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아직 늦지 않았‘설’… 국립중앙도서관 2월 사서추천도서
독서, 아직 늦지 않았‘설’… 국립중앙도서관 2월 사서추천도서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9.02.02 07: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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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새해 타종 소리가 온 땅에 울려 퍼진 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 달이 흘렀다. 이런 식으로 시간이 훌쩍 가버리면 눈 깜짝할 새 올해도 지나겠구나 하는 좌절감이 드는 2월이다. 

1월에 세웠던 새해 계획을 2월까지 지키고 있는지 궁금하다. 특히, 독서. 아마 대개는 그러지 못할 것이다. 미국의 시장분석기관 통계브레인조사연구소(SBRI)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새해 결심을 세운 사람 중 오직 8%만이 그 결심을 끝까지 지킨다. 

그러나 지난 1월을 허송했다고 한 해를 포기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작심삼일’(作心三日)이라는 말은 ‘3일마다 새롭게 계획을 하라’는 뜻이라고 하는 이도 있지 않은가. 또한 우리 민족에겐 20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음력 설’이 진정한 한 해의 시작이었다. 

국립중앙도서관 전문 사서들이 2월을 여는 책들을 소개했다. 진정한 한 해의 시작을 이 책들과 함께 해보는 건 어떨까.    

■ 금척: 한민족 최고의 비기
김종록 지음│다산책방 펴냄│456쪽│14,800원

2019년은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해다. 지난 100년 동안 주변국들의 끊임없는 역사 왜곡과 아직도 우리 생활에 뿌리 깊게 박혀 있는 일제강점기 잔재 속에서 신라의 만파식적이, 고구려의 자명고가 신화가 아닌 현실이었으면 하는 꿈을 가져 본다. 
『금척』은 ‘금척’(金尺)이라는 우리 고유의 문화유산과 최근에 밝혀진 사료들을 바탕으로 안중근 의사의 이토 히로부미 척살과 관련된 이야기를 역사 왜곡이라는 무례를 범하지 않는 선에서 펼친 소설이다. 단군이 남기고 박혁거세와 이성계가 이어받아 국가를 창업했다는 ‘금척’은 소설의 배경인 일제강점기, 그리고 우리가 사는 현실에서 무엇을 의미할까? 분명 낯설고 이질적이지만, 금척은 세상을 바르게 재고 다스리는 ‘황금자’ 역할을 했을 것이다. 
소설 『금척(金尺)』을 통해 일제의 침략에 맞서 민족혼을 깨우려 했던 고종 황제, 안중근 의사, 금바우, 특파독립대 26명의 활동과 정신을 마음속에 새기며 한없이 왜곡되고 망각된 우리의 근대사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책 속 한 문장 

모든 사라지는 것은 흔적을 남긴다. 그 흔적은 기억이 되고, 역사가 된다. 그리하여 어느 먼 훗날에라도 그 기억을 찾아내고 역사를 다시 읽어내고자 하는, 눈 맑고 귀 밝은 이들을 만나면 새 역사를 일궈내는 실마리가 되고 동력이 된다. 그래서 승자 이토의 몸속에 썩어도 지워지지 않는 흔적을 길이길이 남겨두고 싶었음에랴. <215~216쪽>

■ 아서 씨는 진짜 사랑입니다
엘리자베스 버그 지음│박미경 옮김│나무의철학 펴냄│292쪽│14,000원

이 책의 주인공인 아서 모지스는 여든다섯 살의 노인이다. 육 개월 전 세상을 떠난 아내의 묘지에 매일 점심 도시락을 가지고 찾아가는데 남들에게 침울하고 적막한 묘지를 오히려 평온한 장소로 생각한다. 그리고 묘지에서 자주 보이는 십 대 소녀 매디와 우연한 계기로 인연을 맺게 된다. 엄마를 일찍 여의고 학교에서 왕따로 지내는 매디에게 묘지는 마음의 안식처인데 매번 아내를 만나러 오는 아서 씨에게 ‘트루러브’라는 애칭을 붙이며 특별한 우정을 쌓는다. 여기에 갑작스러운 사건으로 자신만의 세상에 갇힌 아서의 이웃 루실까지 합류하게 되면서, 전혀 공감대가 형성될 것 같지 않은 이들이 독특한 유대감을 갖는다.
저마다 상실의 아픔을 간직한 사람끼리 한곳에 모여 상처를 치유하는 모습은 메마른 현실에 따스함을 안겨 준다. ‘트루러브’ 아서 씨가 전하는 진짜 사랑의 의미와 행복을 책 속에서 만나보길 바란다.

책 속 한 문장 

이만큼 살다 보니 사랑이 누구에게나 쉬운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단다. 누구한테는 너무나 복잡하고 어려울 수 있어. 사랑은 우리를 현명하게 할 수도 있지만 어리석게 할 수도 있거든. <214쪽>

■ 화가는 무엇으로 그리는가
이소영 지음│모요사 펴냄│304쪽│17,500원

인상주의 화가 모네, 르누아르, 고흐, 피카소는 기존의 전통 회화 기법이 아닌 색채와 질감에 중점을 뒀다. 특히 이들은 화실이 아닌 야외에서 작업하겠다고 선언해 미술계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과거에는 물감을 만들려면 즉석에서 원료를 갈아 물이나 기름에 섞는 복잡한 과정이 필요했는데 인상주의 화가들은 어떻게 야외에서 물감을 마련했을까? 이 책은 시대 흐름에 따른 미술 작품의 변화를 작품에 사용된 도구와 재료로 해석하고 이것을 선택한 화가의 이야기와 함께 들려준다. 저자는 옛 화가들이 지금의 ‘얼리 어답터’였으며 거침없는 실험자였다고 말한다. 부엌에서 달걀노른자에 염료를 섞어 ‘템페라 물감’을 만들고, 강렬한 붉은색의 원료를 얻기 위해 사막으로 바다로 떠났기 때문이다. 산업화로 금속 재질의 튜브물감이 발명된 덕분에 인상주의 화가들은 실외에서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됐고, 인공 안료의 개발로 고흐는 강렬한 태양과 해바라기를 이글거리는 노란빛으로 마음껏 표현할 수 있었다. 이 책은 색의 재료와 미술 도구들이 어떻게 화가에게 도달했는지 작품이 만들어진 과정에 중점을 두고 있어 색다른 관점으로 미술 변천사를 알아보는 시간을 제공할 것이다.

책 속 한 문장

도제가 물감을 만들기 시작했다. 톡, 껍질이 깨지는 소리 뒤로 비린내가 엷게 퍼진다. 거기에 식초 향이 섞이고 무화과즙 단내가 희미하게 지나간다. 물감이 잘 되었다. <41쪽>

■ 두 사람의 역사
헬게 헤세 지음│마성일·육혜원 옮김│북캠퍼스 펴냄│396쪽│16,500원

사람들은 누구나 타인과의 만남을 통해 삶을 살아간다. 어떤 만남은 누군가의 인생에, 더 나아가서는 역사적으로 큰 변화를 일으키기도 한다.
독일 작가인 헬게 헤세는 이러한 ‘만남’에 주목했다. 철학, 예술, 정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했던 15쌍의 인물이 친구나 연인, 동반자 혹은 경쟁자로서 서로를 만나게 되면서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됐는지, 그들의 만남이 역사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이야기한다. 사제지간임에도 서로 다른 관점을 갖고 있었던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작가와 광산 감독관이었지만 자연이라는 공통분모로 정신적 교감을 나눈 괴테와 훔볼트, 그림 앞에서 늘 싸우고 대립했지만 마음속 깊이 우정을 간직한 고흐와 고갱 등 다양한 인물들의 삶이 책 속에 담겨 있다. 기존에 알고 있던 역사적 사건도 ‘만남’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새로운 관점으로 다시 보게 해주는 책이다.
역사 속 인물들의 삶과 시대의 흐름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책 속에서 만나보고, 현재 우리의 삶에 있어 ‘만남’이 갖는 의미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책 속 한 문장

알렉산더와 함께 하루를 보내며 깨달은 것이, 나 혼자 몇 년 동안 깨달은 것보다 훨씬 더 많다네. <150쪽>

■ 끌리는 것들의 비밀
윤정원 지음│라곰 펴냄│296쪽│14,900원

유명한 기업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소비자가 끌릴만한 상품 또는 서비스를 개발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어떤 상품이나 서비스를 선택할 때 분명한 이유보다 막연한 끌림으로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무엇인가에 끌린다는 것은 쉽게 설명할 수 없는 개념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알고 보면 그 안에는 재미있는 원리가 숨어 있다. 
이 책에서는 끌림의 요소를 ‘공간’, ‘편리’, ‘재미’, ‘연결’, ‘공유’ 등 8가지 키워드로 나누어 제시하고, 그것이 어떻게 비즈니스에 적용됐는지 사례를 함께 보여준다. 그중 하나가 고객의 ‘취향’을 공략하는 것인데, 누군가에게 수많은 선택지를 제안해 고르게 할 때보다 사전에 그 사람의 취향을 정교하게 분석하여 좋아할 만한 몇 가지 선택지 중에 하나를 고르게 할 때 상품의 구매율과 소비자의 만족도가 높아진다.
이처럼 저자가 제시하는 8가지 법칙을 파악하고,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4차 산업기술을 적용한다면 상대방을 사로잡을 수 있는 아이디어를 내고 발전시킬 수 있다. 기업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 어떤 것인지 또는 고객의 입장에서 특정 상품을 선택하게 되는 원리는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펼쳐볼 것을 추천한다.

책 속 한 문장 

4차 산업기술은 어렵고 무섭고 차갑게 느껴지지만, 일상에 들어온 기술은 쉽고 다정하고 따뜻하다. <151쪽>

■ 내가 우울한 건 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때문이야
박한선 지음│휴머니스트 펴냄│252쪽│14,000원

우리는 사소한 것에 집착하고 거짓말하고, 조직생활에서 부하를 괴롭히고 텃세를 부리기도 한다. 이것이 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때문이라고 말하는 이 책은 우리 마음이 왜 이렇게 ‘허약하게’ 진화했는지 소개한다. 정신과 의사이자 신경인류학자인 저자는 다이어트를 결심한 날 야식을 먹는 의지박약, SNS에 집착하는 관심병, 시험 및 면접 불안 등 일상적인 사례들을 통해 우리가 왜 불완전하게 진화한 마음을 갖고 살아가는지 이야기한다.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1장에서는 강박장애 등 개인 차원의 마음 문제, 2장에서는 연인과 부부 사이에 겪을 수 있는 마음의 문제를 담았다. 3장에서는 가족 및 친척 문제, 4장에서는 사회적 관계 속에서 겪는 마음 문제를 살펴본다. 마음의 문제는 개인이나 환경의 탓이 아니라 불가피한 진화적 선택일 수 있다. 저자는 이 사실을 인식하고 마음의 결함을 잘 다스려 건강한 삶을 살자고 제안한다. 마음의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들이나, 심리학을 진화적·문화적 관점에서 새롭게 바라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책 속 한 문장

만남을 통한 기쁨이나 목표의 성취 등 시간이 오래 걸리는 만족은 기다리기가 힘듭니다. 당장 먹으면 행복한데, 오랫동안 노력해야 얻는 행복이 눈에 차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나 진짜 가치 있는 것은 기다려야만 얻을 수 있습니다. 만족의 지연을 기다릴 수 있어야 합니다. 가급적 직접 음식을 해 먹으면서, 조금은 지루한 준비의 과정을 견딜 수 있어야 합니다. <48-49쪽>

■ 하루 5분의 초록
한수정 지음│휴머니스트 펴냄│264쪽│13,500원

길을 걷다가 노란색 꽃이 눈에 보이면 ‘봄이 왔다’라고 무심하게 생각할 뿐, 그 꽃이 개나리인지 산수유인지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그리고 그 꽃에는 어떤 모양의 잎이 나고, 꽃이 진 후 어떤 열매가 생기는지 관심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있을까? 
봄을 분홍빛으로 물들이는 진달래는 철쭉과 비슷하게 생겼다. 하지만 꽃 이름이 다르듯이 꽃이 먼저 피웠다가 지고 나면 잎이 나오는 진달래는 먹을 수 있어 ‘참꽃’이라 불리고, 꽃과 잎이 함께 피는 철쭉은 먹을 수 없어 ‘개꽃’이라 불렸다고 한다. 공원이나 길가에 많은 자귀나무는 12월이 되면 잎이 모두 떨어져 앙상한 가지에 열매만 남는데, 바람에 열매들이 흔들며 내는 소리가 여자들의 수다처럼 들려 ‘여설목(女舌木)’이라 한다는 사실은 흥미를 자아낸다. 
이 책은 우리에게 익숙하지만 그동안 관심 있게 살펴보지 않았던 도시 나무들을 소개하며 그들과 친해지는 방법을 알려 준다. 식물을 있는 그대로 자세하게 그리는 ‘보태니컬 아티스트’이기도 한 저자는 도시 나무의 꽃과 잎, 열매, 몸통을 세밀화와 함께 설명해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느낌이 들게. 
출퇴근길, 산책길에 흔히 볼 수 있어 낯은 익지만, 자세히 들여다보기는 쉽지 않은 나무가 도시 나무일 것이다. 이제 그들의 성장 비밀을 알고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 초록빛 도시를 만끽해 보자.

책 속 한 문장 

봄을 온전히 맞이하기 위해 고요함으로 겨울을 이겨내는 모습을 보면, 탄생과 성장, 결실과 침묵의 계절을 반복하는 나무의 삶을 이해할 수 있어요. <76쪽>

■ 무한을 넘어서
유지니아 챙 지음│김성훈 옮김│열린책들 펴냄│384쪽│18,000원

손님이 가득 찬 무한개의 객실을 가진 호텔이 있다. 여기에 무한대의 손님이 추가로 온다면 어떤 방식으로 수용할 수 있을까? 기존에 묵던 손님들을 원래의 방 번호에 2를 곱한 방으로 옮기면 어떨까? 이 경우 이들이 모두 짝수 번호의 방에 들어가게 되니, 새로 온 손님들은 홀수 번호의 방으로 안내하면 된다. 그렇다면, 만약 무한 곱하기 무한만큼의 손님이 찾아온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힐베르트 호텔이라고 불리는 이 비현실적인 장소는 무한이라는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 한 수학자가 도입한 것이다. 우리는 무한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무한은 수(數)인가, 아닌가? ‘∞+1’은 ‘∞’인가? 무한한 정수는 무한한 유리수보다 작은 무한일까?
이 책은 무한의 정체를 파헤치는 여정이다. 용의 선상에서 용의자를 하나씩 지워가듯 범위를 좁히며 무한을 추적하는 과정은 논증으로 이뤄진 추리소설을 읽는 느낌마저 들게 한다. 저자가 재치 있고 영리한 비유를 잔뜩 사용하기 때문에 지루하거나 어려워할 틈도 없다. 무한을 실생활에서 접하거나 활용할 기회는 거의 없다. 그러나 필요성을 떠나 순수하게 ‘무한’이라는 미지의 존재를 탐구하는 일은 새로운 차원의 지적 재미를 당신에게 안겨줄 것이다.

책 속 한 문장

나에게 수학이란 그저 어떤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수학은 재미를 느끼고, 머리를 단련하고, 수학의 본질과 교감하고, 수학의 풍경을 구경하기 위한 것이다.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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