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골라 읽는 사회의 저주... 승리·정준영·김학의가 비춘 한국사회의 민낯
책 골라 읽는 사회의 저주... 승리·정준영·김학의가 비춘 한국사회의 민낯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9.03.31 09:05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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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요즘 우리 사회는 다이내믹(dynamic ) 코리아란 말이 무색하지 않다. 검은돈, 권력 유착, 마약, 성(性 ) 상납 등 우리 사회의 추악한 민낯이 동시다발적으로 드러나면서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지난해 말 강남 클럽 버닝썬에서 벌어진 김상교씨의 폭행사건으로 촉발된 이른바 ‘승리 버닝썬 게이트’는 까도 까도 끝이 없는 양파처럼 비리가 또 다른 비리를 들춰내며 논란을 거듭하고 있다. 마약 유통, 성폭력, 권력유착, 몰카(여성 신체 몰래 촬영 ) 등과 관련한 의혹과 폭로, 정황증거가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지면서 가수 정준영은 성관계 몰카 촬영/유포 혐의로 구속됐고 몰카를 돌려 본 다수의 연예인은 활동을 잠정 중단했다. 가수 최종훈은 과거 음주운전 후 도주하고 경찰관을 회유하려 했던 정황이 드러나면서 피의자 신분이 됐고, 고액의 ‘내기 골프’로 구설에 오른 차태현과 김준호는 모든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고 경찰 수사를 받는 처지에 놓였다. 버닝썬 클럽 내 마약 유통과 경찰유착 의혹에 대해서는 현재 경찰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이미 10여 년이 지난 ‘김학의 별장 성 접대’(2013년 ) ‘장자연 성 접대’(2009년 ) 사건도 검찰 과거사진상조사위원회가 재조사를 결정하면서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30명에 달하는 여성 피해자가 약물에 의한 강간 피해를 진술했고 당시 상황이 담긴 동영상에 김 전 차관이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과거 검찰이 ‘동영상 속 여성 피해자 신원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것과 관련해 위원회는 외압에 의한 수사 축소/은폐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또 정관/언론계 고위층 인사에게 성 접대를 강요받다가 숨진 것으로 알려진 故 장자연씨 관련 사건도 재조사가 진행 중이다. 강요에 따른 성 접대의 정황 증거에도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피의자 대부분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리고, 소속사 대표와 전 매니저에게만 각각 폭행죄와 모욕죄로 집행유예를 선고했다는 점 때문이다.

두 사건과 관련해 당시 수사가 축소/은폐돼 이뤄졌다는 정황증거가 속속 드러나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사회 특권층에서 일어난 일이 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의 고의적인 부실수사로 진실규명을 가로막고 비호·은폐한 정황이 보인다”며 “힘 있고 백 있는 사람들에게는 온갖 불법에도 진실을 숨겨 면죄부를 주고 힘없는 국민은 피해자가 돼도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두려움에 떠는 것은 정의로운 사회라고 할 수 없다. 법무부 장관과 행안부 장관은 책임을 지고 제기되는 의혹을 낱낱이 밝히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국민 공분을 자아내는 상황이 잇따라 벌어지는 현 상황을 두고 일각에서는 독서인구 감소와 편향된 독서 습관을 지적한다. 과거 조선시대만 해도 공부란 『사서삼경』 등 인간의 바른 됨됨이를 학습하는 것이었으나, 근래에 이르러서는 특정 분야의 지식만을 다루는 ‘실용서’ 위주로 공부/독서 취향이 변화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의 독서 현황을 보면 전문지식을 다루는 실용서와 공감과 위로를 목적으로 하는 에세이가 주를 이룬다. 인간관계를 다룬 서적도 다소 존재하지만, 더불어 살기 위한 인간관계에 대한 조언보다는 관계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처세술이나 출세를 위해 인간관계를 발판으로 삼는 도서가 다수를 차지한다.

사실 철학서적은 꽤 오랫동안 대중의 관심 범위 밖에 놓여 있었다. 간혹 쉽게 풀어 쓴 철학서가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르기도 하지만 일회성 현상에 그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인간 본성을 다루면서 제기하는 ‘어떻게 올바르게 살아야 하나’라는 명제가 고리타분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철학은 관심의 초점을 나와 타인을 포함해 ‘우리’에 뒀다면 어느 순간 철학서를 대신한 뇌 과학/심리 서적은 탐구 대상을 ‘우리’에서 ‘나 자신’으로 제한하면서 개인의 입신양명을 중시하는 풍조에 힘을 더했다.

개인의 즐거움을 최우선 가치로 여기는 욜로(YOLO/현재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는 태도 )같은 삶의 형태가 인기를 얻으면서 대의명분(大義名分/사람으로 마땅히 지켜야 할 의리와 명분 )보다는 개인의 출세와 이익 추구가 우선시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호랑이는 죽어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 이름을 남긴다”는 속담은 고리타분한 옛말로, “독립운동하면 3대가 망하고 친일하면 3대가 흥한다”는 자조 섞인 말은 현실 충고로 여겨지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이런 현황을 두고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는 책 『100년을 살아보니』에서 “도덕성의 빈곤이 로마의 종말을 가져왔다. 돈이 인생의 목적이라고 믿고 사는 사람들은 그것을 소유하기 원하지만, 소유욕은 한계가 없기 때문에 자신은 물론 그 사회도 병들게 한다”며 “점점 양심과 도덕적 가치와 질서가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우리 젊은이들과 아들딸들이 그런 사회에 살기를 원하는지 묻고 싶어진다”고 지적한다.

독일이 낳은 수재 알버트 슈바이처 박사는 24세 나이에 남들이 평생에 걸쳐 이룩하는 것들을 일궈냈다. 학자로서 대학교수, 전통 있는 교회의 목사, 음계에서 인정받는 파이프오르간 연주자가 된 것이다. 하지만 마음에는 공허함이 있었고 더 소중한 사명에 대한 갈급함이 있었다. 그러던 중 아프리카에 의사가 없어 버림받는 환자가 즐비하다는 소식을 듣고 의료사역을 자신의 사명으로 받아들이고 일평생을 아프리카 의료사역에 몸 바쳤고 그의 헌신은 책 『나의 어린 시절』, 『나의 생애와 사상』에 담겼다.

지금껏 책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등으로 ‘열심히 살지 않아도 되는’ 이유를 찾으며 위로를 얻었다면, 이제는 슈바이처의 책으로 ‘열심히 살아야 할 이유’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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