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동 못 보게 국가가 사생활 침해?... https 차단 논란
야동 못 보게 국가가 사생활 침해?... https 차단 논란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9.02.17 1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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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지난 12일 정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국내 단속을 피해 온 성인·도박 사이트를 단속하고 나서면서 반발이 크게 일고 있다. 정부의 야동(야한 동영상) 시청권 제한에 대한 반발부터 정부의 인터넷 검열에 대한 우려까지 다양한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지난 11일부터 정부는 ‘보안 접속 프로토콜’(HTTPS·암호화된 URL 주소와 데이터 전송 )의 보안 허점(서버 이름이 암호화되지 않는 점을 이용해 해당 사이트 차단 가능)을 이용해 불법 사이트 단속에 나섰다. 이용자가 https가 적용된 사이트에 접속하는 첫 교신 순간에 암호화되지 않은 행선지 정보가 한 차례 발송되는데 정부가 이 순간을 포착해 단속하겠다는 것이다.

일부 누리꾼은 “다 큰 성인이 야동을 보는 것이 무슨 잘못이냐”며 “우린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영화 ‘인터스텔라’ 슬로건)라고 반발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다른 누군가는 “날씨(정부)야/네가/아무리 추워(막아)봐라/내가/옷 사입(포기하)나/술 사(우회로 찾아)먹지”라고 신천희 시인의 시 「술타령」을 패러디하기도 했다.

유튜버 ‘미주의 일상’ 역시 12일 방송에서 “현재 OECD 국가 중 성매매, 포르노 제작이 모두 불법인 나라는 대한민국밖에 없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HTTP는 봉투가 없는 엽서 같은 것으로, 내용이 드러나 있기 때문에 그간 정부가 내용을 엿볼 수 있었다. 반면 HTTPS는 편지 봉투 안에 든 엽서이기 때문에 정부가 내용을 확인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 (정부가) 그 편지 봉투를 모조리 다 뜯어서 내용이 맘에 들지 않을 경우 편지를 상대에게 전해주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성인 사이트를 시작으로 모든 사이트를 검열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청와대 청원에 오른 비판 글도 높은 참여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 11일 등장한 'https 차단 정책에 대한 반대 의견'란 글에서 청원인은 “https는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보안을 강화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이를 통해 우리는 정부 정책에 대해 자유로운 비판이나 의견을 제시할 수 있었다”며 “해외 사이트에 퍼져있는 리벤지 포르노의 유포 저지, 저작권이 있는 웹툰 보호 등의 목적을 위해서라는 명목에는 동의하지만, (https 차단은) 인터넷 검열의 시초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해당 청원은 14일 오후 3시를 기준으로 17만4,000명의 동의를 얻었다.

실제로 논란이 된 인터넷 검열의 사례는 다수 존재한다. 2015년 3월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유료 만화 제공 사이트 ‘레진코믹스’가 성기노출, 성행위 등의 음란물 게재를 이유로 접속을 차단했는데, 당시 극히 일부 콘텐츠의 문제를 들어 접속 자체를 차단한 것은 과잉검열이라는 지적이 나오자 3시간만에 차단을 해제했던 일이 있었다. 이후 레진코믹스는 만화산업에 끼친 공을 인정받아 2014년 대한민국 인터넷 대상 국무총리상을 받으면서 방통위가 조롱거리에 올랐다. 이어 2016년 5월 24일에는 ICT 이슈 전문 웹사이트 ‘노스코리아테크’가 북한의 정보통신 현황을 전했다는 이유만으로 국가보안법 위반을 근거로 접속 차단 조치되기도 했다. 또 대통령을 연상케 한다는 이유로 ‘2MB18nomA’란 트위터 아이디 계정 접속이 차단된 경우도 있었다.

방통위가 생각하는 불법과 합법의 기준을 공개하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 입맛에 맞게 그때그때 기준이 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이번 조치를 두고 정부는 리벤지 포르노 유포 등의 피해를 막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고 해명하지만, 리벤지 포르노 등에 대한 국내 접속만 차단해, VPN(가상사설망)을 사용하거나 해외에서의 접속에는 무력한 상황이다. 거기다 사생활 침해에 대한 우려까지 낳으면서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책 『신해철의 쾌변독설』, 『마왕 신해철』 등을 출간한 가수 신해철이 2013년 자신의 트위터에 “애초에 게임 셧다운제에서 못 막았으니 더 치고 들어올 수밖에”라면서 “국민을 통치하고 교화할 백성으로 보는 문제보다는 그렇게라도 좋아지면 되는 게 아니냐는 노예근성들이 문제다. 비대한 공권력이 오만을 두르고 다음번에 침입하는 건 너네 집 안방이다”라고 남긴 날 선 비판이 회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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