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아내의 외도를 부추겼던 천재 작가 이상… 문인들의 기이했던 삶
[리뷰] 아내의 외도를 부추겼던 천재 작가 이상… 문인들의 기이했던 삶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9.02.12 16: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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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이상, 김우진, 나혜석, 모윤숙… 이 책은 한국문단과 한국문학의 태동기를 온몸으로 맞닥뜨렸던 한국문단의 전설로 꼽히는 이들의 삶을 조명한다. 암울하고 척박한 시대와 처절히 사투를 벌이다가 끝내 자살하거나 요절, 불명예스럽게 퇴장했던 삶의 흔적을 더듬는다.  

자전적 소설 「날개」, 「봉별기」등으로 천재 작가란 수식어를 얻은 작가 이상은 당시 풍속에 어긋나는 괴이한 행동으로 한국문학의 돌연변이, 한국문학사의 이단아 취급을 받는다. 저자는 "이상이 동거녀 금홍이 다른 남자와 긴밀한 사이가 되더라도 방임하는 등의 당시 풍속과 상식으로는 납득하기 어려운 기행과 일탈을 일삼고 괴팍한 구석이 많다"고 전한다. 

실제로 이상은 소설 「봉별기」에서 금홍과의 만남과 연애, 동거생활을 묘사했는데, "우라는 불란서 유학생 유야랑을 금홍이에게 권했다. 금홍이는 내 말대로 우씨와 '독탕'에 들어갔다. '독탕'이라는 것은 음란한 설비였다"고 적었다. 또 "C라는 변호사에게도 금홍이를 권했다. C는 내 열성에 감동돼 하는 수 없이 금홍이 방을 범했다. 그러나 사랑하는 금홍이는 늘 내 곁에 있었다"고 서술한 바 있다. 

이상은 몸단장에 소홀해 머리는 늘 수세미처럼 엉켜있고 여름이나 겨울이나 같은 옷만 입는 단벌신사로 알려진다. 외모와 관련해 재밌는 일화가 전해지는데, 하루는 이상이 절친한 친구 화가 구본웅과 소설가 양백화와 길을 걸었다. 그랬더니 "곡마단 온거야?"라며 꼬마들이 졸졸 따라다녔다. 그도 그럴것이 이상은 귀신처럼 희고 창백한 낯빛으로 부시시한 머리를 하고 있었고 꼽추 구본웅은 작은 키로 인해 망토 풍의 인버네스 코트가 땅에 질질 끌렸다. 게다가 양백화는 꺽다리처럼 큰 키에 사지를 흐느적거리며 걸었기에 꼬마들의 오해를 사기에 충분했다. 

한글을 하룻밤만에 익히고 그림에도 소질이 있어 어려서부터 무엇이든 똑같이 그려내는 능력을 지녔던 이상의 삶은 가난과 병마로 얼룩진 삶이었다. 저자는 "(이상은) 어미젖을 갓 떼고 난후, 아들이 없어 대가 끊길 위기에 처한 큰집에 입양돼 백모의 눈총을 받으며 성장기를 보냈고, 스물 일곱 해를 살면서 아무도 진심으로 사랑하지도, 또 사랑받지도 못했다"고 소개한다. 

이상의 사인(死因)은 아직도 논란을 낳는다. 일본 동경에서 사망한 이상의 공식적인 사인은 폐결핵이지만 김소운(동경에서 유학하던 당시 이상의 입원비와 장례비 지원)은 "사망 진단서에 '결핵성 뇌 매독'으로 적혀있었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다만 언제 누구에게 감염된 것인지는 전해지지 않는다. 

이상이 사망한 후 누군가 그의 하숙방에서 원고 뭉치들과 그림을 손수레로 끌고 나왔다고 전해지지만 현재 그 행방은 묘연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 책은 이처럼 한 시대 문학계를 풍미했던 작가 4인방의 굴곡진 삶의 흔적을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문단의 스캔들』
홍지화 지음 | 작가와비평 펴냄│380쪽│14,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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