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에게 듣는다]#10 지하철성추행, 정말 가해자인가 아니면 피해자인가?
[변호사에게 듣는다]#10 지하철성추행, 정말 가해자인가 아니면 피해자인가?
  • 박재현
  • 승인 2019.02.04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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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사회 · 문화적 현상들이 사회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본 칼럼은 ‘책으로 세상을 비평하는’ 독서신문이 형사전문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책에서 얻기 힘들었던 법률, 판례, 사례 등의 법률 정보를 독자들에게 전달해 사회 · 문화적 소양 향상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기획되었습니다. <편집자 주>

지하철에서 발생하는 여러 범죄들 중 가장 경계선에 걸쳐 있는 범죄는 바로 지하철 성추행과 관련된 것이다. 속칭 ‘치한’이라는 이러한 지하철 성추행은 엄연한 범죄이고,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이 범죄를 공중밀집장소추행죄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지하철 성추행 사건은 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객관적인 증거자료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경우가 많다.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곳이니만큼, 다른 사람들과의 신체적인 접촉이 어쩔 수 없이 일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 신체 접촉이 범죄가 되는지, 아니면 단순히 혼잡한 지하철 내에서 어쩔 수 없이 벌어졌던 일인지를 판단하기는 매우 어렵다.

대부분의 지하철 성범죄가 적발되는 경로는 지하철수사대 소속 경찰관의 적발이다. 특히 출퇴근 시간대에 지하철수사대는 약 20개조로 나누어 상시 순찰을 돌다가, 증거를 확보하고 피해자의 협조를 얻어 지하철 성추행범을 검거하곤 한다.

그런데 문제는 억울하게 지하철 성추행범으로 지목되는 경우이다. 특히 사소한 오해로 인해 피해자가 스스로 신고를 하는 경우에는 억울함을 뒤집기가 매우 어려워진다. 대부분의 지하철 성범죄의 경우 혐의의 유무는 피해자의 진술에 의해 결정되는데, 다른 증거가 없다고 하더라도 이를 실제로 반박하는 것은 쉽지 않다. 다른 강제추행 등 성추행 사안에 비해 진술의 구체성 요구 정도가 약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만일 억울하게 지하철 성추행범으로 지목되었다면, 피의자 혼자 결백을 입증하기는 매우 어렵다. 그런데 이러한 공중밀집장소추행죄는 엄연히 성범죄로 분류되어 있으므로, 만일 결백을 입증하지 못하고 법원에서 유죄판결을 선고받게 된다면 신상정보등록의 대상이 된다. 벌금형을 선고받는다고 하더라도 최소 10년의 기간 동안 심각한 불편함을 겪을 수 있다.

<그래도 내가 하지 않았어>라는 일본 영화에서 주인공은 지하철 성추행범으로 몰리게 되었고, 무죄를 주장하였지만 결국 피해자의 진술에 의해 징역형을 선고받게 되었다. 지하철 성추행은 가볍게 생각하는 경우도 있지만, 엄연히 징역형도 규정되어 있으며 사안에 따라 강제추행죄가 인정될 수도 있어 무겁게 처벌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이와 같이 억울하게 지하철 성추행범으로 몰리지 않기 위해, 일종의 수칙까지 공유하고 있는 실정이다. 만일 정말로 억울한 상황에서, 오해 또는 악의로 신고를 당하게 되면 그 사람은 가해자라고 해야 할까? 오히려 지금의 수사관행은 ‘피해자’를 검거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지적마저도 나온다.

법률전문가들은 지하철 성추행 사건을 다투면서 진술의 신뢰성을 지적하는 경우가 많다. 사건 전후의 동선이나, 승강장 내의 CCTV 등으로 파악되는 정황을 통해 피의자에게 추행의 고의가 없었음 등을 입증하려는 것이다. 힘든 싸움 끝에 혐의 없음 처분을 받거나 무죄판결을 받아 결백을 입증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때까지의 시간과 비용, 그리고 불안감 등 정신적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박재현 더앤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경찰대학 법학과 졸업
-사법연수원 수료
-前 삼성그룹 변호사
-前 송파경찰서 법률상담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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