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트레크와 그의 친구들
난쟁이 화가 툴루즈 로트레크와 19세기 파리 풍경을 생생하게 전해주는 예술만화 시리즈『화가들의 천국 물랭 루즈』3부작의 첫째 권이다.
자신의 시대에는 천박하고 무능력하다고 비난받았지만, 후대 예술에 큰 영향을 끼친 화가 로트레크는 프랑스 남부 명문 귀족가문에서 태어났다. 그는 어린 시절에 불의의 사고로 두 다리의 성장이 멈춰버렸고 기형적인 외모를 갖게 됐다. 부모의 근친혼 때문이라고 생각한 어머니는 죄책감에 시달려 아들을 과잉보호했으며, 로트레크는 어머니를 제외하고 어떤 여자와도 지속적으로 진지한 관계를 맺지 못했다.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술로 하루하루 지새긴 했지만, 로트레크는 타고난 재능과 열정을 화폭에 쏟아 부으며 몽마르트르의 밤풍경, 카바레의 무용수와 가수, 매춘부와 서커스 단원을 주로 그렸다. 퇴폐적인 분위기가 만연한 세기말의 풍경을 누구보다도 잘 포착한 화가가 바로 로트레크다. 그는 소외되고 불행한 삶을 사는 사람들과 동고동락하며 자신의 생생한 체험을 단순하면서도 자유로운 선과 색으로 훌륭히 표현했다.
이 책의 저자 그라디미르 스무자는 로트레크의 삶은 물론이고, 예술가들이 창작의 열기를 불사르던 예술의 황금기 ‘벨 에포크’를 완벽하게 재현해냈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로트레크를 비롯하여 화가들을 떠올려주는 그림과 색채가 생생하게 되살아나고, 아주 정교한 솜씨로 유명 화가들의 화풍과 색감을 잘 살려 곳곳에 배치했다. 또한 역사적인 배경과 실제 이야기를 교묘하게 패러디해서 유쾌한 웃음을 선사한다.
독서신문 1403호 [2006.5.14]
저작권자 © 독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