그 안에서 만난 사람 중 특별한 재주를 가진 사람이 있으면 곧잘 따라하곤 했다. 언젠가 한번은 어느 블로그에 들어가 쓴 글을 보고 따라 써 보기도 했다. 그때 메모 관련 강의가 페이스북에서 인기를 끌었는데, 주변에 메모를 열심히 하는 페북 친구들이 많았다. 책을 메모하는 분들도 있고 메모를 주제로 강의하는 분도 있었다. 그래서인지 자연스럽게 메모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지인들을 따라 메모독서를 시작하게 됐다.

- 메모 독서의 종류에는 무엇이 있고, 어떤 차이가 있는지?

메모 독서의 기본은 책에 메모를 하는 거다. 책에 밑줄을 긋고 여백에다 메모하는 게 기본적인 메모독서다. 여기까지는 하는 사람이 꽤 있으나 그 다음 단계인 독서노트 쓰기는 실제로 하는 사람이 적다. 책에도 언급했지만 메모 독서의 꽃은 독서노트 쓰기다. 밑줄 쳤던 문장들을 노트에 옮겨 적으면서 떠오르는 생각을 적고, 때로는 자신의 언어로 요약해보는 것도 좋다. 난 모든 책이 자기계발서라고 생각한다. 좋은 책 내용을 독서 노트에 옮겨 적으면 그만큼 실제 삶에 적용할 확률도 높아진다.

책에 담긴 정보량이 많거나 연결 관계 구분이 필요할 때는 마인드맵으로 정리하는 것이 좋다. 또 서평이나 에세이 쓰기도 메모 독서의 방법 중 하나다. 메모 독서는 단순히 짧게 메모하는 것이 아니라 책을 읽으면서 하는 모든 활동을 지칭한다. 책에 메모하고 마인드맵으로 정리하고 서평을 쓰는 행동 모두가 메모 독서다.

[사진=오재우 기자]
[사진=오재우 기자]

- 디지털 메모와 손 메모 중 선호하는 쪽은?

독서 노트를 쓰기 전에는 디지털 메모를 많이 했다. 에버노트(메모 앱 )는 서비스를 시작할 때부터 사용했고 지금도 계속 쓰고 있다. 하지만 손으로 써보니 떠오르는 생각이 많고 쓰는 맛이 좋았다. 물리적인 실체가 있는 점도 장점으로 느껴졌다. 디지털은 입력할 때는 편한데 다시 볼 때는 불편하다. 훑어보는 게 안 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아날로그가 더 편하게 느껴진다. 디지털이 접근성이 높은 것 같지만, 의외로 접근성이 떨어진다. 항상 노트북이나 컴퓨터 등 단말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여행을 다닐 때 항상 노트북을 가지고 다닐 수 없지 않나. 핸드폰으로 쓰는 것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 노트가 좋다.

- 특정 정보를 검색해서 찾아보기에는 디지털 메모가 좋지 않나?

오히려 아날로그 메모가 정보 찾기에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내가 무언가를 저장했다는 기억을 인덱스 메모리라고 한다. 이를 점화 기억이라고도 하는데 아날로그 메모의 경우 세세하게는 기억나지 않아도 내가 언제쯤 뭘 적었다는 기억이 남는다. 대충 언제쯤 쓴 걸 찾아보면 금방 찾는다. 하지만 디지털 메모의 경우 검색어조차 기억이 나지 않아 못 찾는 경우가 많다. 또 아날로그 독서 노트는 목차나 색인을 만들면 더욱 찾기가 쉽다. 다만 꼭 아날로그만 써야하는 건 아니다. 개인 취향의 문제다.

- 메모 독서를 통해 얻은 이득, 삶에서 달라진 부분이 있다면?

메모 독서를 하기 전과 후는 완전히 다른 경험이었다. 그전까지 독서라고 하면 대충 눈으로 훑어보고 잊는 것이었는데 메모 독서를 하고부터는 생각하는 독서로 발전한 것이 큰 차이다. 대충 보고 잊는 수동적 행위가 읽으면서 생각하는 능동적 행위로 뒤바뀐 것이다. 생각하고 질문하면서 해답을 찾는 과정을 독서 노트에 옮기다 보니 어느새 글 쓰는 사람이 돼 있었다. 새로운 능력을 얻거나 많은 돈을 번 것은 아니지만 가치관의 변화, 삶 그리고 사람을 대하는 태도 변화가 가장 크게 달라진 부분이다. 메모 독서를 하기 전, 한 달에 한두권 정도의 책을 읽었다면 지금은 1년에 120권 정도를 읽고 있다.

- 메모에 관한 두 번째 책을 출간했다. 이전 책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두 번째 책 출간을 결심하게 된 이유는?

책 『메모 습관의 힘』의 경우 솔직히 보니 너무 많은 내용을 담았다. 첫 책이다 보니 메모에 관한 모든 것을 담았고 그러다 보니 내용을 세세하게 다루지 못했다. ‘어떻게’보다 ‘왜’에 더 초점을 맞춘 책이었기에 구체적인 메모 독서 방법을 다루지 않아 이런 부분에 대한 요청이 많았다. 첫 책에서 방법론적인 부분만 뽑아 자세히 다루는 책을 내면 좋겠다는 요청도 많이 받았다. 독서를 어려워하는 분들에게 좋은 독서 경험을 안겨주는 것을 사명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방법론을 강조해 새롭게 책을 출간하게 됐다.

- 개인적으로 책을 선택하고 읽고 메모하는 전 과정을 간략하게 소개해 줄 수 있는지?

먼저 도서 구입은 계획 독서와 우연 독서로 구분한다. 계획 독서의 경우 관심분야의 도서 여러 권을 구매해 읽는 것이고 우연 독서는 우연히 알게 된 책을 구입해 보는 것이다. 좋아하는 저자의 책은 꼭 보는 편인데 켄 윌버의 책은 나오는 족족 구입해서 본다. 항상 한두권의 책을 가지고 다니는 편인데, 출퇴근 시간, 점심시간을 이용해 하루 1시간 30분 정도 독서를 하고 주말에는 두세 시간 책을 읽는다. 그러다 한주에 한번은 시간을 내서 그간 읽으면서 밑줄 쳤던 내용을 독서 노트에 옮겨 적는다. 필요에 따라서는 마인드맵도 활용한다. 그러다 정말 나만의 질문이 떠올라서 답을 찾고 싶을 때는 서평을 쓰기도 한다. 비평보다는 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평을 쓰는 편인데, 글을 잘 쓰면 다른 사람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 열권을 읽는다고 하면 독서노트는 다섯권, 서평은 두권정도 쓴다.

- 필기구나 노트를 추천한다면?

내 경우에는 다색 볼펜을 이용해 책에 있는 문장은 검은색, 내 생각은 파란색, 해야 할 일은 빨간색으로 쓴다. 만년필도 자주 사용하는데 쓰는 맛이 아주 좋다. 그래서 검정색이 필요할 때는 만년필을 주로 사용한다. 필기구에 까다로운 편이라 좋아하는 필기구만 애지중지하며 쓰는 편이다. 성장판 독서모임에 문구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아 문구 단톡방이 따로 있을 정도다. 노트는 종이 질이 중요한데, 볼펜이나 만년필로 썼을 때 뒷면에 비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크기는 A5를 권한다. 보통 책 크기가 A5이기 때문에 책 내용을 그대로 옮겨 넣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추후 자신의 생각을 적고 싶을 때는 A4크기를 사용해도 좋다.

- 책과 친구가 되지 못하는 이유로 “책을 길들이는 데 시간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썼다. 책과 친구를 희망하는 사람에게 조언을 전한다면?

책 『어린왕자』에서 여우가 어린왕자에게 “친구가 되려면 서로를 길들여야 한다”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책도 인간관계와 비슷해 책을 한번 읽고 덮는 건 한번 만나고 나서 잊는 것과 같다. 깊은 관계로 발전하려면 자주 만나고 경청해야 하듯이 책도 자주 보고 들어야 한다. 개인적으로 메모 독서가 경청이라고 생각한다. 책에 밑줄을 긋고 독서 노트를 쓰는 행위 자체가 책이 하는 말을 주의 깊게 듣는 것이기 때문이다. 책과 친구가 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책을 읽고 나서도 내 삶에 변화가 없어서다. 메모 독서로 삶이 바뀌면 자연스럽게 책은 소중한 친구가 된다. 내 경우 밑줄 치고 글까지 써넣은 책은 정말 소중한 보물이다. 밑줄과 메모가 가득하고 손때가 묻어 지저분하지만 세상에 오직 하나뿐인 나만의 책이다.

- 메모 독서를 통해 저서 두권을 출간하는 성과를 거뒀는데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독서인구가 점점 줄고 있다는데 성장판 독서모임을 통해 독서문화 발전에 조금이라도 이바지하고 싶다. 독서가 고통이 아니라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유익한 활동이라는 사실을 알리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런 이유에서 독서모임을 하고 글을 쓰고, 책을 출간하는 것이 개인적으로 큰 즐거움이다. 이제껏 자기계발서 두권을 냈는데 앞으로는 심리학이나 행복, 사랑에 대해서도 다뤄보고 싶다. 인생 계획 중 하나가 3~4년에 한 번씩 책을 내는 것이다. 책은 직접 경험이 축적돼야 나온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공부하고 경험을 쌓아서 3~4년에 한 번씩 기록을 남기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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