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30년이 넘도록 세계 곳곳을 여행하는 어느 시인의 아프리카 여행기다. 전설의 록 밴드 퀸의 프레디 머큐리가 태어난 아프리카 잔지바르, 영화 '바그다드 카페'의 브랜다와 야스민을 만날수 있을 것만 같은 솔리테르, 소금 싣은 다나킬 사막의 낙타 행렬, 신성 도시 랄리벨라의 암굴 교회 등 아프리카의 다양한 면모가 책에 담겼다.
탄자니아의 옛 수도인 다르에스살람. 항구와 가까워지자 젊은이, 늙은이, 어린아이 할 것 없이 모두 소리를 치며 무언가를 팔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저자는 소설 『피의 꽃잎들』속 한 대목을 상기한다. 작은 토지와 빈약한 연장과 소가족 노동에 만족하면서 꿈을 잃지 않고 살았던 소설 속 응주구나를 말이다.
광활한 아프리카를 제대로 느끼려면 동아프리카와 남아프리카를 연결하는 2박3일간의 기차여행을 떠나보자. 80년대 초반에 만들어져 낡을대로 낡은 내부시설은 불편함을 자아내지만, 창밖에 펼쳐지는 아프리카 들판의 풍경은 이 모든 불편함을 하찮은 것으로 만들기에 충분하다. 열차가 정거장에 정차할 때면 물건 파는 여인들과 동네 아이들로 기차 주변은 북적거린다. 저자는 창밖 아이에게 건넬 물건을 찾다가 가방에서 한 자루 뿐인 볼펜을 발견한다. '자신에게 달라'는 열차 여승무원의 요청을 거절하고 끝내 아이에게 볼펜을 건네자 아이는 기차가 멀어질 때까지 손을 흔들어 보인다.
랄리밸라가 신성도시로 불리는 이유는 암굴교회군 때문이다. 모두 11개의 교회가 있는데 각각의 교회는 바위를 깎아내려가 만든 교회들이고 작은 굴로 서로 연결돼 있다. 그중 가장 아름답다는 평가를 받는 교회는 성 기오르기스 교회다. 완성까지 100년 이상 걸렸다고 한다. 지상에서는 세 겹의 십자가만 보일 뿐 내부가 보이지 않는다. 가로 세로 12m의 정 십자가 모양으로 파내려가 비탈길을 빙빙 한참 돌아서야 입구에 닿을 수 있었다. 교회 입구에서 죽어서도 교회를 떠나지 않겠다는 어느 사제의 유해가 그대로 드러나 있다.
청나일 폭포는 빅토리아 폭포 다음으로 아프리카 두 번째 가는 큰 폭포다. 상류에 수력발전을 위한 댐이 건설되면서 수량이 급격히 줄어들어 빅토리아 폭포의 장엄함과 비교할 수 없지만, 에티오피아인들은 여전히 신성시하고 소중히 여긴다. 상당량의 물줄기가 낙하하면서 요란한 소리를 자아내고 곳곳에는 무지개가 아름답게 빛을 발한다.
『아프리카 아프리카』
안혜경 지음·사진 | 대원사 펴냄|216쪽|14,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