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정상회담, 결렬된 진짜 이유는...
북미정상회담, 결렬된 진짜 이유는...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9.02.28 18: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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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연합뉴스]
[사진출처=연합뉴스]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베트남 하노이에서 기록됐던 의미 있는 역사의 기록이 미완의 초고로 남게 됐다. 필자로 나섰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모두 별다른 소득 없이 협상장을 떠났기 때문이다. 미국과 맞붙어 65년 넘게 휴전을 이어온 북한이 미국과 싸워 이긴 승전국 베트남에서 미국과 마주 앉아 ‘하노이선언’이란 책의 내용을 논의했지만 합의점을 찾는 데는 실패했다.

지난해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가진 1차 북미정상회담에 이어 약 8개월 만에 마련된 2차 북미정상회담의 시작은 화기애애했다. 첫 만남부터 덕담과 칭찬이 오갔고 회담 이틀째인 28일 김 위원장은 “비핵화 의지 없다면 여기 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비핵화 의지를 피력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은 경제적으로 아주 특별한 나라가 될 것”이라고 화답하면서 장밋빛 결과를 기대하게 했다. 이 과정에서 북한은 영변 핵 발전 시설을 폐쇄, 평양에 미국과의 연락 사무소를 설치하고 미국은 그에 상응하는 제재 완화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보도가 전해졌으나 이날 오후 최종합의가 결렬되면서 한반도 정세에 짙은 어둠이 깔렸다.

백악관 대변인은 “두 정상은 비핵화와 경제 주도 구상을 진전시킬 다양한 방식에 대해 논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면서 “양측은 미래에 만날 것을 고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보이며 모든 경제 제재의 완화를 원했다. 하지만 비핵화가 우선할 때 제재완화가 가능하다. 완전하고 불가역적인 비핵화 방안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양측이 비핵화와 제재완화의 선제조치를 두고 밀고 당기기를 하다 협상이 결렬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상황을 두고 전문가들은 “양국의 ‘불신’이 이번 사태의 원인”이라며 “결국 상호 불신 해소가 중요한 열쇠”라고 강조한다. 그간 서로가 속고 속여 왔던 역사 앞에 서로를 신뢰할 수 없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에 여섯 차례 다녀온 국제정세 전문가 서의동씨는 책 『다음 세대를 위한 북한 안내서』에서 “북한과 미국 간에는 그간 많은 합의가 이뤄졌으나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가장 큰 문제는 서로가 상대방을 불신했기 때문”이라며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가 체결됐지만 미국은 제때 약속을 지키지 않아 불신을 키웠고 결국 합의가 파기됐다. 2005년에도 미국, 북한 등 6개국이 모여 북미 관계 정상화 합의를 이뤘지만 미국이 북한 위조지폐를 조사한다는 이유로 마카오에 있는 은행의 북한 계좌를 동결하면서 합의는 지켜지지 않았다. 북한도 약속을 지키지 않는 일이 많았지만, 미국의 경우 정권이 바뀌면 이전 정부가 북한과 했던 합의를 뒤집곤 했다”고 말한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핵 개발 동결을 대가로 이란의 경제제재를 해제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합의를 깨버린 전례 등이 미국에 대한 북한의 불신을 키웠다는 주장이다.

이어 그는 “북한은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국제사회의 제재를 벗어날 길이 없음을 잘 알고 있다. 북한은 체제가 보장되면 위험한 핵을 안고 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다만 (북한은) 미국이 트럼프 대통령 이후에도 북한에 계속 호의적일지를 알 수 없다는 불안감을 갖고 있다. 북미 관계가 풀리지 않는 가장 큰 이유 역시 이러한 서로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두고 협상에 능한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제재에 지친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간파하고 벌인 협상전이라고 분석한다. 트럼프 대통령 본인도 러시아 스캔들과 성매매 스캔들로 궁지에 몰려 북한 핵문제 해결이라는 정치적 업적이 필요하지만, 경제난에 허덕이는 북한의 간절함이 더욱 크다고 보고 승부수를 던졌다는 것이다.

북한 김일성대학 출신의 탈북자 주성하씨는 책 『조선 레볼루션』에서 “나는 김정은이 핵을 폐기하고 북미 수교와 대북제재 해제, 국제사회의 지원을 원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재 미국 정부가 강경 정책을 쓰고 있기 때문에 김정은은 ‘내가 핵을 폐기하기로 한 결정이 맞는 것일까’라는 갈등을 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며 “북한에게 핵무기는 장기집권에 필요한 경제다. 북한은 워낙 가난한 국가이기에 노선만 잘 세우면 최고 연 30% 성장까지 이룰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김정은이 핵 폐기 카드로 미국과 흥정에 나선 것도 결국은 자기가 살기 위해서다”라고 말한다.

협상 결렬 후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앞으로 몇 주간 내 합의를 기대한다”고 여지를 남긴 만큼, 국제사회가 담보할 수 있는 ‘신뢰의 결단’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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