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교실에서는 흔한 일이 참 많습니다. 더불어 사는 기쁨이 흔합니다. 마음을 뜨겁게 하는 감동이 흔합니다. 마음과 마음이 하나 되는 울림이 흔합니다. 진서는 왜 안 와요? 결석한 친구를 걱정하는 사랑이 흔합니다.”
시골학교에서 1학년만 8년째 맡고 있는 배훈 선생님. 그의 아이들 사랑은 조금 유별나다. 2013년 1학년 학생들을 위해 ‘생활 안내 동화’ 『멋진 1학년이 될 거야』를 펴낸 데 이어 지난달 1학년 아이들과 함께했던 날들을 『너희들과 함께해서 좋다!』라는 제목의 책에 담았다.
힘들어도 즐거운 가족 운동회. 학교에 오자마자 운동회 연습을 했다. 전부가 모이는 첫날이라 줄서기 연습하고 이어서 무용도 했다. “선생님, 몇 살이세요?” 호영이가 물었다.
“마흔여섯 살인데?”
“어, 그런데 왜 6학년 형보다 키가 작아요?”
6학년 민환이랑 비교하면서 하는 말이었다. 나이 많다고 키가 크면 세상에 키 작아 억울한 사람 하나 없겠다.
친구는 같은 방향으로 가는 사람, 엉뚱함도 같은 방향으로. 흡연이 얼마나 해롭고, 금연이 얼마나 힘든지에 대해 생동감 있는 경험담을 아이들에게 쏟아부었다. 이야기 속으로 쏙 빠져 있던 아이들은 나중에 커서도 선생님 경험담을 떠올리며 담배를 멀리할 거라는 기대감에 미소가 흘러나왔다. 훌륭한 수업을 하고 난 만족감이 채 가시기도 전에 성율이가 무심하게 내뱉은 한 마디에 뒷목을 잡고 쓰러질 뻔했다.
“선생님, 그래서 늙어 있는 거예요?”
신입생의 가장 큰 목표는 적응. 새로운 환경에 들어선 아이들 모두 불안과 걱정이 가득할 것이다. 떠들던 아이들도 불안했을 거고, 사탕 터뜨린 아이도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입학식은 선생님들보다 아이들이 더 힘든 날이었다. 새롭게 시작하는 입학식 날, 다짐해 본다.
‘덜어 줄게, 함께 할게.’
감동과 울림은 교실에서는 흔한 일이다. 주완이는 제목부터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읽어나갔다. 중간중간 어려운 글자가 나올 때마다 옆에 앉은 성혁이가 낮은 소리로 읽어 주었다. 마지막 행까지 무사히 읽고 나자 친구들 모두 주완이에게 큰 박수를 보냈다. 나도 믿기지 않는 광경에 저절로 눈물이 고였다.
『너희들과 함께라서 좋다!』
배훈 지음│열린어린이 펴냄│256쪽│14,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