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분수를 알라’ ‘모호하다’는 말 속에 수학이 있다고?
[리뷰] ‘분수를 알라’ ‘모호하다’는 말 속에 수학이 있다고?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9.02.04 11: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말’에는 수학이 스며든 표현이 수도 없이 많지만, 정작 우리는 그 사실을 잘 알지 못한다. 예를 들어 방금 적은 문장에도 ‘수’라는 단어가 사용됐다. ‘네 분수를 좀 알라’ ‘실력을 십분 발휘했다’… 저자의 말처럼 어쩌면 수학이 없는 언어생활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자신을 ‘수학짜’라고 소개한 저자 김용관은 이 책에서 수학을 품은 언어들을 사전 형식으로 풀었다. 

‘모호하다’는 말에는 수학이 있다. ‘모호’는 불교문화에서 유래된 말로, 그 크기가 10의 마이너스 48 제곱인 아주 작은 수를 의미한다. 19세기에 와서는 이 크기가 10의 마이너스 13 제곱으로 바뀌었지만, 그럼에도 아주 작은 수인 것은 마찬가지. 즉, ‘모호’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없는 무언가를 나타낸다. 보통 모호한 상태를 분명하게 나타내는 게 수학의 역할인 것을 생각하면 아이러니하다. 

‘모호’의 반대 개념인 ‘분명’은 어떨까. 분(分)의 의미는 ‘쪼개다’ 혹은 ‘나누다’. 수학에서는 뭐든 쪼개고 나눌수록 모호했던 무언가가 밝게 보인다. 예를 들어 1보다 작은 크기는 ‘분수’라는 개념을 이용해 1을 쪼개고 나누는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다. 그리하면 그 크기가 1보다 작았던 무언가는 비로소 ‘분명’해진다.

기세를 이어, ‘분수를 알라’는 문장에서 ‘분수’도 위에서 언급한 수학적 ‘분수’와 의미가 통한다. 크기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만들어진 수학적 ‘분수’는 ‘주제를 파악하라’는 ‘분수를 알라’라는 말에서의 ‘분수’와 비슷해 보인다. 

이 책은 말장난을 모아놓은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 말장난 속에는 수학과 관련된 역사와 통찰이 담겨있다. “첫 페이지부터 읽어 가는 그런 촌스러운 짓은 하지 말도록 하자”는 저자의 말처럼 가볍게 읽어보면 좋겠다.     

『어느 괴짜 선생님의 수학사전』
김용관 지음│생각의길 펴냄│312쪽│16,000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비회원 글쓰기 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