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도시는 크고 작은 다양한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그리고 그 공간에는 저마다의 '역사'가 깃들어 있다. 굳이 북유럽이나 해외가 아니어도, 늘상 지나치는 동네 곳곳이 누군가에게는 추억이 스며든 역사적 공간으로 자리한다.
이 책은 건축가 유현준 교수가 자신만의 추억이 담긴 공간에 보내는 러브레터다. 그는 인간으로서, 건축가로서 자신을 성장하게 한 도시의 요소와 장소들을 꼽았다. 무려 121개에 달한다.
저자는 생애 첫 기억이자 건축에 대한 최초의 기억이기도 한 '마루'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다음 자신이 태어난 동네인 구의동에서 본격적으로 '별자리 여행'을 서술한다. 책에서 말하는 별자리란 나를 형성한 공간, 지금 나에게 필요한 공간 그리고 인생에서 희미하지만 아름답고 행복했던 시공간을 의미한다.
저자의 별자리에는 첫사랑이 이사 간 동네처럼 지극히 사적인 장소도 있고, 건축가의 눈에만 반짝반짝 빛나는 공간도 있다. 또 연애하기 좋은 공간, 혼자 고독에 빠지기 좋은 장소, 도시 속 숨겨진 보석 같은 공간 등을 저자의 인생과 경험을 바탕으로 의미있게 풀어낸다.
저자는 어린 시절 늘 동생을 잘 보살폈던 형과의 추억이 담긴 어린이회관 과학관을 떠올리며 흐믓해하다가도 버려진 놀이동산처럼 돼버린 현재 모습에 가슴아파 한다. 또 어린시절 어린이대공원이 아닌 어린대공원이 내려다 보이는 아차산으로 데려가 "사람이 없어 얼마나 좋으냐"고 말했던 아버지의 말에 어이 없어했던 기억도 소환한다. 또 국내뿐만 아니라 여행·유학으로 들렀던 세계각지를 소개한다.
저자는 "건축을 배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다른 도시에 가서 한달 이상 살아보는 것"이라며 "호텔 식당이 아닌 동네 시장에서 장을 봐 음식을 먹으며 도시를 느껴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에게는 보스턴, 뉴욕, 로마가 그런 곳이다.
그간 간과하고 지나쳤던 공간 속 의미가 살아나면서 나와 도시가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돼 있는지, 또 '나만의 도시'가 얼마나 아름답고 소중한지를 느끼게 하는 책이다.
『당신의 별자리는 무엇인가요』
유현준 지음 | 와이즈베리 펴냄│426쪽│15,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