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영 ‘카톡’, 조현아 ‘동영상’ 공개는 사생활 침해일까요?
정준영 ‘카톡’, 조현아 ‘동영상’ 공개는 사생활 침해일까요?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9.03.19 14:5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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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온라인커뮤니티/SBS]
[사진출처=온라인커뮤니티/SBS]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하루가 멀다 하고 폭로가 터져 나온다. (성 )폭행부터 권력 유착, 성상납, 아동학대 등 몰래 촬영돼 만인에게 퍼지는 기록들은 그 내용도 다양하다. 폭로는 마치 MSG 잔뜩 뿌려진 자극적인 음식처럼 대중의 관심을 끌어 공분을 불러일으키지만, 한편으로는 사생활 침해 논란과 함께 ‘과연 이 폭로가 공익에 해당하는가?’라는 고민을 낳기도 한다.

2014년 이른바 ‘땅콩 회항’으로 전 국민의 공분을 자아냈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지난달 몇 편의 동영상으로 다시 대중의 입방아에 올랐다. 해당 동영상은 조 전 부사장의 남편 A씨가 촬영/공개한 것으로, 동영상에는 조 전 부사장이 집기를 부수고 고함을 지르는 모습이 담겼다. 그중에서도 조 전 부사장이 아이를 큰소리로 야단치는 모습은 ‘아동학대’ 논란으로 번지기도 했다.

당시 A씨는 동영상 공개 이유에 대해 “(조 전 부사장의 학대로부터 )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서”라며 이혼 과정에서 양육권을 자신이 갖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양육권 확보에 유리한 여론을 형성하기 위해서 아내의 치부가 담긴 동영상을 공개한 것이다. 실제로 동영상 속 조 전 부사장의 비이성적인 모습은 A씨에게 유리한 여론을 형성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자신에게 우호적 여론을 형성하기 위해 몰래 촬영한 영상을 대중에 공개하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조 전 부사장이 공인이라 하더라도 개인 가정사가 온 국민 앞에 공개돼 수모를 당할 이유가 없고, 그 내용이 공익에 해당하지도 않다는 것이다.

최근 성관계 동영상으로 논란에 휩싸인 가수 정준영에게도 비슷한 주장이 제기된다. 과거 정준영이 지인에게 특정 노래를 "ㅂㅈ(여성 비하 용어 )들을 위한 노래네"라고 말했던 카톡 메시지를 공개한 보도와 관련해 한 누리꾼은 “정준영의 문란한 성인식을 부각하기 위해 대화 내용을 공개한 점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편한 친구와 나눈 대화내용을 공개하면 이 세상에 욕먹지 않을 사람 찾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누리꾼 역시 “나도 친구들하고 카톡 할 때는 정말 할 말 못 할 말 다 하는데, 이젠 그것마저도 입조심해야 하는 건지”라고 말했다.

동영상, 카톡에 이어 최근에는 녹음도 논란거리로 지목되고 있다. 온라인 육아 커뮤니티에 들어가면 아동학대 정황을 살펴보기 위해 아이의 옷이나 가방에 소형 녹음기를 지참해서 어린이집에 보낸다는 내용이 많은데 자칫 선생님의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5세 아이를 둔 학부모는 “선생님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지만 죄책감보다 내 아이를 염려하는 마음이 더 크다”며 “의심만 하는 것보다 한 번쯤 확인해보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5년째 어린이집 선생님으로 재직 중인 김영미(가명 )씨는 “아이 가방에서 물건을 꺼내다가 우연히 녹음기를 발견한 적이 있다”며 “아이를 걱정하는 부모 마음을 모르지 않지만 감시당하고 있다는 불쾌한 감정은 피할 수가 없었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는 녹취에 관대한 사회 분위기가 배경으로 자리한다.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은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청취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시 말하자면 자신이 당사자가 된 대화는 녹취를 해도 된다는 뜻이다. 프랑스와 독일, 미국(11개 주 ) 등의 국가가 비밀 녹음을 불법으로 규정하는 것과 대조되는 부분이다.

그렇다고 아예 처벌조항이 없는 것은 아니다. 형사처분과 별개로 민사소송의 경우에는 우리나라도 ‘비밀 녹음’을 처벌하고 있다. 하지만 이때 역시 ‘정당한 목적’ ‘사회 윤리·통념’ 등을 고려해 판단하기 때문에 실제 처벌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이와 관련해 누군가는 우리나라의 높은 사기 범죄율을 근거로 제시한다. 세계보건기구(WHO )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하루 평균 사기 건수는 약 600건으로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을 기록하는데, 이로 인해 ‘비밀 녹음’에 관대한 사회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비영리단체 ‘시민대학’의 대표 에릭 리우는 책 『시민권력』에서 “바야흐로 시민 권력의 시대다. 오늘날 격동의 정치판과 시민 생활보다 이 사실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 적은 없었다”며 “오늘날 시민은 지금껏 독점적인 정치와 기업들이 우리에게 억지로 떠안겼던 똑같은 패키지를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을의 폭로에 갑의 기득권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는 환경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생활 침해에 대한 고민은 고민해 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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