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돼버린 국내산 생태탕... 혹시 ‘대구 전쟁’을 아시나요?
불법 돼버린 국내산 생태탕... 혹시 ‘대구 전쟁’을 아시나요?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9.02.17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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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지난 13일에는 때아닌 생태탕 논란으로 전 국민이 큰 혼란을 겪었다. 생태, 코다리, 황태의 원재료가 되는 명태가 멸종 위기에 처하자 어족 자원 보호를 위해 정부가 내린 어획 금지 명령이 생태탕 판매 금지로 와전된 것이다. 뒤늦게 해양수산부는 국산 명태 유통만 단속한다고 해명했지만, 국내에서 유통되는 생태탕은 모두 ‘외국산’이라는 각인효과만 크게 낳았다. 탐욕의 대가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간 명태는 생태(갓 잡은 명태 ), 동태(급랭시킨 명태 ), 황태(동결과 해동 반복시킨 명태 ), 북어(바닷바람에 말린 명태 ), 코다리(내장과 아가리를 빼고 반건조시킨 명태 ), 노가리(어린 명태 말린 것 ) 등 다채로운 모습으로 밥상에 오르면서 국민 생선으로 사랑받았다. 다만 생태계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어획하면서 1981년도에 연평균 14만t에 달하던 어획량이 2010년 들어서는 연평균 2t으로 줄어들었고 근래에는 거의 잡히지 않고 있다.

위기감을 느낀 정부가 2014년부터 명태 알을 부화시켜 얻은 치어(어린 명태)를 바다에 방류해 개체 수를 늘리려는 시도를 벌였고, 이를 위해 수정이 가능한 살아있는 국산 명태 한 마리당 50만원의 보상금을 지급하기도 했다. 지난해까지 정부는 총 31만6,000여 마리의 치어를 방류했지만, 결과는 시원찮았다. 지난해 말 강원도 고성군 공현진 앞바다 인근에서 일회성으로 명태 2만1,000여 마리를 잡는 데 그쳤다.

주광현 제주대학 석좌교수는 책 『독도강치 멸종사』에서 “적자생존의 생태계에서 자연에 대한 인간의 소비와 개입은 불가피하다. 문제는 그 정도가 지나쳐서 자연의 부양 능력을 넘어선다는 데 있다”며 “그간 인류가 지구의 강자로 군림해갈수록 생명의 숨소리는 잦아들었다”고 말한다.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인 인간의 탐욕으로 공존할 수 없는 구조가 형성된다는 것이다.

이런 모습은 서구권에서도 관측된다. 우리나라의 국민 생선이 명태라면 서구권에서 가장 사랑받는 생선은 대구다. 고대 스페인 동북부 바스크 지역에서 소금에 절인 절임 대구가 처음 등장한 이후, 절임 대구는 장거리 항해를 가능케 하면서 대항해시대의 서막을 여는가 하면, 종교 탄압을 피해 영국을 떠나 뉴잉글랜드(영국의 식민지 )에 정착한 사람들(현재의 미국인 )에게는 소중한 먹거리가 돼 주었다. 대구 무역 중심지로 떠오른 뉴잉글랜드(매사추세츠 앞바다는 세계 4대 어장 중 하나) 정착인들은 유럽에 절임 대구를 판매하면서 든든한 경제적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다.

하지만 대구의 가치 상승은 곧 전쟁으로 이어졌다. 영국은 식민지를 통제하는 방편으로 대구 무역을 금지하면서 미국의 독립전쟁을 촉발했고 영국과 아이슬란드는 대구 어업권을 두고 다투는 이른바 ‘대구 전쟁’을 세 차례나 겪었다. 그 결과 ‘대구 전쟁’은 국제해양법상 경제수역이 200마일로 정해지는 결과를 낳았다. 이에 미국 작가 마크 쿨란스키는 책 『대구』에서 “세계 역사와 지도가 대구 어장을 따라 변해왔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책 『세상을 바꾼 음식 이야기』의 공동 저자 홍역희·이영미씨는 “19세기 영국의 과학자들은 바다에는 엄청나게 많은 대구가 수백만개의 알을 낳기 때문에 대구를 아무리 많이 잡아도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무분별한 남획으로 대구는 멸종 위험을 맞고 있다”며 “대구뿐 아니라 물고기 가운데 약 60%가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다. 인간의 욕심에 의해 파괴돼 가는 환경 보존의 중요성을 다시 생각해야 할 시점이다”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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