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명문장] ‘손주들을 위한 글과 그림’ 세계를 감동시키다
[책 속 명문장] ‘손주들을 위한 글과 그림’ 세계를 감동시키다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9.03.16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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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오늘도 우리는 무엇을 그릴까 생각한다. 소재를 찾고 이야기를 나누고, 남편은 그림을 그리고 나는 글을 쓴다. 화가도 아니고 작가도 아닌 우리가. 
우리 부부는 동갑내기다. 1942년 말띠, 61학번. 같은 대학에서 만나 소문나게 사귀었으니 공유하는 게 오죽 많겠는가? 군대 3년은 오히려 내가 끙끙 앓으면서 대신 갔다 온 듯하고, 거의 매일 만나 쉼 없이 많은 말을 나누었다. 물론 다 기억나지는 않지만, 아! 통기타 가수들이 부르는 ‘Blowin' in the Wind’를 들었던 기억은 또렷하다. (중략)
2015년 1월 딸네를 보내고 멍하니 텔레비전 앞에만 앉아 있을 아버지가 걱정된 건 멀리 떨어져 사는 아들이었다. 어느 날 느닷없이 말했다. “아버지, 그림을 그리세요.” 어릴 적 아버지가 엽서에 그림을 그려 보내주었던 걸 기억해낸 것이다. 하지만 세월 따라 어느덧 완고해진 아버지는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중략)
수개월, 아들은 일흔 살이 넘은 노인네가 왜, 어떻게 인스타그램을 하게 됐는지를 아주 간단한 영상으로 만들어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 중간에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거기에 이르면 나도 울컥해지고 만다. (중략)

아들이 만든 영상은 빠르게 전 세계 사람들의 마음에 가닿았고, ‘좋아요’는 몇백만에 이르렀다. 인스타그램의 이름을 ‘drawings_for_my_grandchildren’, 손자들을 위한 그림들이라 했고, 할머니인 내가 그림의 이야기를 쓰면 아들이 영어로, 딸이 포르투갈어로 뻔역해줬다. 그림 사인은 For AAA, 손주들 이름인 알뚤(Arthur), 알란(Allan), 아스트로(Astro)의 첫 글자를 땄다. 어디에 구속되는 것을 싫어하는 남편은 신통하게도 그 후 누구의 조력 없이 그림을 그려 사진을 찍고, 보정해 올리고, 공유하고, 댓글을 읽는 과정을 해냈다. (중략)
아들의 영상이 BBC 기자의 눈에 띄어 기사화되면서 ‘손자들을 위해 그리는 할아버지의 그림들’은 유명해졌다. 여러 매체에서 인터뷰 요청이 쇄도했고, 옛 제자나 동문들이 연락해올 땐 참 신기했다. 전 세계에서 보내온 댓글들은 언제나 우리 가족을 감동시킨다. (중략)
우리는 이곳에서 늘 그랬듯이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쓴다. 어제처럼 오늘도, 그리고 오늘처럼 내일도 그렇게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겠지.  

『돌아보니 삶은 아름다웠더라』
안경자 글·이찬재 그림│수오서재 펴냄│298쪽│14,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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