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태형 ‘밀리의 서재’ 콘텐츠전략팀장 “쉽고 짧고 재밌게... 말랑말랑한 독서”
[인터뷰] 김태형 ‘밀리의 서재’ 콘텐츠전략팀장 “쉽고 짧고 재밌게... 말랑말랑한 독서”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9.02.07 18:2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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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오재우 기자]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이병헌, 변요한, 구혜선 등 감미로운 목소리의 소유자가 때로는 달콤하게 때로는 호소력 있게 책의 맥락과 의미를 짚어 독서의 재미를 일깨우는 곳, 인문·철학·사회·과학·역사 등 모든 장르를 총망라한 3만여 권의 도서를 바탕으로 웅장한 지식의 향연이 펼쳐지는 곳, 바로 꿀이 흐르는 마을 ‘밀리(蜜里)’의 이야기다.

‘밀리의 서재’는 독서 인구 저하로 바닥이 마르다 못해 쩍쩍 갈라진 국내 독서계에 드리운 깊은 기근의 골에 꿀을 채워 흘려보내겠다는 야심 찬 포부를 품고 2년 전 국내 최초로 월정액 도서 서비스(월 9,900원에 도서 3만권 무제한 제공)를 시작했다. 최근에는 그 시도가 빛을 발해, 누적 회원수 70만명을 넘기면서 출판계에 의미 있는 기록을 세워가고 있다.

물론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월정액 도서 서비스라는 생소한 제안에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이는 출판사들을 설득해야 했고, “기존 종이책 시장을 잠식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에는 “반드시 공생하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일념을 내비치며 어렵게 한 걸음 한 걸음 길을 만들어나갔다.

2년간 일궈낸 결실은 가히 성공적이라 할 만하다. 밀리의 서재는 서비스 시작 2년 만에 국내 출판시장에 새로운 독서 생태계를 성공적으로 안착, 출판사에 달콤한 수익을 안겨주기 시작하면서 일각의 의심과 염려를 희석했다. 밀리의 서재와 손잡은 출판사 수는 점차 증가해, 현재는 500개 넘는 출판사가 꿀이 흐르는 밀리의 구성원으로 터를 잡고 있다.

독자 만족도도 높은 수준이다. 어려운 책 내용을 30분으로 요약해 친구에게 얘기하듯 말랑말랑하게 전하면서 ‘아~ 이런 게 책 읽는 재미로구나’하는 기분 좋은 경험을 선사하는가 하면, 책 내용을 웹툰 형태로 재가공한 ‘밀리툰’을 통해 색다른 볼거리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부터는 잡지 콘텐츠 서비스까지 시작하면서 밀리의 서재 특유의 커뮤니티 기능(독자별로 책에 대한 소감을 공유하는 SNS 기능)과 어우러져 그야말로 ‘책 세상’을 탄생시켰다.

꿀이 흐르는 마을 ‘밀리’에 세상 모든 지식을 담아내고 있는 김태형 밀리의 서재 콘텐츠전략팀장을 꿀의 근원지 상암동 YTN스퀘어 14층에서 마주했다.

[사진=오재우 기자]

- 전자책, 정확히 말하자면 월정액 서비스가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지? '밀리의 서재'가 출판계에 끼친 영향을 자평한다면?

독서의 필요성은 인지하지만, 책보다 재밌는 다양한 서비스들로 인해 책과 멀어진 사람들의 욕구를 '밀리의 서재' 월정액 도서 서비스가 충족시켜 주면서 좋은 반응을 얻는 것 같다. 기존에는 책을 단권으로 구매해서 읽어야 하는 부담이 컸는데 '밀리의 서재'가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월정액 서비스를 선보이다 보니 멜론이나 넷플릭스 등 기존 월정액 서비스에 익숙한 이용자들이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된 것 같다.

출판계에 끼친 영향을 자평하자면, 출판·책에 관심이 적거나 멀어졌던 사람들이 다시 책에 관심을 갖게 만드는 데 '밀리의 서재'가 어느 정도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독서의 필요성은 느끼지만 책을 읽지 않는 대중에게 더 좋은 독서 방법을 제공한 것 같다. 또 구간부터 신간까지 자연스럽게 접할 기회를 제공하면서 잊히거나 사장될 수 있던 책들을 홍보하는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지난해 말부터 대중매체 광고를 시작하면서 유료 회원수가 급증했고 출판사들이 만족할만한 매출로 이어지고 있다. 홍보가 잘 돼 종이책 판매로 이어졌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독서 관련 앱('밀리의 서재') 광고를 통해 사람들이 다시 책에 관심을 갖게 한 것이 긍정적인 영향이라고 생각한다.

- 월정액 도서 서비스 업체들이 서로 치킨게임을 벌이면서 이후 독자나 출판사에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하는데...

월정액 서비스가 생긴 지 얼마 안 됐고 제각각 시장에 들어온 플레이어들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책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시장 규모를 확대하기 위해 어느 정도의 경쟁은 필요하지만, 필요 이상으로 과열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공정한 경쟁으로 모두가 출판사들과 상생하는 구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저희는 경쟁보다는 이용자가 좋은 콘텐츠를 잘 이용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출판사들의 우려는 월정액 서비스로 인해 종이책 판매가 줄어 매출이 하락할 것에 대한 걱정이 대부분인데 사실 저희 서비스의 신규 유입자 대부분은 기존에 책을 잘 안 읽던 분들이다. 독서의 필요성은 느끼지만 실천에 옮기지 않았던 것인데, 이런 분들이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종이책 구매로까지 이어지는 연결구조가 존재한다고 보고 있다. 출판사 입장에서는 추가 수익인 것이다. 지금은 ‘월정액 도서 서비스 때문에 종이책 판매가 줄었다’는 걱정보다는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이 다시 책에 관심을 갖고 책 읽는 습관을 갖게 할 것인지가 더 중요한 화두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시장을 확대하고 활발하게 만드는 것이 먼저 된 과제로 여기고 있다.

- 월정액 도서 서비스는 출판계의 대표적인 구독 모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 선두에 선 '밀리의 서재'가 그리는 청사진은 무엇인가?

거창한 구호보다는 실제로 사람들이 얼만큼 책을 읽고 습관화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독서라는 게 굉장히 외롭고 힘든 행위다. 누구나 좋은 것으로 알고는 있지만, 실제로 행동에 옮기기가 쉽지 않다. 책보다 재밌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들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탈피해, 많은 사람이 독서에 흥미를 붙여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궁극적인 청사진이다. 그러기 위해서 다양한 기능과 콘텐츠를 통해 이용자들이 만족하고 쓸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게 중요한 목표라고 생각하면서, 최근에는 매거진 서비스 같은 유익한 콘텐츠를 새롭게 선보였다. 이런 콘텐츠 제공은 올해의 가장 큰 목표이기도 하다. 특히 책을 안 읽던 사람들이 재밌게 독서할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포인트가 큐레이션이라고 생각하고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진=오재우 기자]

- '밀리의 서재'가 제공하는 다양한 콘텐츠의 탄생 과정이 궁금하다.

지금 공급받고 있는 책이 3만권 정도 되는데 매월 신규로 책 1,000권 정도가 업데이트되고 있다. 그중에 약 100권 정도를 내부 회의를 통해 이용자들이 좋아할 만한 최신 트렌드에 맞게 선정해 그 도서가 잘 표현될 수 있는 코너와 섹션에 노출하고 있다. 출판사가 어떤 의도로 만든 책이고 어떻게 어필되면 좋겠다는 의견을 받아서 도서 선정에 감안하고 있다.

밀리툰이나 리딩북도 마찬가지다. 책을 웹툰 형태로 소개하는 밀리툰은 서로 다른 색깔을 지닌 웹툰 작가 5명이 일주일에 각각 1편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먼저 각각의 작가에게 어울리는 도서를 1차 선정하고 최종 단계에서는 웹툰 작가가 참여해 직접 작품을 선정한다. 스토리텔러가 따로 있고 그림만 그리면 콘텐츠 완성도가 떨어질 것 같아 작가가 직접 책을 읽고 스토리텔링까지 담당한다. 처음에는 작가분들이 독서에 부담을 많이 느끼셨는데 요즘은 오히려 ‘폭넓은 독서를 통해 웹툰을 그리는 영감을 얻을 수 있다’고 좋아들 하신다.

리딩북 선정에는 한 가지 과정이 더 들어간다. 책과 어울리는 목소리를 고민해야 한다. 현재 리딩북은 전문 성우 한 분과 직접 원고를 쓰고 녹음에 참여하는 리딩북 리더 그리고 다수의 연예인이 있는데, 책과 어울리는 목소리, 리딩북 취지 등을 고려해서 선정한다. 전문 성우나 연예인 같은 경우는 원고를 쓰시는 분이 따로 있고 그 외 책에 대한 식견이 충분하신 분들은 직접 원고를 쓰고 출연한다고 생각하시면 된다.

- '밀리의 서재'가 지닌 특색 있는 콘텐츠로 ‘리딩북’이 주목을 받는다. 유명인의 출연이 눈에 띄는데,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는지?

리딩북을 처음 기획할 때 읽고는 싶은데 어려워서 엄두가 안 나는 책을 누군가 읽어준다면 ‘아 이런 내용이었구나’하고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결과적으로 책을 읽게 만드는 것이 저희 의도였는데, 그게 가장 잘 먹힌 게 이병헌의 『사피엔스』였다. 저도 그렇고 팀원들이 외부 미팅에 나가 “리딩북 ‘사피엔스’ 때문에 책 사피엔스를 읽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데 그럴 때가 가장 기분이 좋다.

저자가 직접 리딩북에 참여한 『방구석 미술관』도 기억에 남는다. 책을 쓰신 조원재 작가님이 직접 참여해 미술에 대한 다양하고 재밌는 에피소드를 전해주셨는데 본인이 책을 쓰면서 느꼈지만 책에는 담지 않았던 이야기를 섞어 책을 소개하니 재미가 배가 되는 사례였던 것 같다. 리딩북이 공개되면서 정말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처럼 저자가 참여한 리딩북 제작을 계속해서 늘려갈 생각이다.

- 활자 콘텐츠가 동영상 콘텐츠에 밀리는 상황을 타개할 뾰족한 수가 있을까?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나?

유튜브를 필두로 해서 핫한 동영상 콘텐츠가 잘 서비스되고 있고 이용자들도 많은데 그건 당연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저희도 활자 콘텐츠가 가진 제한적인 조건을 뛰어넘어서 이용자들의 흥미를 끌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려고 하고 있다. 올해는 음성 리딩북을 좀 더 재밌게 영상으로 볼 수 있는 콘텐츠를 준비하고 있다. 그리고 꼭 영상이 아니더라도 기존 책 내용을 좀 더 재밌고 다양한 방식으로 제작할 생각이다. 딱딱하게 생각하기 쉬운 책 텍스트를 좀 더 말랑말랑하고 보기 쉽게, 짧은 시간에 소비할 수 있는 다양한 시도를 전개할 계획이다.

[사진=오재우 기자]

 

- SNS 기능을 갖춘 ‘서재’가 차별화된 점으로 보인다. 다만 아직 생각보다 활성화되지 않은 모습인데, 어떤 구상을 하고 있는지?

'밀리의 서재' 이름에 들어가 있듯이 서재를 중요한 포인트로 보고 있다. 서재가 단순히 책을 담는 책장을 넘어 지금까지 읽었던 책과 앞으로 읽을 책을 포함한 독서 이력을 관리하는 공간으로 활용됐으면 한다. 서재 안에 읽고 싶은 책을 잘 정리해 놓으면 독서 실천으로 이어지는 효과를 낳은 것으로 생각하고 다양한 활성화 방안을 고민 중이다. 올해 중으로 서재 꾸미기 콘테스트와 같은 이벤트 개최도 생각하고 있다.

- 다수의 월정액 도서 서비스 중에서 '밀리의 서재'를 선택해야만 하는 이유를 든다면?

'밀리의 서재'는 책과 친하지 않았던 분들께 책 읽는 습관을 만들어 드리고 싶어 다양한 고민과 시도를 하고 있다. 그래서 기존 온라인 서점이나 기존 서비스들을 활용하신 분들이 '밀리의 서재'에 오면 보통 두 가지 반응이다. ‘어~ 뭐가 이렇게 많지?’ ‘아기자기하게 볼 게 많네.’ 대부분 책을 읽지 않는 불특정 다수가 '밀리의 서재'에 들어오기 때문에 이분들이 좀 더 재밌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콘텐츠를 만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어떻게 보면 책 종수나 베스트셀러나 중요한 책이 많은 것보다도 더 중요하다. 책 읽는 게 힘든 사람들은 리딩북이나 밀리툰같은 말랑말랑하고 시간상으로 부담을 느끼지 않을 정도의 콘텐츠를 경험하고 책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구조가 저희만의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책을 읽는다기보다 유익한 시간을 보내고 싶은 분들에게는 '밀리의 서재'가 참 좋은 서비스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콘텐츠전략팀장으로서, 가장 애정 가는 콘텐츠(도서, 리딩북 등)를 추천한다면?

어떤 서비스든 간에 독점 서비스가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밀리 오리지널은 '밀리의 서재'가 기획한, 이용자에게 가장 어필하고 싶은 콘텐츠다. 곧 밀리 시즌1 오리지널 콘텐츠가 공개된다. 책 『82년생 김지영』의 조남주 작가를 필두로 일곱 명의 작가가 한주에 한편씩 글을 게재하는 방식으로 연재할 예정이다. 처음부터 얼마나 폭발적인 붐업을 만들지 모르겠지만 '밀리의 서재'가 나름 이런 방향으로 이용자들에게 좋은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2월 오픈을 시작으로 올해 중 몇 번 더 오리지널 콘텐츠를 기획할 생각이다. 이런 콘텐츠가 계속 밀리 사용자에게 사랑받고 기대하게 만드는 콘텐츠로 자리 잡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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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경 2019-02-11 22:37:58
서믿음 기자님의 기사 잘 읽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에 밀리의 서재 너무 잘 이용하고 있는 독자로서 이 기사가 정말 반가워서 댓글 달기 위해 처음으로 회원가입을 해봅니다(제가 인터넷 기사에 댓글 다는 날이 올 줄). 앞으로도 좋은 기사 많이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