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명문장] 반려동물로 황금달팽이 어때요?… 김순자 수필가 “스네일이 주는 행복”
[책 속 명문장] 반려동물로 황금달팽이 어때요?… 김순자 수필가 “스네일이 주는 행복”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9.03.13 11: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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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유별나게 이번 가을엔 가슴이 뿌듯해지고 마냥 기쁨이 샘솟는 아침을 맞는다. 눈을 뜨면 스네일(금와, 황금달팽이 )이 들어 있는 케이지 앞으로 달려가서 아침 인사부터 하게 된다. 새벽이 되면 그 많은 새끼 스네일들이 접시에 한가득 몰려와 열심히 사료를 먹고 있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수의 아기 스네일들이 옹기종기 모여 사료를 먹고는 이내 코코피트 속으로 머리를 집어넣고 사라진다. 코코피트는 야자수의 열매인 코코넛에서 섬유질을 제거하고 자연 상태에서 부식시킨 것으로 각종 사막동물이나 습지동물의 케이지 바닥재로 쓰이는 흙을 말한다.

우리 달팽이들에게 있어 코코피트는 최적의 보금자리다. 아기 스네일들이 숨바꼭질을 하듯이 코코피트 속으로 파고들면 어느새 케이지 안은 움직이는 아기 스네일들 대신 코코피트 표면에 살짝 드러난 뾰족한 원뿔 모양의 패각(연체동물의 외투막에서 분비된 석회질이 단단하게 굳어 형성된 겉껍데기)의 끝부분만 눈에 들어온다. 너무 귀여운 나머지 코코피트 속에 묻힌 패각의 끝을 손가락으로 살짝 잡고 꺼내어 손바닥에 올려놓는다. 서서히 잠에서 깨어 패각 밖으로 머리를 내밀고 목을 주욱 뻗는 스네일의 눈과 마주칠 때면 나의 입가에선 어느새 행복한 미소가 머문다. 

잠자리에 들기 전 모든 접시들에 사료를 가득 채워주지만 일어나 보면 어느새 접시들은 텅 비어있곤 한다. 스네일들이 밤새 활동하며 그 많은 사료들을 맛있게 먹어치운 탓이다. 어미 스네일을 꺼내어 한 마리 한 마리 정성 들여 목욕시키는 동안 우리는 서로 공감의 시간을 갖게 된다. 과거에는 좀처럼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나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스네일이 어느덧 내 마음속의 소중한 존재로 자리 잡은 모양이다. 

내 마음 한구석에선 어느덧 기쁨과 사랑이 가득 찬 아름다운 생각들이 샘솟듯이 흘러나온다. 푸른 하늘이 유난히 아름답게 보이고 지나간 추억들도 한없이 아름답게 느껴진다. 스네일은 내게 풍성하고 아름다운 생각들을 선사하고 하루하루를 기쁘게 맞도록 도와준다. 마치 끝없이 펼쳐진 아름다운 꽃길을 한없이 밟으며 주위의 아름다운 풍경을 마음껏 감상하는 기분이다. 매일 아침을 엔도르핀이 가득한 가운데 시작하게 된다.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스네일들에 대한 혐오감이 내 마음에 가득했었다. 하지만 올여름 찌는 듯한 폭염을 함께 견디며 새로운 어린 생명이 부화가 돼 세상 밖으로 나오는 모습을 지켜보다 보니 어느새 사랑의 감정이 솟아났다. 환상적인 가을 단풍의 묘미를 즐기러 가는 것조차 잊고 이른 새벽부터 접시에 옹기종기 모여서 사료를 먹는 스네일의 모습을 관찰하는데 흠뻑 빠져 지냈다. ‘사각사각’ 사료를 갉아먹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 듣고 있노라면 한없는 생명의 경이로움에 대한 감탄사가 절로 튀어나온다. 스네일들이 내는 ‘사각사각’소리는 어느덧 내 마음 한편에선 멋진 화음이 돼 아름다운 선율의 음악처럼 들려온다. 이 순간만큼은 시간의 흐름마저도 망각하게 된다. 

스네일들은 사료를 먹다가 남겨 놓은 것은 두 번 다시 먹지 않는다. 그릇을 깨끗하게 씻어서 새로운 사료를 넣어 주어야 비로소 하나둘 모여들어 먹는다. 일찍이 스네일들이 이 같은 존재임을 단 한 번도 상상해 본 적이 없다. 어미 스네일을 손에 쥐고 조심스럽게 몸을 씻겨갈 때 패각 속에서 새끼 스네일이 기어 나올 때가 간혹 있다. 그럴 때마다 조심스럽게 아기를 다루듯이 새끼 스네일을 떼어내어 케이지에 넣어 주게 된다. 아낌없는 사랑을 베풀 수 있다는 것은 세로토닌(행복 호르몬 )이 마음의 계좌에 입금돼 기쁨과 사랑이 충만해진 탓이다. 

나의 남은 여생 마음껏 사랑의 나래를 펼치도록 스네일을 내 품에 안겨 준 아들에게 고마음을 전한다. 아들과의 대화 속에는 스네일이 늘 화제가 되고 있다. 

먼저, 내 자신을 아끼고 사랑해서 나의 마음에 세로토닌으로 가득 채워 어느 누구에게든지 행복한 미소를 보내며 살아가려 한다. 사랑스러운 감정과 행복한 느낌을 갖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반려동물로서 스네일을 한 번쯤 길러볼 것을 권하고 싶다. 무엇보다 나이가 들수록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생명체의 신비에 흠뻑 젖어 미소를 잃지 않고 정신 건강에도 도움이 되는 길이라고 말하고 싶다. 

행복은 누가 가져다주는 것이 아닌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임을 터득했기에!

<김순자 수필가 「행복 호르몬- 반려동물 ‘스네일’이 주는 행복」>

『수필문학 2019년 3월호』
수필문학 펴냄│162쪽│1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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