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이 책의 저자는 도슨트다. 사람 이름이라고 생각하기 싶지만, 도슨트는 미술관에서 작품과 감상자 사이에 서서 작품을 설명하는 사람을 말한다. 이 책의 저자는 국립현대미술관의 도슨트다.
저자는 도슨트로 근무하면서 우리나라 작가의 작품에 빠져들어 감동하고 공감하게 됐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시대에 따라 변하는 흐름도 파악할 수 있었다. 그래서 우리나라 근·현대미술 100년의 계보를 정리하기로 마음 먹었고 이 책은 그 결과물이다.
정연두는 미술대학에서 조소를 전공한후 작품에 요리, 댄스, 설치, 비디오아트 등 다양한 도구를 활용해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다양한 미디엄(예술 표현의 수단)을 사용하지만 관개은 대부분 작가의 작품을 기록한 동영상이나 사진으로 감상하기 때문에 정연두는 '사진작가'라고 불린다. '원더랜드' 시리즈는 정연두 작가가 유치원에서 세 달간 무보수 미술 교사로 일하면서 어린이들과 함께한 작업이다. 어린이들의 황당한 상상력을 구도, 중력, 원근법이 없는 사진으로 강조해서 표현해 냈다. 'Wonderland-Afternoon Nap'에는 엄마의 분신 같은 딸, 아직은 딸의 전부인 엄마의 모습이 담겨 있다.
이쾌대는 삼만 석 집안의 아들로 태어났다. 집 안에 교회와 정구장과 학교가 있을 정도 부자였다고 한다. 다만 화가로서 유명세를 날리지는 못해 같은 시대를 살았던 화가 김환기, 이인성, 이중섭에 비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카드놀이하는 부부'는 이쾌대가 자신과 아내 유갑봉을 그린 그림이다. 아내의 얼굴에서는 단단함이 엿보이는데, 후일 남편이 월북한 후 남한에서 홀로 이쾌대의 작품을 지켜낸 꿋꿋한 품성이 드러난다.
최호철의 작품 '을지로 순환선'을 보면 전철 안에 있는 사람들과 전철 밖의 광경이 만화처럼 그려져 있다. 익숙한 장면이 오히려 낯섦을 드러내며 흥미롭게 비쳐진다. 또 우리에게 익숙한 장면이 외국인 관람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해 큰 관심을 받았다. 도슨트인 저자는 "'을지로 순환선'은 내가 우리나라 작가들에게 눈을 돌리게 된 계기 중 한 에피소드"라며 "우리에게 익숙한 것이 외국인에게는 낯설지만 매력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고 말한다.
『처음 가는 미술관 유혹하는 한국 미술가들』
김재희 지음 | 벗나래 펴냄|272쪽|1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