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명문장] 일본 여행을 더욱 재밌게… 『교토에 다녀왔습니다』
[책 속 명문장] 일본 여행을 더욱 재밌게… 『교토에 다녀왔습니다』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9.03.11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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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교토의 노포는 다음 조건들을 대개 충족한다. 
1. 대대손손 가업을 이어간다. 업종 변경은 있어도 큰 범위 안에서 엇비슷한 분야의 일을 할 것. 
2. 부침을 다소 겪어도 기본적으로는 꾸준히 장사가 잘 되고 있을 것. 
3. 오랜 경영으로 얻은 고객의 신용, 편애 등 인간관계에 기초한 무형 재산을 보유할 것(그래서 매체를 통한 대대적인 홍보를 선호하지 않는다). 
4. 그 가게만의 독창적이거나 개성적인 제품이 있을 것(그래서 대량 생산에 흥미가 없다). <46쪽>

편의점에서 흰색 비닐 우산을 사서 교토역 정류장에서 206번 버스를 탔다. (중략) 30여분을 달려 다카노 정류장에 내렸다. 거기서 동북쪽 방면으로 100미터 정도 골목길을 걸어 올라가니 서점 게이분샤 이치조 지점이 보였다. 이곳은 영국의 <가디언>지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 열 곳 중 한 곳으로 뽑은 서점이다. (중략) 1892년에 문을 연 서점 게이분샤 이치조지점의 시작은 30평 정도의 작은 책방이었다. (중략) 당시에는 따로 점장도 없이 아르바이트 점원들이 각자 특기나 관심분야를 살려서 서가를 하나씩 채워나갔다. 매출보다 흥미로운 서가를 만드는 일을 더 중시해서 점원들이 확신을 가지고 자신이 좋아하는 책들을 팔게 한 것이다. 점원들의 개성적인 큐레이션을 통해 다양한 가치들이 자연스럽게 뒤섞이면서 서점의 고유한 색깔을 만들어나갔다. <69~70쪽> 

예민한 사람이라면 이미 알아챘을지도 모른다. 교토 거리의 간판은 어딘가 조금 다르다는 것을. 패스트푸드점 '맥도날드'의 간판에는 본래 전 세계 어디에서나 새빨간색 바탕에 진노랑색 로고가 박혀 있지만, 교토에서만큼은 갈색 바탕에 채도가 낮은 노란색 로고, 그리고 흰색 알파벳 글자로 이뤄져 있다. (중략) 교토에는 경관 조례법이 있어 지나치게 화려한 간판 색깔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브랜드 이름의 글자 색상은 흰색, 검정색, 갈색 외에는 접수가 되지 않고 특히 선정적인 느낌의 빨간색은 엄격히 금지돼 있다. 또한 교토의 특정 거리는 건물 높이도 20미터까지로 제한돼 있다. 아무리 높아도 대략 5층 건물을 넘어설 수 없다. 기온, 가미시치겐 등의 유명 화류가에는 전봇대나 전선이 보이지 않는다. <95~97쪽> 

'처음오신 분은 정중히 거절합니다.' 게이코와 마이코가 손님을 접대하는 오차야에서는 이러한 원칙이 있다. 이른바 이미 친분이 있는 손님과 그 손님이 신용을 보장하는 새 손님만을 정성껏 맞이하고 '처음 오신 분은 정중히 거절합니다'라는 뜻이다. 이것만큼은 누가 뭐라 해도 굳건히 지키는 교토 화류가의 엄격한 원칙이다. 권력을 가진 정치인이라도, 돈이 많은 대기업 사장님이라도, 누구나 얼굴을 알아보는 유명한 연예인이라도, 소개 없이는 단호하게 출입 금지다. (중략) 오차야에서는 손님의 프라이버시를 지키는 일이 생명만큼 소중하다. 마이코와 게이코는 연회 자리에서 들은 손님들의 대화 내용은 물론이고 누가 손님으로 왔는지조차, 함꼐 생활하는 동료들을 포함해서 그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않아야 한다. <155~156쪽> 

『교토에 다녀왔습니다』
임경선 지음 | 예담 펴냄│272쪽│1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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