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 “꽃 피는 3월, 연애·결혼에 골인하려면…” 홍유진 매칭전략연구소 대표
[특별인터뷰] “꽃 피는 3월, 연애·결혼에 골인하려면…” 홍유진 매칭전략연구소 대표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9.03.03 09: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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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오재우 기자]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인생을 계절에 비유한다면 연애나 결혼은 아마 3월 정도가 되지 않을까. 날이 따스해지면 으레 피어나는 온갖 꽃들, 우리네 인생에도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그런 꽃들이 피어난다. 설령 피우지 않으려고 해도 막을 수 없다. 꽃이 피어야 초록 잎이 나고, 열매를 맺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연의 순리이자 인생의 순리다.   

그러나 요즘은 어느 누구에게도 연애와 결혼이라는 꽃을 피우는 일이 쉽지 않아 보인다. 늦은 나이까지 결혼을 기피하다가 결국 혼자 사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경제적·사회적인 어려움을 이유로 결혼의 선행조건인 연애조차 포기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보도도 나온다. 

“연애·결혼, 해야 하나?”라는 질문이 사회적으로 화두가 되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은 대개 ‘개인의 판단’에 맡겨지지만, 마음 한 켠에 자리 잡은 허전함과 외로움은 피할 수 없다. 사실 연애와 결혼, 누구나 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그 앞에 서 있는 이런저런 ‘장애물’, 즉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들’이 너무 크게 다가온다. 

누군가에게서 명쾌한 조언을 얻을 수 있다면 덜 고민하고 덜 번민할 수 있을까. 그래서 한국에서 연애와 결혼에 대해 가장 잘 알만한 사람을 수소문했고, 곧 홍유진 매칭전략연구소 대표를 찾을 수 있었다. 

홍 대표는 대한민국 1호 커플매니저이자 바로연, 레드힐스, 닥스클럽, 듀오, 대명위드윈 등 유수의 결혼정보회사 임원과 대표를 거친 연애·결혼 전문가. 홍 대표가 20년 동안 상담한 남녀만 1만명 이상, 성혼시킨 남녀만 1,000쌍 이상이다. 그가 2001년 듀오에서 기획한 ‘평양처녀 서울총각’ 남남북녀 미팅 이벤트는 세계적으로 주목받았으며, 비인기 직업의 매력을 재조명한 ‘멋진 경찰들과의 100쌍 단체 미팅 이벤트’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전국 릴레이 미혼남녀 2002명의 미팅 이벤트’ 등이 그의 작품이다. 경력으로 볼 때 연애·결혼에 있어서는 이 시대의 ‘월하노인’이라고 불러도 부족하지 않을듯했다. 서울숲역 근처 ‘북카페 초록’에서 홍 대표를 마주했다.

-꽃도 피고 사랑도 피는 3월이다. 짝을 찾고 싶은 외로운 남녀에게 인사 부탁드린다. 

요즘 젊은 남녀들은 남한테 상처받는 걸 싫어하고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잖아요. 또 취업이 힘들고 주머니 사정이 어렵다 보니, 결혼은 물론 연애조차 하기 어려우리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제가 싱글분들에게 꼭 드리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혼자 있으면 편하지만, 짝이 있으면 행복합니다. 연애나 결혼을 통해 행복을 찾는 데에는 돈이 많이 든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사실, 과거 돈이 없던 시절에도 연애와 결혼은 다 했었습니다. 

저는 ‘결혼도 복지다’라는 말을 자주 하는데요. 누군가를 만나려는 ‘설렘’ 자체를 가지는 것만으로 일단 몸이 건강해지고, 몸이 건강해지면 일하는 데에 활기가 넘치게 되고, 그러면 자연히 자신이 속한 조직에 좋은 영향력을 끼치게 되고, 국가적으로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은, 애인을 만들거나, 누군가를 만나려고 하는 ‘설렘’을 많이 가졌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대한민국 커플매니저 1호, 유수의 결혼정보회사에서 임원, 대표를 지냈고, 24년 동안 1,000쌍 이상을 성혼시켰다. 이 정도면 커플매니저가 천직이다. 롱런하는 비결이 있다면… 

기본적으로 사람에 대한 관심을 많이 두는 편이에요. 봉사활동이나 세미나를 가도, 목욕탕이나 카페에서도, 어디를 가든 저는 무엇보다 사람 알아가는 것을 가장 좋아합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사람에 대한 많은 경험이 쌓였고, 그러다 보니 이제는 어떤 사람의 외양만 보고도 대강 나이는 몇 살인지, 혹은 어떤 사람이 말하는 몇 개의 단어나 하는 행동을 보고 ‘이 사람은 이럴 것이다’ 하는 게 보이더라고요. 얼마 전에는 외양만 보고 어떤 남성분이 ‘76년생’이라는 사실을 알아맞혔어요. 그 남성분은 저에게 자기 나이를 외양만 보고 알아맞힌 분은 처음이라고 말했죠. 이 정도로 사람 알아가는 것을 좋아하니, ‘커플매니저’라는 용어가 생기지도 않았을 당시 대기업에 입사해서 사람과 사람의 인연을 맺어주는 일을 맡았을 때 잘 해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24년 동안 20대에서 70대를 아우르는 많은 사람을 만나 이들을 분석하고 연구하면서 인연을 만들어주는 일이 저에게는 굉장히 큰 행복이었고, 롱런할 수 있는 비결이라면 비결인 것 같아요. 

-성혼한 1,000여 쌍, 정확히 몇 쌍인가? 지금도 잘살고 있는지 궁금한데…

1,000쌍이 넘은 후로는 카운팅을 안 해요. (웃음) 잘살고 있다고 연락이 오는 사람들도 있지만, 보통 사람들은 자신들의 만남이 커플매니저를 통해 이뤄졌다는 것을 밝히기를 꺼려서 티를 안 내려고 해요. 성형외과나 은행이나 결혼정보회사의 공통점은 많은 사람이 이용하지만, 이용했다는 사실을 티를 내지는 않는다는 거죠. 물론, 잘살고 있다는 소식을 간간이 전하며 연락하는 사람도 꽤 있습니다. 저를 통해 성혼한 사람 중에 따로 불만을 가지고 클레임을 걸어온 사람은 제가 기억하기로는 딱 한 명 있었어요. (웃음)     

[사진= 오재우 기자]
[사진= 오재우 기자]

-커플매니저 24년, 일에서 특별히 깨달은 점이 있다면…

지금까지 만나왔던 싱글분들이 공통적으로 상대방의 성장가능성, 혹은 잠재력을 너무 생각 안 하시고 만나보기도 전에 조건만 보고 편견을 갖는 경향이 있습니다. 현재의 연봉이나 직업 같은 조건들을 보고 “이 사람은 너무 연봉이 적다” “이 사람하고 앞으로 어떻게 먹고살아요”하고 만남을 원천봉쇄하는 식이죠. 그런데 세상은 끊임없이 변합니다. 예를 들어 지금은 인기 있는 공무원이 20년 전만 해도 아주 인기 없는 직종이었어요. 반대로 소위 ‘사’자가 붙은 전문직들은 20년 전에는 만나기 어려운 상대였지만 지금은 조금 평범해지고 있죠. 과거 임대업을 하고 있다고 하면 백수건달이라고 생각해서 결혼정보회사에서 가입조차 받지 않았어요. 그런데 지금은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고 하죠. 또 예전에 ‘만화가’라고 하면 인식이 좋지 않았지만, 지금은 웹툰 제작하는 사람들 수입이 어마어마하거든요. 유튜버도 마찬가지죠. 직업뿐만 아니라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은 돈을 벌지 못하지만, 나중에 터질 수 있어요. 요는, 사람을 만나보기도 전에 편견을 갖는 자세를 버리고, 먼저 그 사람을 직접 만나보고, 상대를 더 알아보려고 하면 어떨까 생각해요.  

또 한 가지 이번에는 여성들에게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어요. 지금 여성의 사회진출이 많아지고, 남성보다 능력 있는 여성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연애에 있어서 여성들은 여전히 19세기에 머물고 있다는 기분이 들어요. 머리에서 무릎까지는 최첨단을 달리는데 고무신 신고 있는 느낌이랄까요? 아직도 남성들이 다가오기를 바라고 있고, 남성들이 적극적으로 다가오지 않으면 연애를 할 수 없다고 소극적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지금은 남성들이 집안일을 하고 육아도 맡아서 하는 등 연애나 결혼에 대해 부담감을 느끼는 시대에요. 과거 남성들이 적극적이었다면 이제는 그렇지 않아요. 여성이 연애나 결혼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생각해요.   

-소위 ‘궁합’이라는 게 있는지 궁금하다.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아직도 사주나 띠로 궁합을 얘기하시는 분이 있는데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궁합은 ‘상호보완’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머리를 쓰는 일을 하는 분이 짝을 찾는다고 하면 비슷하게 머리를 쓰는 일을 하는 사람과 짝을 맺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많아요. 그런데 머리를 쓰는 직종이라면 몸을 쓰는 직종과 짝을 맺는 게 더 잘되는 경우를 많이 봤어요. 예를 들어 연구원이면 예체능계와 만나면 좋아요. 성격도 그래요. 소심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과 짝을 맺는 편이 훨씬 오래간다고 느껴요. 비슷한 사람끼리 같은 길을 30년 40년 가면 더 많은 이야기를 할 것 같지만, 어느 순간 지치게 돼 있어요. 반대로 상반되는 상대를 만나 살면서 상대에 대한 매력을 발견하게 되고,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상대방으로 인해 채워갈 수 있어요. 이런 분들이 더 행복한 결혼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는 것 같아요. 

-‘자만추’(‘자연스러운 만남 추구’의 약자로 소개팅이나 맞선 같은 만남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뜻)라는 단어가 지난해부터 유행이다. 커플매니저로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저는 이런 신조어가 나온 이유가 요새 사람들이 점점 사람에 대한 관심을 줄여가기 때문이라고 추측해요. 과거 우리나라 사람들은 오버한다 싶을 정도로 남에게 관심이 많았어요. 옆집에 누가 사는지는 당연히 알고, 숟가락이 몇 개인지, 누구 집 딸이 언제 집에 오는지 파악할 정도였어요. 남의 집 자녀가 결혼 적령기면 중매로 지인을 소개해주는 일도 흔했죠.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이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잘 두지 않는다고 느껴요. 그렇기에 만남 자체를 어색하게 느끼고 꺼리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자연스럽게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만남이 줄어가는 거라고 생각해요. 자연스러운 만남을 추구한다고 하지만 실상은 그저 사람들이 만남을 회피하고 만남에 대해 노력하지 않으려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연애는 필수, 결혼은 선택” 가수 김연자의 노래 ‘아모르 파티’ 가사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결혼, 해야 하는가? 한다면 뭐가 좋은가?

(웃음) 결혼을 하라 마라는 쉽게 이야기할 수 없어요. 그러나 제가 앞에서도 언급했듯, 결혼은 복지라고 생각해요. 하는 게 안 하는 것보다 삶의 질적인 측면에서 더 좋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과거에는 평균수명이 짧았어요. 그런데 지금은 백세시대, 백이십세시대라고들 하죠. 이런 시대에 결혼 안 하고도 행복하신 분들이 물론 있을 거예요. 그런데 제가 정말 많은 사람을 만나는데요. 오랫동안 혼자이신 분들과 결혼해서 짝이 있으신 분들의 삶의 모습은 대체로 달라요. 보통 혼자 사시는 분들은 얼굴에 그늘이 있어요. 50대 노총각·처녀분들은 “내가 진작 할 걸”이라고 후회해요. 혼자여서 편할 수도 있지만, 혼자이기 때문에 감수해야 할 것들도 많아요. 백번 양보해서, 긴 인생을 살면서 실패하더라도 한 번 해보는 게 나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그 경험이 싫다면 할 수 없겠지만요. 
관점을 달리해보는 것도 좋아요. 결혼을 꼭 구속이라고 여기는 것보다 우리 사회가 오랫동안 만들어온 좋은 문화라고 보면 좋겠어요. 우리 부모님들이 결혼해 살아오신 모습들을 보면 그렇게 나쁜 삶만은 아니잖아요. ‘소확행’(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작지만 확실하게 실현 가능한 행복)이라는 단어의 의미에 늘 결혼생활은 빠지는데 부부가 서로 다른 부분을 소소하게 맞춰가며 사는 행복도 ‘소확행’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결혼을 위해 갖춰야 할 남녀의 소양이 있다면…

인성이라고 생각해요. 인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아요. 24년 커플매니저를 하며 느낀 점은, 외모나 경제력 등 조건은 변한다는 거예요. 그런데 인성은 잘 변하지도 않을뿐더러 잘 고쳐지지도 않아요. 예를 들어 늘 자기가 먼저여야 하고, 자기가 상처받는 것만 생각하면 안 돼요. 한발 양보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양보하지 않는 사람끼리는 아무리 노력해도 이뤄지지 않아요. 또한 가식적인 태도보다는 상대방에게 자신의 진심을 솔직하게 보여주는 자세가 필요해요. 예를 들어 캐치볼을 할 때 상대방에게 공을 던져야 상대방이 받을 수 있는 거고, 다시 그 공이 나에게 돌아올 수도 있는 거예요. 자신의 진심을 전할 때 상대방도 진심을 전할 마음이 생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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