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희 의혹이 사실일 때 벌어지는 일... “차라리 바보 되는 편이”
손석희 의혹이 사실일 때 벌어지는 일... “차라리 바보 되는 편이”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9.02.01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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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JTBC]
[사진출처=연합뉴스]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권위주의가 용납되지 않는 시대다. 과거 산업화 시대에 요긴하게 사용됐던 제왕적 리더십의 효용 가치가 현시대 들어 크게 떨어지면서 사회 곳곳에서 ‘권위 내려놓기’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이런 시대 흐름은 불필요한 엄숙함으로 고리타분한 기운을 풍기는 권위주의를 몰아내는 긍정적 효과가 적지 않지만, 우리 사회에서 ‘권위’(사회적으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위신 ) 자체를 몰아내는 병폐로 발전하고 있다.

2년 전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기점으로 지난해에는 연극·영화·문학·교단·정치 등 사회 전 방위적으로 미투 폭로가 대한민국을 휩쓸었다. 특정 분야에서 인정받던 권력자들의 권위는 하루아침에 땅바닥으로 추락했고 언론은 그 과정을 생생하게 전달했다.

그런 상황 속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보인 방송사가 JTBC다. 미국 방송 CNN이 걸프전(1990년) 당시 전쟁 상황을 생중계하다시피 하면서 인지도를 크게 높였고, YTN이 삼풍백화점 붕괴(1989년) 현장을 실시간으로 비추면서 존재감을 굳혔듯, JTBC는 썩을 대로 썩은 우리 사회 권력의 폐부를 집중조명하면서 일약 ‘국민이 가장 신뢰하는 방송사’(KBS 여론조사)로 떠올랐다. 사회악이 횡행할수록 언론사는 활기를 얻는 역설적인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손석희 앵커의 입으로 전해진 최순실의 전횡은 박근혜 대통령을 권좌에서 끌어내리는 데 일조했고 그 외에도 수많은 권력자의 권위가 손 앵커의 입을 통해 땅바닥에 처박혔다. 손 앵커에게는 깨끗한 언론인이란 찬사가 뒤따랐고 그럴수록 그의 언론권력은 힘을 더해갔다.

그러나 요즘 손 앵커의 언론권력이 중대한 위기에 봉착했다. 2년 전 야심한 밤, 과천의 한 야외 주차장에서 견인차를 들이받은 후 도주, 이후 밀회(주차장에서 여성과 데이트)를 의심하는 프리랜서 기자 김웅의 입을 막으려고 취업 알선과 해당 기자의 회사에 한 달에 1,000만원에 달하는 용역을 의뢰하려 했다는 폭로가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또 회유가 여의치 않자 지난 10일에는 김씨에게 폭력을 행사했다는 혐의도 받고 있어 설 연휴 이후에는 경찰 조사를 앞두고 있다. 손 앵커와 김씨는 각각 폭행과 공갈·협박죄로 서로를 고소한 상태다.

“(밀회 관련 기사를 내보낼까봐 ) 손 대표이사가 불안해하며 (JTBC) 채용을 제안했다”는 김씨와 “(김씨가) 불법적으로 취업을 청탁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자 오히려 협박해 왔다”는 손 앵커의 주장이 맞붙고 있다. 아직 사건의 내막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김씨가 공개한 녹취록에는 손 앵커로 추정되는 인물이 김씨에게 애써 매달리는 듯한 내용이 담겨 있어 “취업 청탁을 받았다”는 손 앵커의 주장에 의구심이 일고 있다. 또 녹취록에는 "(왜 그 시간에 주차장에 갔는지 ) 나도 말하고 싶어 죽겠다. 노멀(Normal)한 일이다. 하지만 이게 알려지면 내가 정말 바보가 된다"는 답변도 담겨 ‘바보가 되는 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자신의 허물을 덮기 위해 용역을 제공하려 했다는 의혹에 보수단체로부터 ‘배임죄’로 고발까지 당한 손 앵커에게 우려 섞인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일부 보수진영에서는 “거봐 너도 똑같이 더러운 사람이잖아. 깨끗한 척하는 위선자”라는 식의 비난이 나오고 일부 진보진영에서는 최대한 언급을 자제하면서도 ‘혹시나’하는 생각에 마음 졸이는 모습이다. 녹취록에서 손 앵커로 추정되는 인물이 “이놈의 회사가 지금 내가 없어지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듯, 손 앵커에게 쏠린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JTBC는 물론 손 앵커 개인이 공들여 쌓아왔던 ‘권위’의 몰락은 분명한 일이다.

잇따른 ‘권위’의 추락에 사회 곳곳에서는 “안 그래도 ‘훌륭한 사람이 되지 말자, 살고 싶은 대로 살다 가자’는 염세주의가 팽배한데 더 가중될까 걱정”이라며 “권위자의 일탈은 사회 전반적으로 도덕 가치 기준을 낮추는 악영향을 낳는다”고 우려한다.

신동준 평론가는 책 『리더의 격』에서 “국가의 리더가 어떤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 국운이 흥하기도 하고 쇠하기도 한다. 기업의 리더가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기업의 흥망성쇠가 결정된다”며 “사람들이 리더에게 기대하는 것은 물론 뛰어난 능력이기도 하지만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굳건하고 흔들리지 않는 믿음”이라고 지적한다. 이번 일은 그간 손 앵커에게 쏠렸던 많은 사람의 믿음에 기반을 둔 사회적 권위가 더욱 굳건해지거나 ‘와르르’ 무너지는 중대기로가 될 전망이다.

신 평론가는 “자신의 잘못과 실수를 알아차리고 바로 인정하는 것, 현재 자신의 위치나 이제까지의 업적과 상관없이 누구나 실수할 수 있는 인간임을 아는 것은 리더의 마음가짐에 있어서 가장 중요시되는 항목”이라고 강조한다. 영국의 탁월한 리더로 꼽히는 처칠 수상 역시 “언제나 국민에게 진실을 이야기하라. 국민은 처음에는 화를 내고 욕을 할 수 있으나 리더가 숨기는 게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 국민은 결국 그 리더를 더욱 신뢰할 것”이라고 말한다. 한국 언론계의 대표선수 손석희, 사건을 걷잡을 수 없이 키운 ‘바보가 되는 일’이 도대체 무엇인지 그의 솔직한 고백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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