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흡연에도 건강한 비결?... “물바가지 속 나뭇잎 교훈 되새겨야”
음주·흡연에도 건강한 비결?... “물바가지 속 나뭇잎 교훈 되새겨야”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9.02.0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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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예로부터 선조들은 우리 몸에 들어오는 음식과 몸에서 나가는 말과 행동의 절제를 몸·마음 건강의 첫째 요소로 삼았다. 절제의 미덕은 조상들의 삶 곳곳에 숨어 있는데, 사극 드라마 속에서 말쑥한 선비가 우물가의 여인에게 물 한 바가지를 청했을 때, 여인이 물 위에 나뭇잎 하나를 띄어 건넸던 것도 ‘물 먹다 체하면 약도 없으니 급히 마시다 체하지 말라’는 ‘절제’의 미덕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사실 ‘뭐든지 과하면 탈이 난다’는 인식은 대부분의 사람 모두가 동의하는 바다. 과음, 과식, 과로 등을 주의해야 한다는 인식은 상식처럼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상식을 대하는 현대인의 절제력은 어느 정도일까?

동작구에 사는 김영수(64·가명)씨는 올해로 40년째 흡연을 이어오고 있다. 함께 담배를 즐겼던 친구 여럿이 폐암으로 세상을 떠났지만, 김씨의 담배 사랑은 변함이 없다. 담배를 끊으라는 주변의 만류가 있을 때마다 김씨는 “마오쩌둥(전 중국 국가주석 )은 담배만 피웠는데 83세에 사망했어. 덩사오핑(중국 개혁개방 선구자 )은 술도 마시고 담배도 피웠는데 93세까지나 살았지. 그런데도 건강하게 오래 살려고 담배를 끊어야겠어? 난 운동도 하고 영양제도 잘 챙겨 먹는데 말이야!”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김씨는 평소 꾸준히 챙겨 먹는 니코틴 해소 음식과 영양제가 담배의 해로움에서 자신의 건강을 지켜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다른 의견을 내놓는다. 김관욱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책 『흡연자가 가장 궁금한 것들』에서 “(시중에 ) 각종 니코틴 해독 식품에 대한 정보들이 즐비한데 사실 몸속 니코틴은 2시간이면 벌써 혈액에서 반으로 줄어들고 늦어도 3일이면 몸 밖으로 완전히 배출돼 (해독 식품 섭취가 ) 큰 의미가 없다”며 “문제는 니코틴을 갈망하게 하는 뇌세포 안의 니코틴 수용체다. 담배를 끊어도 뇌에서 니코틴을 완전히 쥐어짜 내려면 3개월은 걸린다”고 지적한다.

이어 “(담배 피우면서 ) 건강해지는 마법의 약은 없다. 오히려 흡연자에게는 각종 비타민제, 영양제, 항산화제 등이 독이 될 수 있다”며 “베타카로틴, 비타민A, 비타민E는 오히려 사망률을 5% 증가시킬 수 있고 방광암의 경우 항산화제 복용으로 발생률이 오히려 52%나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또 저타르 담배에 대해서도 “저타르 담배를 피우면 폐에 흡입되는 타르의 양이 감소할까? 그래서 건강에 덜 해로울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절대 ‘예’라고 할 수 없다”며 “저타르 또는 초 저타르 담배가 중등도 타르 담배와 비교할 때 폐암을 발생시키는 비율에는 별반 차이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원인을 해결하지 않고 약으로 해결하려는 모습은 뭇사람의 다이어트 모습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김관욱 전문의는 “의과대학 시절 한 친구는 회식이 잡힌 날에는 (다이어트를 위해 ) 비만약(지방흡수 억제제 )을 엄청나게 먹었다. 물론 술도 많이 마셨다”며 “그 약물이 그 친구에게 정말로 도움이 됐을까? 그 친구는 여전히 폭음을 즐기며 체중 역시 전혀 줄지 않았다”고 전했다.

신체 이상을 약으로 해결하는 자세는 또 다른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현재 우리나라 노인들은 평균 4개의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는데, 병이 많다 보니 복용하는 약물도 많아 오히려 약 때문에 병이 생기는 경우까지 일어나고 있다. 고혈압, 관절염, 당뇨 등 7개의 약을 먹던 김모(63)씨는 최근 감기약을 추가 복용하면서 며칠 전,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길바닥에 주저앉았다. 병원으로 옮겨진 김씨는 의사로부터 약물 복용량을 줄여야 한다는 조언을 듣고 약을 4개로 줄였고, 이후 평소 말이 어눌해지고 정신이 멍해지는 증상까지 상당한 호전을 보였다. 약의 상호작용을 완벽히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무턱대고 복용하는 것은 또 다른 병을 키울 수 있다는 위험으로 해석된다.

영양제와 건강보조식품 등과 관련해서도 김정환 약사는 책 『약 사용설명서』에서 “영양제를 선택할 때 가장 범하기 쉬운 실수는 사람마다 필요한 영양소와 품목이 모두 다른데도 불구하고 신문이나 방송, 인터넷 광고 등에 지나치게 의존하거나 입소문과 주변의 추천에 흔들려서 제품을 너무 쉽게 결정하는 것”이라며 “여러 가지 약을 챙겨 먹는다고 꼭 몸이 좋아지라는 법은 없다”고 지적한다. 여에스더 박사 역시 책 『나는 왜 영양제를 처방하는 의사가 되었나』에서 “영양제 대신 신선한 음식을 골고루 먹자는 것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아직까지는 음식을 대신할 만큼 훌륭한 영양제가 없다”고 충고한다. 다양한 영양소를 식품으로 섭취하는 1차원적인 노력은 하지 않고 모든 병을 ‘약’으로만 결핍을 해결하려는 약물 과잉 복용 행태에 경종을 울리는 것이다.

조선시대 최고의 거상 임상옥은 술잔의 70% 이상을 채우면 술이 흘러내려 가도록 만들어진 계영배(戒盈杯·넘침을 경계하는 잔)로 과욕을 다스리면서 재산을 모았다고 알려진다. 과도한 욕망에서 비롯한 원인은 그릇된 결과를 낳기 마련이다. 모든 것이 풍족해진 이 시대에 유독 ‘절제력’만은 결핍 상태를 보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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