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노력해야 해” “실수하지 말아야 해”... 혹시 당신도 강박장애?
“더 노력해야 해” “실수하지 말아야 해”... 혹시 당신도 강박장애?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9.04.0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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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끝없이 노력해야 할 것 같다” “시행착오가 꼭 내 잘못인 것만 같다” “통제 불가능한 상황이 몹시 불안하다” “절대로 실수하지 말아야 한다”

이런 감정에 격하게 공감한다면 마음 깊숙한 곳에 ‘강박’이 자리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 보통 강박이라고 하면 모자를 썼다 벗었다 하거나 손을 계속 씻는 등 특정 행동을 반복하는 병적인 현상을 지칭하는 경우가 많지만, 넓은 관점에서 SNS 중독이나 완벽주의도 강박성향으로 분류할 수 있다.

김승규(36·가명)씨는 성격이 침착해 업무를 꼼꼼하게 처리하면서 일 잘하는 사람으로 인정받지만 남모를 사정으로 고통받고 있다. 완벽을 추구하는 성향인지라 모든 일을 병적으로 꼼꼼하게 챙기면서 극심한 (정신) 피로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업무 능력은 인정받지만 불안한 상태를 유지하던 김씨는 결국 정신의학과를 찾았고 강박장애란 진단을 받았다. 의사는 “특정 행동을 반복하는 ‘강박행동’과 별개로 특정 생각이 머릿속을 맴도는 ‘강박사고’에 문제가 있는 상황”이라며 “모든 일을 완벽하게 처리하려는 완벽주의가 문제”라고 설명했다.

최근 강박장애 환자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공개한 건강보험 지급비용 자료에 따르면 불안과 초조를 동반한 ‘강박장애’(F42) 환자는 2008년 1만8,000명에서 2010년 2만490명, 2014년 2만3174명으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특히 가장 최근 자료인 2014년의 경우 20대 환자 비율이 가장 높았고 남성이 전체 환자 수의 57.8%를 차지해 여성 환자 수보다 약 1.4배 높은 수치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능력자를 요구하는 시대가 낳은 폐단”이라며 “모든 것을 빈틈없이 통제하려는 의지가 잘못된 결과를 낳은 사례”라고 지적한다. 김현철 정신건강의학 전문의 역시 책 『나는 늘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에서 “천하무적 슈퍼맨이 아니고선 결코 절대적인 능력과 완벽한 통제력을 가질 수 없다. 그럼에도 우리 중 누군가는 굳이 능력자가 되려고 애를 쓴다”며 “각자의 한계를 받아들이고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은 필수 명제지만 완벽주의의 늪에 빠진 사람들은 완벽주의를 내려놓는 대신 오히려 지금껏 일구어 온 스스로의 노력을 탓하고 자책하려 든다”고 말한다. 이어 “대한민국 국민이 앓고 있는 강박이란, 완고하고 잔인한 여러 가지 규범들이 지배하는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들려야 하는 임시 피난처”라며 “스펙 강박에서 벗어나려면 지금껏 스쳐 지나간 학벌과 직장은 ‘나’라는 존재와는 무관하고 독립적인 껍데기란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개념적으로 병의 원인을 파악한다 해도 강박장애 치료는 어려운 일이다. 강박장애는 타인의 도움이 필수적이지만 완벽을 추구하는 강박장애 환자 특성상 누군가에게 자신의 증상을 드러내지 않기 때문이다. 대다수 강박장애 환자는 항상 완벽한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의 증상과 고통을 철저하게 숨기는 경향을 보인다. 이에 심리학자 크리스틴 퍼든 박사는 책 『끊임없는 강박사고와 행동 치유하기』에서 “치료를 방해하는 가장 첫 번째 문제는 증상을 숨기는 것이다. 강박사고를 숨기는 한 그 생각에 관한 중요한 정보를 얻을 수 없으므로 결과적으로 그런 생각을 하는 자기 자신에게 관대해질 수도 없다”며 “많이 알릴 필요 없이 주변의 몇몇 믿을만한 사람에게만 알리면 된다. 성직자 등 강박장애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더 많은 이들에게 공개하는 것을 권한다”고 말한다.

이어 “스트레스를 받으면 강박장애가 재발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연습장에 현재 겪고 있거나 겪게 될 사적인 스트레스 요인을 적을 필요가 있다”며 “강박사고가 재발하면 당황하지 말고 현재 자신이 스트레스 상황에 처해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이어 “스트레스는 어떤 상황이 내 능력보다 많은 것을 요구할 때 생긴다. 이때는 그 상황이 주는 부담을 줄이거나 그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방법을 개발하면 된다”며 “일에 우선순위를 매겨 조정하고 바꿀 수 없는 상황은 일부만 조정하는 식으로 처리하면 된다. 또 인간관계 문제는 명료하게 터놓고 말하면서 감당할 수 있는 부분만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충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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