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명문장] 정신과 의사가 말한다… '불안의 이유'
[책 속 명문장] 정신과 의사가 말한다… '불안의 이유'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9.02.11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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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생애 처음으로 노트북을 사는 것도 아니고, 노트북 하나를 잘못 산다고 해서 내 인생에 무슨 큰 오점이 남는 것도 아니다. 또 내게는 몇 년 만에 찾아온 즐거운 쇼핑의 기회인데, 왜 나는 이것 하나 제대로 고르지 못하는 걸까? 
 가장 큰 유는 내 결정을 내가 믿지 못했기 때문이다. 스스로의 결정이 영 미덥지 않으니, 이 정도면 됐다는 마무리를 하지 못한다. 그리고 더 많은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 막연히 짐작한 채 불안해하며 더 많은 정보를 찾으려 노력한다. 마침내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그 결론에 어긋나는 정보를 찾으려 노력한다. 마침내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그 결론에 어긋나는 증거가 하나라도 나오면 "뭐, 대세에 지장 없어"라고 대범하게 넘기지 못하고 원점에서부터 다시 시작한다. 지금의 나를 믿지 못하면서 완벽하고 무결점의 이상적인 결과를 기대하는 심리 때문이다. <34쪽> 

지금 내게 닥친 사건을 정확하게 평가하고 그에 맞는 수준으로 고민하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지만, 고민이 걱정에서 불안으로 넘어가면 문제가 된다. 여기에는 두 가지 요인이 작용한다. 하나는 현재 처한 상황을 과대평가해 실제보다 훨씬 위중한 일로 판단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평가는 적정하게 했지만 이에 대해 과도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둘 다 위험한 상황을 피하거나 잘 대처하기 위한 의도로 시작한 것이지만, 평가와 반응 모두 잘못되면서 고민은 불안으로 진화한다. 불안에 미리 대처하기 위해 시작한 고민이 다시 불안을 낳는다. 그래서 고민과 불안은 서로 물고 물리면서 끝나지 않는 악순환에 빠진다. <41쪽> 

자존감이란 자신이 하는 모든 행위와 생각에 대한 확신에서 생겨난다. 아기가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팔다리를 움직이며 걷기 시작하는 것처럼, 내 몸을 내가 잘 다룰 수 있다는 믿음에서 '자기 확신감'이 생긴다. 자신이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다는 확실한 믿음이 생긴 후에는 다른 사람들과 나를 비교하게 된다. 남과 나를 비교해서 우월감과 열등감을 모두 경험하면, 자연스럽게 자존심도 형성된다. 이 과정을 충분히 반복하면 삶의 영역에서 참고할 기준이 만들어지고, 비로소 외부의 참고치가 필요 없이 나만의 기준치로도 충분한 삶을 살 수 있다. 자존감은 이 발판 위에 세워지는 것이다. <48쪽> 

최근 들어 심리학 책이 인기를 끌고 상담이 대중화되면서 접하기 쉬워진 것은 긍정적인 현상이지만, 누구나 손금이나 사주를 보듯이 가볍고 비전문적으로 심리를 분석하려고 하는 부작용도 있다. (중략) 이렇게 모든 현상을 '심리화'해버리면, 내 문제를 모두 성격, 성향, 콤플렉스와 같은 개인의 심리적 특성과 과거에 벌어진 어떤 사건을 탓하며 현재의 문제를 설명하려 한다. 어떤 일이 벌어지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기보다, 이러이러한 이유 때문에 결과적으로 나의 현재가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다는 정당화와 합리화에 더 많은 에너지와 관심을 집중시킨다. 그러나 이런 종류의 심리화 고민이 깊어질수록 내결함과 문제점이 선명히 부각돼 상처를 후벼파는 듯한 아픔만 생생하게 느껴지고 현실적인 해결책은 멀어질 뿐이다. <56쪽> 


『고민이 고민입니다』
하지현 지음 | 인플루엔셜 펴냄|288쪽|15,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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