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대폼장] ‘자연 에세이의 정수를 담다’ 미국 자연주의자 존 버로스
[지대폼장] ‘자연 에세이의 정수를 담다’ 미국 자연주의자 존 버로스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9.03.27 11: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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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스코틀랜드에서 5월 하반기를 뭉그적거리고, 잉글랜드 북부에서 6월 상반기를, 그리고 마침내 런던에서 뭉그적거린 것은 기분 내키는 대로 그 지역을 느긋하게 보고자 함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늑장 부리는 와중에도 최고의 즐거움 하나를 놓칠 위험에 처해 있다는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았다. 그것은 바로 대서양을 건너면서 다짐한 것으로 나이팅게일의 노래를 듣는 것이었다. 그런 이유로 6월 17일 날, 서리와 서식스의 경계 지역인 헤이즐미어 근처의 잡목숲에 있을 때, 늙은 농부가 너무 늦었다고, 나이팅게일이 노래 부르는 시기는 이미 끝났다고 말했을 때 무척 당혹스러웠다. 나는 당시 런던에서 친구들이 추천한 그 농부의 집에서 지내고 있었다.
“지 생각에는 인자 나이팅게일이 노래 부르는 건 끝난 거 같은디유, 선상님. 요즘 한동안은 들은 적이 없어유, 선상님.” 여태껏 내가 마셔보려고 시도했던 것 중에서 제일 독한 발효 사과주를 한 잔 걸치고 앉았을 때 농부가 말했다. <9쪽>

하지만 어미는 아마도 슬퍼서 그런 게 아니었을 것이다. 새가 노래하는 것은 추억이 아니라 기대이며, 오직 행복이나 기쁨을 표출하는 것이다. 단, 짝을 잃은 수컷 새가 마치 잃어버린 짝에게 다시 돌아오라는 듯 며칠 동안 노래 부르는 경우는 예외다. 어린 새끼가 죽어버리거나 다 커서 날아가 버린 후 수컷이 노래의 힘을 되찾을 때는 새로운 새끼를 고려하고 잇다는 신호다. 말하자면, 그 노래는 새끼들을 잉태하게 하는 마법의 선율인 것이다. <12쪽>

대부분의 사람들은 매년 우리의 기후를 찾아오는 새들의 수에 대해 불신하며 받아들인다. 아주 가까운 주변에서 여름을 보내는 숫자의 반절이라도 아는 사람도 매우 적다. 우리는 숲을 거닐 때 우리가 침해하고 있는 새들의 사생활에 대해 거의 생각하지 않는다. 멕시코나 중남미, 또 바다의 어떤 섬들에서 온 진귀하고 우아한 방문객이 누구인지, 우리 머리에 드리워진 나뭇가지에서 왜 친목회를 여는지, 또는 우리 앞의 땅바닥에서 왜 기쁨을 찾는지에 대해 말이다. <111쪽>

『어느 자연주의자의 기쁨』
존 버로스 지음│지은현 옮김│꾸리에 펴냄│236쪽│15,000원

* 지대폼장은 지적 대화를 위한 폼나는 문장이라는 뜻으로 책 내용 중 재미있거나 유익한 문장을 골라 소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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