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노래자랑 ‘할담비’ 지병수가 던진 대한민국의 ‘현실’… “미치거나, 미련을 버리거나”
전국노래자랑 ‘할담비’ 지병수가 던진 대한민국의 ‘현실’… “미치거나, 미련을 버리거나”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9.03.28 18: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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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방영된 KBS1 ‘전국노래자랑’ 출연자 지병수씨 [사진= KBS1 ‘전국노래자랑’ 캡처]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내가 미쳤어~ 정말 미쳤어~” 
지난 24일 방영된 KBS1 ‘전국노래자랑’의 출연자 77세 지병수씨(사회복지관 자원봉사자 )가 화제다. 그는 자신 있게 무대에 올라 유려한 춤 솜씨와 흥겨운 노래로 관객을 사로잡았는데, 놀랍게도 그가 부른 노래는 그가 67세 때 발매된 가수 손담비의 ‘미쳤어’였다. 그의 동영상은 유튜브에서 수십에서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했고 그로 인해 ‘할담비’(할아버지와 손담비의 합성어) '지담비'(지병수와 손담비의 합성어 ) ‘미쳤어 할아버지’라는 별명을 얻었다. 

‘미쳤어’라는 노래와 할아버지의 춤 솜씨에 가려졌지만, 지병수 할아버지의 인기 이유는 단 한 가지였다. 그가 대한민국의 다른 노인들과는 다르다는 것. 실제로 지병수 할아버지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고 말투는 밝았으며 대한민국 65세 이상 노인들에게서 흔히 보이는 그늘이 없었다. 

“그가 우리나라의 진정한 할아버지입니다.” 

많은 시청자들은 지병수 할아버지 같은 노인이 대한민국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자랑스러워했으며 나중에 자신도 지 할아버지처럼 살리라 다짐했다. “우리 부모님이나 나도 나이 들어서 이렇게 자유롭게 즐기는 노인이 되면 좋겠다”는 식의 댓글은 지 할아버지의 동영상마다 달렸고 많은 추천을 얻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대한민국에서 노인이 지병수 할아버지처럼 긍정적인 태도를 가지는 것은 손담비의 노래처럼 ‘미치지’ 않고서야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한다.  

“기초생활수급자에요. 혼자 살았으니까. 그 돈 가지고 집세 좀 내고, 그냥 담배를 피니까. 나머지로 담배 좀 피고 그것밖에 없어요.” 지난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지병수 할아버지가 한 말은 다른 대다수 노인들에게도 해당된다. 지난 21일 더불어민주당 유승희(국회 기획재정위원회 ) 의원이 국회 대정부질의에서 발표한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대한민국 노인의 월평균 연금 수령액은 50만원 수준이며, 100만원 이상 연금을 받는 노인은 6.7%에 불과했다. 또한 지난해 4분기 하위 20% 저소득 가구 중 70세 이상 노인 비중은 42%에 달했다.   

OECD에서 발표한 2019년 국가별 노인빈곤율 현황에 따르면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46.7%다.  46.7%라는 수치는 OECD 국가들과 비교해 봐도 독보적 1위이며, OECD 국가 평균 노인빈곤율인 14%의 3.3배에 이르는 것이다. 노인 두 명 중 한 명은 빈곤상태에 처해있다는 의미다. 이러한 빈곤은 노인들이 익히 인지하고 있는 현실이다.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가 노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노인인권실태조사에 따르면 노인 응답자 48.8%가 “남은 생애 동안 경제적 어려움 없이 살 수 있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노인을 괴롭게 하는 것은 비단 돈만이 아니다. 보건복지부가 2017년 발표한 노인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인 89.5%는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 특히 노인의 73%는 2개 이상의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복합 만성질환자’로 분류되고 있으며 노인 인구의 절반(51.0% )은 3개 이상의 만성질환을 보유하고 있는 상태다. 

상황이 이러니 더 이상 삶을 이어나가기를 거부하는 노인이 많은 것도 무리는 아니다. 지난 2017년 기준 우리나라 노인자살률은 인구 십만명당 47.7명으로, 전체 자살률(24.3명 )의 두 배에 이른다. 대한민국의 노인자살률은 OECD 국가 중에서 수년째 압도적인 1위를 이어나가고 있다. 

앞으로 개선해야 할 점은 적지 않아 보인다. “공적연금을 비롯한 노인의 소득보장제도 수준은 전 세계 96개국 가운데 82위로 최하위 수준”이라는 국제노인인권단체 ‘헬프에이지’의 2015년 세계노인복지지표는 오늘날까지 이어진다. 지난 26일 100여명의 기초생활수급 노인들은 소위 ‘줬다 뺐는’ 연금제도에 항의하며 거리로 나왔다. 기초생활수급자는 생계급여를 받는데, 기초연금이 소득으로 간주돼 생계급여가 그만큼 깎인다는 것이다. 또한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길면 기초연금을 깎는 현행 연금제도도 문제로 지적된다.  

작금의 상황과 참 어울리는 제목의 소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원작의 동명 영화에서 한 살인마는 “삶에 미련을 버려 모양 빠지지 않게”라고 말한다. 어쩌면 우리나라 노인들은 미칠 것인지, 아니면 삶에 미련을 버릴 것인지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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