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철 전 보좌관님, 아세안 가면 정말 ‘해피조선’ 느낄 수 있나요?”
“김현철 전 보좌관님, 아세안 가면 정말 ‘해피조선’ 느낄 수 있나요?”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9.01.30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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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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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험악한 댓글만 달지 말고 아세안(동남아시아 국가 )에서 기회 찾아라” “(취업 안 된다고 ) ‘헬조선’이라고 말하지 말고 아세안 가보면 ‘해피 조선’ 느낄 것”

김현철(57) 청와대 경제보좌관 겸 대통령 직속 신남방정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의 발언의 파장이 크게 일고 있다. 지난 2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조찬 간담회에서 김 위원장은 신남방 정책(동남아시아 국가와의 협력을 미·일·중 수준으로 격상 )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해외진출을 권했다. 그는 “미국 보호무역주의와 미국 제일주의 때문에 굉장히 어려움을 겪었고, 중국은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 보복 때문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며 “또 다른 시장을 생각해야 하는데 그게 신남방 정책이고, 그 지역은 블루오션”이라며 “국문과(를 전공한 학생들 ) 취직 안 되지 않느냐. 그런 학생들 왕창 뽑아서 태국·인도네시아에 한글 선생님으로 보내고 싶다”고 주장했다. 해당 발언은 20대와 50·60대를 무시하는 발언이라는 지적을 받았고 여론은 급격히 악화됐다.

여론이 악화되자 김 위원장은 “신남방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잘못된 표현으로 심려를 끼쳐드렸다. 깊이 사과드린다”고 해명했지만, 악화된 여론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김 위원장은 29일 스스로 위원장직에서 물러났지만, 사퇴에도 그 파장은 지속되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의 발언을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의 ‘중동 진출론’과 비교하며 “지금이 70년대냐, 청년이 우선 국내에서 살길을 찾게 하는 게 도리”라고 지적했다. 2015년 박근혜 전 대통령은 중동 순방 후 “대한민국이 텅텅 비도록 중동 진출해봐라. 이건 하늘의 메시지다”라며 해외취업을 권면해,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이라는 지적을 받았던 것과 같은 맥락이라는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의 ‘중동 진출론’을 두고는 당시 서울대 교수였던 조국 현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판도 회자되고 있다. 당시 조 교수는 SNS에 “각하의 뜻에 맞고 나라 전체에 도움 되는 방향도 있다”며 “박근혜 정권 옹호에 앞장서는 일베(일간베스트 커뮤니티) 청년들, 박 정권 권력자의 자식들, ‘박정희 교도’처럼 언동 하는 어르신들의 손자들, 다 중동으로 보내면 된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의 해외취업사업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실업대책을 간구하면서부터다. 이를 위해 현재까지 매년 수백억원의 예산이 투입되고 있는데, 정부 9개 부처 17개 해외 취업사업 관련 예산은 2016년 680억 5,100만원, 2017년 716억 7,700만원, 2018년 767억7,200만원으로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김정훈 자유한국당 의원이 국회예산정책처에 의뢰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15~2017년 ) 정부 해외 취업사업을 거친 2만 2,844명 가운데 실제로 취업한 인원은 48.1%(1만981명)에 불과하다. 이들의 평균 연봉 역시 취업자의 구미를 크게 당기는 수준은 아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해외취업자 평균 연봉은 2015년 2,576만원 2016년 2,686만원 2017년 2,900만원으로 해외 취업 1~3위(일본·미국·싱가포르 ) 국가 물가를 고려했을 때 높은 수준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현지 취업에 성공한 사람들은 어떤 생활을 하고 있을까? 지난해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업체에 취업했던 김모(33)씨는 “고국을 떠나온 것 치고는 대우가 크게 나아진 바 없었다. 회사가 있는 곳은 베트남의 작은 도시라 한국 식당은커녕 마땅한 여가시설도 없었다”며 “도저히 아내와 아들을 데려와 살 형편이 안돼 얼마 못 버티고 돌아왔다”고 전했다.

지금은 한풀 꺾였지만, 사드 갈등 이전 한창 인기를 끌었던 2015년 중국 취업 시장에 뛰어든 장모(35)씨는 “최초 3개월 무급에 이후 3개월은 본봉(본래 봉급)의 70%를 받았다. 본봉이라고 해봐야 5,500위안(약 90만원) 정도였다”며 “중국은 한국보다 물가가 저렴해 생활은 가능했지만, 정말 딱 그 정도다. 먼 미래를 계획하기는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 동북지역의 한 대학교에서 한국어 교사로 일하는 유모(33)씨는 “기숙사를 제공받으면서 한 달에 4800위안(약 79만원) 정도를 받는다”며 “강의 시간을 제외하고는 시간 사용이 자유로운 장점이 있지만, 누군가에게 이 직업을 추천하고 싶은 정도는 아니다. 중국에 있고 싶은 사람이 궁여지책으로 이 일을 하는 경우가 많지 이 일을 위해 중국에 오는 경우는 드물다”라고 전했다.

김민섭 작가는 책 『거짓말 상회』에서 “헬조선이라는 단어에는 노오력, 열정 페이 등 개인에게 가혹한 자기 계발을 요구하는 현 사회에 대한 조소가 담겼다. (현 젊은 세대는) 어느 때보다 많은 기회가 주어진 세대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며 “결국 그들은 막다른 골목에서 함께 만나 자신들이 달려온 도로를 헬조선으로 규정했다”고 말한다. 이어 “이런 현상을 가장 먼저 진단하고 분석해 대안을 제시해야 할 이들이 정치인과 지식인이지만, 그들은 어깨에 진 사회적 책임의 무게만큼 존중받지만, 놀라울 만큼 그 누구도 헬조선의 시대가 개막될 것임을 경고하지 않았다”며 “자살 대신 한국을 떠나는 선택은 절망과 자조에서 나온 저항의 한 방식이지만 이를 실행할 수 있는 청년은 많지 않다”고 말한다.

장강명 작가의 소설 『한국이 싫어서』에서 주인공 계나가 “(한국은 ) 가까이서 보면 정글이고 멀리서 보면 축사”라고 깎아내렸듯 살기 힘든 한국을 벗어나면 ‘해피조선’을 느낄 수 있다는 발언은 본래 의도가 어떠했든 국민에게 큰 상처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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