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파멸시킬 “마약은 어디에나 있다”… 애나·이문호·버닝썬은 빙산의 일각
대한민국 파멸시킬 “마약은 어디에나 있다”… 애나·이문호·버닝썬은 빙산의 일각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9.03.20 17: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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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강남 클럽 ‘버닝썬’의 공동대표 이문호에 이어 중국인 MD ‘애나’ 역시 마약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온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버닝썬’ 사건의 발단이었던 그룹 ‘빅뱅’의 전 멤버 승리(본명 이승현) 역시 마약을 투약했다는 관계자 진술이 확보됨에 따라 지난 18일 경찰 조사를 받았다. 이 외에도 경찰은 ‘버닝썬’을 비롯한 클럽들 내에서 벌어진 마약 유통 및 투약 혐의를 수사해 총 40명을 입건했다. 

대규모 마약사범 검거 발표에 일각에서는 클럽이 대한민국 마약 투약 및 유통의 온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있는 와중에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업로드되고 있다.   
  
“차가운술 팝니다. 기존 사장님들이 극찬한 그 맛. 목젖부터 뜨끈하게 올라오는 그 느낌. 텔레그램 xxx”
“아이스 작대기 히로뽕 크리스탈 빙두 얼음, 순도 퀄리티 좋습니다. 편하게 문의해주세요.”
“#시원한술 #차가운술 #아이스 #얼음 #빙두 #크리스탈 #작대기 #떨 하루 이틀 장사한 뜨내기 딜러 아닙니다. 구매자 입장에서 생각해서 합리적으로 거래할 수 있도록 도와드립니다. 텔레그램 ooo”

‘작대기’와 ‘차가운술’은 주사기를 통해 투약하는 필로폰(메스암페타민)을, ‘아이스’ ‘빙두’ ‘얼음’은 필로폰 가루를, ‘크리스탈’은 질 좋은 필로폰을, ‘떨’은 대마초를 가리킨다. 이외에도 마약을 가리키는 은어로 ‘후리베이스’ ‘강남술’ ‘사끼’ 등이 통용된다. 

놀랍게도 ‘버닝썬’ MD ‘애나’의 마약 양성반응이 보도된 20일 ‘트위터’에는 관련 게시글만 수십 개 올라왔다. ‘트위터’만이 아니다. 이와 같은 마약 판매 홍보글은 다른 SNS에서도 꾸준히 게재되고 있었다. 

그런데 마약 판매가 홍보되는 곳은 SNS만이 아니다. 익명의 제보자에 따르면, 흔적이 남지 않는 인터넷 공간인 ‘딥 웹’도 마약 홍보처로 쓰이고 있다. SNS나 ‘딥 웹’에서 홍보 게시글에 적힌 텔레그램 등 보안수준이 높은 메신저 아이디를 통해 판매자와 연락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가상공간만이 전부는 아니다. 일부 룸살롱(칸막이가 있는 술집) 등 유흥업소에서도 공공연하게 필로폰, 엑스터시 등 마약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1회만 복용하더라도 중독이 되는 마약의 특성을 이용해 공짜 마약을 제공하고 이후 중독이 되면 판매한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이 더 이상 마약청정국이 아니라는 사실이 새삼스레 와닿는다. UN은 국민 10만명당 마약류 사범 20명 미만인 국가를 마약청정국으로 인정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2016년 국민 10만명당 마약사범 수가 대략 28명이었다. 2017년과 2018년에도 역시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  

한때 마약청정국이었던 대한민국이 왜 이 지경이 됐을까? 대한민국에서 유통되는 마약은 주로 해외에서 들어온다고 알려져 있다. 그리고 그 양은 증가하고 있다. 관세청이 지난 1월 발표한 ‘2018년 마약류 밀수단속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관세청이 적발한 마약류는 총 660건, 중량은 426kg으로, 2017년과 비교해 건수는 약 1.5배, 중량은 6배가 증가했다. 건수와 중량 모두 역대 최대치다. 관세청은 대만 마약조직 ‘죽련방’ 등 중국계 마약조직의 밀수시도가 증가했으며, 미얀마 등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마약이 대량생산되고 있음을 이유로 분석했다. 또한 관세청에 따르면, 미국과 캐나다 등에서 대마가 합법화됨에 따라 유학생이나 교민 등이 해외특송이나 국제우편으로 대마류를 밀반입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외국에서 들어오는 마약을 원천봉쇄하는 일은 어려워 보인다. 관세청 국제조사팀 관계자는 20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경찰이 모든 신호위반을 다 잡지 못하듯이, 외국에서 들어오는 엄청난 수입화물이나 여행자들을 전부 검사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마약의 사용이나 유통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든지, 관세청 조사 인력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보영 호서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논문 「마약범죄 처벌의 정당성」에서 “마약류범죄는 이를 행하는 개인은 물론 나아가서는 그 주변의 가정과 경제사회를 파멸시키는데 그 심각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약물사용은 사용자 자신의 건강에 유해함과 동시에 그 약리작용의 영향 하에서 타인에게 위해를 가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 교수는 “마약범죄가 단순한 개인적 범죄의 수준을 넘어 공무원 및 국제적인 범죄조직과 연결되는 등 현대사회의 큰 위험이 된다”고 경고한다. 우리는 ‘버닝썬’ 등 클럽들의 마약사건에서 대한민국을 파멸시킬지도 모르는 마약의 아주 조그마한 파편을 봤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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