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역사라는 건 어쩌면 상대적으로 차별받는 존재들이 온전한 권리를 찾아가는 과정인지도 모르겠다.”
과거 최하층 신분이었던 노예는 인간인데도 인간다운 대접을 받지 못했다. 물리적인 힘이 약했던 여성이 남성에 필적하는 권리를 되찾기 시작한 지도 얼마 되지 않았다. 동물도 마찬가지다. 과거 동물은 인간의 식량이자 장식품, 노동력, 전쟁 도구였다. 그러나 18세기 이후 과학이 발달하면서 동물 역시 인간과 마찬가지로 감정과 고통을 느낀다는 사실이 알려지기 시작했고, 그 결과 오늘날은 동물권이나 동물 복지를 고민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이 책은 4백만년 가까이 지속된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담담하게 전한다.
홍수를 피한 동물들이 노아의 방주에서 내려 뿔뿔이 흩어지는 장면. 최초의 인간은 맹수와 그들의 먹잇감 사이에 있는 ‘어중간한’ 존재였다. 영화로도 만들어진 소설 『파이 이야기』의 주인공 파이가 벵골 호랑이 리처드 파커와 함께 태평양을 횡단하면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자신을 대신할 먹이를 끊임없이 잡아 바쳤기 때문이다.
이집트 남부 도시 콤옴보스 신전의 벽화. 왼쪽부터 차례로 따오기 머리를 한 지혜의 신 토트, 호루스의 아내이자 결혼의 여신인 하토르, 클레오파트라의 아버지인 프톨레마이오스 12세, 고양이 얼굴을 한 풍요의 여신 바스테트, 매의 얼굴을 한 호루스다. 이처럼 이집트인들은 신의 존재를 자신들이 신성시하는 동물의 모습으로 표현했다.
로마의 원형 경기장을 묘사한 그림. 다양한 맹수들과 검투사가 목숨을 걸고 싸우는 모습을 담고 있다. 스페인 왕실에서 고대 로마 시대의 한 장면을 그림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당시 검투사 대 맹수의 대결을 ‘로만 서커스’라고 불렀는데, 노예와 동물의 막대한 희생이 따랐다.
독일 함부르크의 하겐베크 동물원. 코끼리 우리를 둘러싼 도랑과 담장 때문에 코끼리가 밖으로 나올 수는 없지만, 긴 코로 관람객이 주는 먹이를 받아먹을 수 있다. 현재 거의 모든 동물원이 창살 없는 전시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동물원에서 만난 세계사』
손주현 지음│라임 펴냄│240쪽│1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