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명문장] “나 자신만은 행복하게 있자” ‘보노보노’ 아버지 이가라시 미키오의 에세이
[책 속 명문장] “나 자신만은 행복하게 있자” ‘보노보노’ 아버지 이가라시 미키오의 에세이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9.03.20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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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걸으면서, 전철이나 버스 안에서, 친구들이나 애인이나 가족과 함께하는 사이에서 핸드폰이나 스마트폰을 마구 조작하는 걸 멈추지 않는 사람을 보면 어째서 그렇게까지 기록하는지를 생각하게 됩니다. 만일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는다면 모두 매일매일 이렇게 열심히 기록하지는 않을 겁니다. 
재산욕, 색욕, 식욕, 명예욕, 수면욕의 5가지 욕구가 있다고 일컬어지고 있습니다만 우리는 여기에 새롭게 기록욕이란 것을 만들어낸 게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듭니다. ‘기억욕’이 아니라 ‘기록욕’입니다. 우리가 하고 싶은 것은 기억이 아니라 분명히 기록입니다. 
그렇다면 왜 기록을 하는 걸까요? 옛날에는 무명인 사람에게는 기록하는 재주가 없었을 겁니다. 아무나 글을 쓰거나 읽을 수 없는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이야 누구나 쓸 수 있고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시대입니다. 아무도 읽지 못한다면 나 스스로가 읽지요. 
서점에 가면 알게 될 겁니다. 나츠메 소세키의 책 옆에 어제까지 평범했던 사람의 투병기가 있었고 그 책이 베스트셀러인 경우도 있습니다. <14쪽>

요즘 거리를 걷고 있는 사람들이나, 지하철에 타고 있는 사람들, TV에 나오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모두 이제부터 어떡하려고 하는 걸까?’ 같은 생각이 듭니다. 
이제 와서 셔터가 닫힌 거리라던가, 저출산, 고령화 같은 것을 이야기할 속셈은 없습니다. 그러나 무엇을 팔면 좋을지, 무엇을 사면 좋을지, 그것조차 알 수 없는 시대 같은 건 처음이지 않나 싶네요. <29쪽>

‘모두 이제부터 어떡하려나?’라고 방금 말했습니다만 이건 저 자신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저는 이제부터 어떡해야 할까요? 팔려는 것도 사려는 것도 없는 시대에 도대체 뭘 어떡하면 좋을까요?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이 늘어나는데 제게 그런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줄 힘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중략) 
그래서 일단 저는 생각했습니다. 나 자신만은 행복하게 있자고, 터무니없는 생각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나 자신만 행복하면 된다는 생각 하고는 다릅니다. 적어도 저 자신만은 행복한 채로 있자는 겁니다. (중략)
그래서 해봤습니다. 주 연휴 2일제. 먼저 토요일, 우선 사무실을 나와서 다른 긴급한 일이 없다면 영화를 보러 가거나 거리를 어슬렁대면서 책방을 들여다보곤 하지요. 그 외에도 하고 싶은 일이 있는지 생각을 해봤습니다. 제가 갈 수 있는 곳은 책방과 영화관밖에 없더군요, 그래서 영화 2편을 같은 날 동시에 보거나 합니다. 이건 정말 행복해요. 하지만 물론 감상한 2편 전부 재미없을 때도 있습니다. <32~33쪽>

『불꽃 소리만 들으면서』
이가라시 미키오 지음│이범선 옮김│소미미디어 펴냄│268쪽│1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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