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긋지긋한 ‘결정장애’ 탈피하려면... ‘완벽주의 버리자’
지긋지긋한 ‘결정장애’ 탈피하려면... ‘완벽주의 버리자’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9.02.13 13: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10여 년 전만 해도 심리학은 일반인에게는 낯선 학문·연구 대상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았다. 몸이 아플 때는 약을 쓰지만, 마음이 아플 때는 의지력을 발휘해 자신을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심리학에서 고민, 걱정 등의 원인을 찾고 치료 방법을 모색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정현민(34·가명)씨는 생각을 깊게 오래하는 습관을 갖고 있다. 원하는 물건을 새로 사려고 해도 기쁜 마음은 잠시뿐, 곧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한다’는 중압감에 짓눌려 고통스러운 시간을 맞이하는 경우가 많다. 어렵게 물건을 골라도 누군가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에 자신의 결정을 번복하기도 한다. 심리학 서적에서 정씨는 ‘자기 확신 결여’라는 진단명을 얻어냈다.

하지현 정신의학 박사는 책 『고민이 고민이다』에서 “자기 확신이 결여된 사람은 자신의 결정을 믿지 못한다. 자신의 결정이 미덥지 않으니 불안해하며 더 많은 정보를 찾으려 노력한다”며 “마침내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그 결론에 어긋나는 증거가 하나라도 나오면 원점에서 다시 시작한다. 지금의 나를 믿지 못하면서 완벽하고 무결점의 이상적인 결과를 기대하는 심리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완벽주의 성격이 문제라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하 박사는 “물건 하나 잘못 산다고 해서 인생에 큰 오점이 남는 것은 아니다”라며 “만족주의자가 돼라. 한번 선택하면 충분하다고 받아들이고 더 좋은 것이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서 걱정하지 말아라. ‘이 정도면 충분해’라고 생각하라”고 충고한다.

양현식(61·가명)씨는 늘 머릿속에 걱정이 가득하다. 옛이야기 속 할머니가 비가 오는 날에는 짚신 장수 첫째 아들을 걱정하고 화창한 날에는 나막신 장수 둘째 아들을 걱정했듯이 자식 걱정, 건강 걱정, 돈 걱정 등으로 골머리를 앓는다. 최근에는 주변 사람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에 자존감 저하에 따른 우울증까지 얻었다.

이런 상황을 두고 하 박사는 “적당한 수준의 걱정과 준비는 ‘긴장’이라고 하지만, 그 수준이 지나치면 ‘불안’이라고 말한다. 위험 정도를 과대평가하거나 과도하게 반응하면 고민과 불안이 계속되는 악순환을 낳는다”며 “고민의 우선순위를 정해라. 어려운 것과 불가능한 것, 상수와 변수, 싫은 것과 못하는 것을 구분해 큰 덩어리의 고민을 나눠 우선순위를 정해라. 팔을 쭉 펴서 반원을 그린 만큼만 처리한다는 마음으로 다가가 보라”고 권면한다.

서철원(33·남)씨는 노래방 회식에 참여할 때면 ‘안절부절’ 어쩔 줄을 몰라 한다. 신나는 노래는 흥을 제대로 살리지 못할까 봐, 잔잔한 노래는 분위기를 침울하게 할까 봐 걱정이 가득하다. 또 주변 사람이 노래 부를 때 얼마큼 반응해야 할지 눈치 보기 바쁘다. 서씨는 자신의 소심한 성격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데 그쳤으나 심리학에서 타인의 평판에 치중,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는 좀 더 자세한 원인을 발견했다.

하 박사는 “타인의 평판에 민감한 사람일수록 내 판단에 따른 타인의 평가가 나를 결정짓는다고 여긴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에 대한 평판을 지레짐작하거나 인상적인 평들을 ‘나에 대한 평가의 전부’로 인식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규정짓는다”며 “남들이 반대하던 것을 밀어붙였다가 잘되면 시기와 질투의 대상이 될 수 있고, 안되면 ‘꼴 좋다’는 조롱의 대상이 될 것이라는 불안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세상에 열명이 있다면 열명 모두가 나를 좋아하기를 바라기 때문에 고민하게 되는 것”이라며 “내가 무슨 짓을 해도 나를 싫어하는 한명은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라. 반대로 두명 정도는 나를 좋아한다. 나머지 일곱은 내게 관심도 없다”고 조언한다.

다만 모든 상황의 원인을 심리학에서 찾으며 아주 쉽게 ‘비정상’으로 판단하는 문제를 두고 하 박사는 우려를 제기한다. 그는 “예민하고 섬세한 사람들은 남에게 상처를 받으면 그 이유를 찾다가 심리학책이나 강연을 접하고 그것을 자신에게 대입하고 내면화한다”며 “이런 사람들은 내면의 깊은 성찰을 통해 ‘진짜 자신’을 발견하면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던 진짜 문제를 발견해 이 모든 괴로움을 단번에 끝낼 수 있다고 믿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고민만 깊어지고 결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만 쌓이게 된다”고 지적한다.

이어 “2009년 제12회 세계육상선수권대회 100m 경기에서 우사인 볼트가 9.58초라는 인간으로서는 불가능으로 여겨지는 기록을 세웠다. 이 외에도 허들, 멀리뛰기, 삼단뛰기에서 세계신기록이 여덟 개가 나왔다. 알고 보니 뒤에서 앞으로 적당히 순풍이 불고 있었던 덕분”이라며 “세상은 불확실하고 우리는 모든 변수를 통제할 수 없다. 어느 정도 고민을 하고 난 다음 결정을 내리고 나면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라. 그래야 숨통이 트인다”고 충고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