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캠코더’ 인사는 당연한 인지상정…그 결말은?
‘낙하산·캠코더’ 인사는 당연한 인지상정…그 결말은?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9.03.27 13: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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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일하면서 받는 게 월급인데, 선생님은 (일도 안 하면서 ) 월급 왜 받아요”

사립고등학교 이사장 조카라는 배경을 믿고 수업의 절반을 인터넷 강의로 대체하는 역사 교사 A씨에게 학생 김혜나가 일갈한 말이다. 잘릴 걱정 없는 탓에 평소 안하무인격 언행을 일삼으며 학교의 암적인 존재로 인식되던 A 교사는 김혜나가 살해되고 범인으로 남자친구인 황우주가 체포되는 상황에도 “김혜나처럼 극성맞은 애와 연애하다가 인생 망쳤다”는 망언으로 뭇 사람을 경악게 했다. 무서울 것 없는 그의 전횡은 학생에게 시험지를 유출한 사실이 드러나 호송 차량에 오르면서야 끝을 맺었다. 드라마 ‘스카이캐슬’은 이렇게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낙하산(인맥/보은 인사 )의 폐단을 그려내 공분과 공감을 크게 자아냈다.

이처럼 현실을 반영하는 드라마 속에서 낙하산 인사는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고 그 종류 또한 다양하다. 드라마 ‘귓속말’(2017)에서 최수연처럼 국내 최대 로펌 대표인 아버지 덕에 네 차례 사법시험 낙방, 유학파지만 영어를 못하는 처지에도 글로벌 팀장을 맡아 호의호식하는 경우부터 드라마 ‘미생’(2014)의 장그래처럼 바둑 기사 시절 후원자의 친구가 사장으로 있는 직장에 낙하산으로 떨어졌지만, 부단히 노력하는 경우까지 다양하게 그려진다.

가끔은 현실 세계가 드라마보다 극적인 전개를 보이는 경우도 존재한다.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의 자녀 신분으로 각각 대한항공 부사장과 전무에 오른 조현아, 조현민의 갑질 사건을 비롯해 보은인사로 여겨지는 문재인 정부의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 인사가 그것이다. 특히 캠코더 인사는 낙하산 인사를 위해 기존 인원을 강제로 정리하는 ‘블랙리스트’(해고자 명단 ) 논란으로 큰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에서 초대 환경부 장관으로 임명됐던 김은경 전 장관은 전 정부에서 임명된 산하기관 임원들을 표적 감찰하고 사표를 요구한 혐의(직권남용)로 기소돼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현 정권의 낙하산 인사는 환경부를 제외하고도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그중 문화체육관광부의 경우 산하기관 32곳 임원 436명을 대상으로 한 전수조사(김재원 자유한국당 의원 자료 제공)에서 101명(전체 436명/23.1% )이 캠코더 인사로 확인됐다. 이는 지난해 9월(76명/전체 439명 )보다 32.9% 증가한 수치다.

또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운영하며 연 5,300억원의 예산을 집행하는 공기업 그랜드코리아레저(GKL )의 경우 지난해 11월 노무현·문재인 법률사무소(법무법인 ‘부산’)에서 32년간 함께 송무(소송을 위한 서류 작업 ) 업무를 맡았던 송병곤씨가 이사로 발탁됐다. 카지노 경력이 전무한 사람을 이사로 앉힌데 대해 지적이 있었지만 이후 올해 2월에는 사교육 업체와 연극 단체에서 일했던 김동범씨가 이사로 임명되면서 비판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특히 GKL은 앞서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됐다는 의혹으로 당시 이기우 사장이 해임됐던 전례가 있어 “정권만 바뀌었지 하는 행동은 이전 정부와 똑같다”는 비판이 쏟아지기도 한다.

일각에서는 “정권 창출 공신들을 못 본 척하는 건 사람의 도리가 아니지 않느냐”며 “부족한 전문성은 실무자들의 도움을 받아 정부가 제시하는 큰 그림에 맞춰 같은 행보를 보이면 좋지 않느냐”고 주장한다. 반면 다른 일각에서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가장 큰 문제점은 국민이 느낀 상대적 박탈감이다. 인맥과 연줄의 부재가 곧 기회의 불평등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라며 “촛불혁명으로 일어난 정권의 인사(人事 )에 적합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책 『사람이 먼저다』에서 “청년 실업 문제는 단지 청년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피부로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심각하다”며 “이 나라에서 가장 왕성한 역할을 맡아야 할 청년들이 일자리를 얻지 못한 채 사회로 쏟아진다면 청년들의 무력감은 물론이고 사회에 대한 실망감과 적대감이 커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문재인 정부를 포함해 최근 5년간 실업률은 연속 상승세(지난해 실업률은 3.7%로 2014년 3.5% 대비 0.2%포인트 상승)를 보이고 있으며, 지난해 실업자(구직기간이 6개월 이상 ) 비율은 14.4%로 통계를 작성한 200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잇따라 들려오는 캠코더 인사 소식을 접한 미취업 청년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무력감과 실망감이 커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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