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뚫고 봄을 ‘듣는다’… 가 볼 만한 주말 동백 여행지
겨울을 뚫고 봄을 ‘듣는다’… 가 볼 만한 주말 동백 여행지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9.02.16 08: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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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헤일 수 없는 수많은 밤을/내 가슴 도려내는 아픔에 겨워/얼마나 울었던가 동백 아가씨/그리움에 울다 지쳐서/꽃잎은 빨갛게 멍이 들었소.” 가수 이미자의 노래 ‘동백아가씨’.

‘꽃’ 하면 활성화되는 감각은 보통 시각과 후각이지만, 이미자의 ‘동백아가씨’처럼 동백꽃이 선사하는 감각은 청각을 포함한다. 동백을 보러 가는 사람들은 으레 동백을 ‘들으러’ 가기 때문이다. 개화시기는 1월에서 3월, 꽃말은 기다림과 애타는 사랑. 추운 겨울에 피어, 그 위에 눈이 하얗게 쌓여도 봄을 부르는 이 붉은 꽃의 마지막은 가볍게 ‘툭’ 떨어지는 소리가 난다.  

이 단아하면서도 애처로운 낙화는 숱한 문학가들에게 영감을 불어넣었다. 손병흥 시인은 그의 시 「동백꽃」에서 “온갖 시련마저도 굳건히 견디어 내고서/못내 시들지 않은 채 낙화하는 유일한 꽃”이라고 표현했으며 김윤자 시인은 시 「선운사 동백꽃」에서 “누가 네 앞에서 봄을 짧다 하겠는가”라고 썼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의 저자 유홍준은 “동백꽃이 지는 모습 자체는 차라리 잔인스럽다. 동백꽃은 송이째 부러지며 쓰러진다. 마치 비정한 칼끝에 목이 베어져 나가는 것만 같다”며 “내가 1978년 처음으로 동백꽃 지는 것을 봤을 때, 나는 이 세상의 허망이 거기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겨울과 봄의 사이, 사철 푸른 나무에서 동백꽃이 피고 마침내 툭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봄이 기필코 오고 있다는 소리이기도 하다. 한국관광공사는 최근 “이제 봄을 마중 나갈 시간”이라는 주제로 동백꽃을 볼 수 있는 여행지 세 곳을 추천했다.  

책 『동학농민혁명 문화탐방』을 펴낸 이병유 여행작가는 ▲특유의 강렬함과 시끄러움 ▲겨울부터 피는 생명력 ▲땅에 떨어져도 아름다운 모습을 동백꽃을 예찬하는 이유로 꼽으며, 강진 백련사 동백나무숲을 추천한다. 백련사 앞 5.2ha 면적에 심어진 1,500여 그루의 동백나무 숲. 이 숲에서는 숨을 죽여야 한다. 고요 속에서 동백꽃이 툭, 툭 떨어지는 소리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백련사에서 1km 정도 떨어진 곳에는 조선 후기 실학자 다산 정약용 선생이 유배돼 10여 년 동안 머물던 다산초당도 있다. 서울에서 강진으로 가는 가장 빠른 방법은 용산역에서 KTX를 타고 목포에 도착해 시외버스로 이동하는 것이다.  

이수린 여행기자는 한려해상국립공원에 위치한 경남 거제시의 작은 섬 지심도를 추천한다. 이 섬 전체 수목의 60%가 동백나무다. 동백나무가 하늘을 가릴 정도로 빽빽이 들어찬 숲도 많다. 1월부터 3월 말까지 피고 지는 동백은 이 섬에서 바다와 어우러진다. 해안선 길이가 3.5km인 작은 섬이기 때문에 두 시간 정도면 섬 전체를 돌며 붉은 동백 사이로 바다 내음을 맡을 수 있다. 거제시 장승포항에서 배를 타면 지심도에 닿을 수 있다. 뱃삯은 대인 14,000원, 소인 7,000원. 

책 『여행의 달인 춘천』, 『지금은 홍대 스타일』 등을 펴낸 김애진 여행작가는 “동백꽃 피고 지는 소리로 계절의 변화를 알 수 있다”며 여수 오동도를 추천한다. 오동도는 동백나무 3,000여 그루가 심어져있는 섬. 방파제로 육지와 연결돼 있는 이 섬은 방파제 위를 달리는 동백열차를 타거나 걸어서 들어갈 수 있다. 섬의 입장료는 무료지만, 매30분마다 출발하는 동백열차는 어른 800원, 어린이 500원이다. 서울에서 여수까지는 KTX를 타면 3시간.

이 외에도 ▲걸그룹 ‘소녀시대’의 윤아가 화장품 광고를 촬영했던 제주 ‘카멜리아 힐’ ▲조선시대 문신이자 시조 작가 고산 윤선도의 흔적이 남아있는 전남 완도의 보길도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촬영지이며 동백나무가 많아 ‘카멜리아’로도 불리는 경남 통영의 장사도 ▲김용택 시인과 김윤자 시인 등이 시의 소재로 활용했던 전북 고창의 선운사가 동백꽃으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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