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 남녀관계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인식은 지금껏 우리 사회에서 통설로 여겨져왔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갈등의 정도가 정상 범위를 넘어서 학대의 수위에 달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남편에게 매일같이 폭행을 당하면서도 이혼 후 살길과 어린 자녀들의 앞날을 걱정해 폭력을 감수하며 살아가는 아내, 남편에게 맞고 흉기로 찔려 병원에 옮겨지면서도 "혼자서 넘어졌다" "넘어지던 찰나에 하필 칼이 세워져 있었다" 등의 상식에서 벗어나는 해명을 내놓아 보는 이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상황은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는 걸까? 학대를 가하는 남자는 처음부터 '악한 사람'이었던 걸까? 심리치료사인 저자는 "학대는 점진적으로 일어나고 학대하는 사람은 천천히 본색을 드러내기 마련"이라며 "피해자를 향해 '왜 학대하는 사람을 만났느냐' 같은 말은 합당하지 않다"고 말한다.
저자는 부부나 연인 사이에서 일어나는 학대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절대 변하지 않는 상대에게 기대를 걸고 병적인 관계를 지속해나가기보다는 그 관계를 끝내고 진짜 자아를 찾는 편이 낫다고" 충고한다. 이와 관련해 당하는 사람조차 쉽게 감지하지 못하는 교묘한 학대 유형, 학대 가능성을 의심해볼 위험 징후, 관계를 정리할 때 확인해둘 사항 등을 자세하게 설명한다.
저자는 신체 폭력뿐 아니라 심리적 폭력 역시 '치명적 학대'라고 규정한다. 오히려 어떤 경우에는 심리적 학대가 더 고통스러울 수 있다고 강조한다. 간과하고 무시하기 쉬운 '교묘한 학대'를 조명하면서 수술을 앞둔 아내를 혼자두고 공부하러 가버린 남편, 외도가 발각됐지만 외려 아내의 매력 결여를 탓하는 남편 등 다양한 학대 양상을 소개한다.
이 책은 학대 관계 형성과 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심리와 성격을 분석하는 데에 상당한 지면을 할애한다. 책임감이 없는 가해자와 책임감이 강한 피해자, 그런 피해자의 성향을 이용해 동정심과 죄책감을 유발하는 가해자의 면모 등을 적나라하게 파헤친다.
데이트 폭력과, 가정 폭력이 사회 문제로 대두하는 요즘, 읽어볼 만한 책이다.
『그 남자는 절대 변하지 않는다』
에이버리 닐 지음 | 김소정 옮김 | 갈매나무 펴냄│304쪽│1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