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는 억울하다”... 논란 속 진실은?
“김경수는 억울하다”... 논란 속 진실은?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9.02.22 15: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사진출처=연합뉴스]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여기(교도소 ) 있는 사람 중에 사연 없는 사람 없고, 억울하지 않은 사람 없다.” 지난해 인기리에 방영됐던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에 나오는 대사다. 감옥에 있는 각양각색의 범죄자 중 자신이 벌을 받을 만해서 받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다. 간혹 실제로 정말 억울하게 옥살이하는 사람이 없지 않으나 이를 포함한 모든 수감자의 마음속에는 ‘억울함’이란 감정이 동일하게 자리한다.

2017년 3월 10일 국정농단 혐의로 파면당할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측근에게 “아주, 매우 억울하다”고 토로했다고 한다. 구속된 이후, 조사과정에서도 박 전 대통령은 “최순실에게 속았다. 억울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렇다면 대통령 탄핵이란 초유의 사태를 촉발한 장본인인 최순실씨는 어떨까? 그 역시 “박 대통령과 경제공동체임을 밝히라고 (특검이 ) 자백을 강요한다. 나는 너무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나라가 발칵 뒤집어지고 사회정의와 신뢰가 바닥에 떨어졌음에도 사건 당사자 모두는 줄곧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19일에는 일명 ‘드루킹 댓글 공작’ 사건으로 지난달 30일 법정 구속된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억울하게 구속됐다’며 더불어민주당 ‘사법농단세력 및 적폐청산 대책위원회’가 국회에서 기자 간담회를 개최했다. 발제자로 나선 차정인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범행 공모 단계에서 김 지사가 (범행을 ) 인지한 것만으로는 법리상 공범으로 보기에 부적합하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2016년 11월 9일 김 지사가 파주 느릅나무 출판사에서 댓글 조작에 사용하는 매크로 프로그램 ‘킹크랩’의 시연을 보긴 했지만, 프로그램 추가개발과 사용을 승인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앞서 김 지사 역시 같은 주장을 펼쳤다. 지난 1심 재판과정에서 김 지사는 2016년 12월부터 2018년 3월까지 포털 3사의 8,800만여 건의 작업 목록을 텔레그램으로 전달받은 것에 대해 “선플 운동인 줄 알았고 그래서 제때 확인하지도 않았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그러면서 “인사추천(드루킹이 지인을 오사카 총영사로 추천 )이 무산되자 불만을 품은 온라인 지지자들의 일탈이 이 사건의 본질”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드루킹 김동원씨도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문 대통령과 김 도지사는 우리가 하는 경제시스템에 관심을 보이고 (집권 후 ) 그렇게 하겠다고 했지만, 집권하자마자 태도를 바꿔 삼성전자 부회장을 풀어주고 이전 정부와 같이 포퓰리즘을 유지했다”며 “신의가 있다고 믿었는데 철저히 우릴 배신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자기 딴에는 좋은 뜻에서 한 행동인데 이용당해 억울하다는 주장이다.

이런 모습을 두고 최상진 교수는 책 『한국인의 심리학』에서 “억울한 감정은 피해를 받지 않아야 할 자신이 피해를 받았다는 데서 오는 당사자적 피해 심리를 주축으로 한다”며 “당사자적 피해심리에서 ‘부당한’ 피해의 기준은 객관적이라기보다는 주관적이며, 사회정의보다는 심정 논리에 기초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억울함의 기준이 철저히 개인의 주관적 잣대에 맞춰져 있으며, 그것이 사회정의와 어긋날 수 있다는 것이다.

유영근 부장판사 역시 책 『우리는 왜 억울한가』에서 “억울함은 기본적으로 잘못된 일에 대한 책임이 자신에게 있지 않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대다수 범죄자가) 돈을 못 갚거나 상대에게 해를 끼친 데에 저마다 이유를 대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며 “대개 (범죄자는 ) 잘못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설령 잘못을 인정하더라도 상대방의 과한 대응이나 세상의 매몰찬 대우에 불만을 갖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이어 “억울함은 명백히 부당하거나 불법적인 대우를 받았을 때 생기는 것은 물론이고, 뭔가 좋지 않은 상황이 외부의 요인으로 생겼을 때 굳이 꼭 찍어서 말하긴 어려워도 괜히 짜증나고, 분하고, 밉고, 그런 불편한 심정을 통틀어 억울하다고 표현한다”며 “억울함은 누구나 느끼는 보편적인 정서지만 나 자신에게는 늘 특별하다”고 말한다.

김 지사의 ‘억울함’이 국민 대다수가 공감하는 ‘결백’에서 비롯한 감정인지 혹, 정권창출 과정에서 발생한 ‘과실’에서 비롯한 불편한 느낌은 아닌지 우려스러운 시선이 쏠린다.


  • 서울특별시 서초구 논현로31길 14 (서울미디어빌딩)
  • 대표전화 : 02-581-4396
  • 팩스 : 02-522-6725
  • 청소년보호책임자 : 권동혁
  • 법인명 : (주)에이원뉴스
  • 제호 : 독서신문
  • 등록번호 : 서울 아 00379
  • 등록일 : 2007-05-28
  • 발행일 : 1970-11-08
  • 발행인 : 방재홍
  • 편집인 : 방두철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 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고충처리인 권동혁 070-4699-7165 kdh@readersnews.com
  • 독서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독서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readers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