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캐슬’ 한국사회 경종 울리나…
‘스카이캐슬’ 한국사회 경종 울리나…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9.01.26 09: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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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JTBC '스카이캐슬' 페이지 캡처]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종영을 앞둔 JTBC 드라마 ‘스카이캐슬’이 신드롬이라고 불릴 만큼 인기다. 빅데이터 조사기관 ‘굿데이코퍼레이션’의 발표에 따르면, 이 드라마는 최근(15화~18화) 2주 연속으로 TV화제성 지수에서 1위를 차지했으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유튜브에서 각종 패러디물이 양산되는 등 요즘 방영되는 어떤 드라마보다 사람들 입에서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드라마는 무한경쟁을 부추기는 사회 속 부모와 자녀의 분투기를 그린다. 방과 후 저녁 10시가 넘도록 학원에서 공부하고, 집에 와서 또 공부하는 장면, 계층사회 피라미드 꼭대기에 오르기 위해 친구를 밟고 넘어가는 게 ‘잘한 일’이라고 평가받는 장면, 자녀의 성적이 오르지 않으면 모질게 훈계하는 장면…. 다른 나라 사람이 보면 비현실적일 수 있는 설정들이지만, 우리나라 시청자들에게는 지극히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모양이다.  

‘지금 자신의 자녀가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 돌아보라’는 ‘스카이캐슬’의 교훈. 그러나 과연 이 드라마가 우리 사회에 굳어진 교육 문화를 바꿀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스카이캐슬을 보고 무엇을 느꼈나”는 기자의 질문에 고등학생 자녀를 밤 10시까지 학원에 보낸다는 학부모 십여 명은 “자녀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깨닫고 슬퍼졌다”는 식으로 말했지만, 이내 “자녀가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지금처럼 계속 학원에 보내는 등 노력할 것”이라는 식으로 답했다.  

아내와 자신 모두 중소기업에 다니며 자녀를 영어·수학 학원에 보낸다는 A씨는 “우리 아이는  학원에 보낼 것이고, 저녁 늦게까지 집에서 공부하다 자게 할 것이다. 성적이 오르면 칭찬하고, 떨어지면 훈계할 것”이라며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이 사회에서 도태될 뿐”이라고 설명했다. A씨 부부가 한 달 사교육비로 쓰는 돈은 약 80만원. A씨는 “적은 소득에 포기해야 할 것도 많지만 어쩔 수 없다”고 덧붙였다. 

대기업에 다니는 B씨는 자녀 학습비로 월 100만원 이상을 쓰지만 좀처럼 오르지 않는 자녀의 성적이 걱정이다. B씨는 “드라마가 우리나라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면서 구구절절 맞는 말만 하지만, 아이가 경쟁해야 하는 현실도 현실인데 어쩌겠는가”라며 “경험상 우리나라는 이왕이면 이름 있는 대학을 나온 사람들이 훨씬 잘 사는 사회”라고 말했다. 그는 “드라마가 주는 교훈보다는 ‘스카이캐슬’의 등장인물 ‘차민혁’의 논리에 더 공감한다”며 “고등학교 때까지 한 몇 년 고생시켜서 잘 살게 하는 게 아이의 인생에 훨씬 도움이 되리라는 생각은 학부모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견기업에 다니며 자녀를 키우는 C씨는 ‘스카이캐슬’에 자주 등장하는 피라미드 모형을 지적하며 “드라마에서는 피라미드 중간이 가장 편하다는 교훈을 주지만, 현실에서 그건 속 편한 소리”라며 “‘스카이캐슬’의 등장인물들처럼 자녀에게 물려줄 재산이 많은 부모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대한민국은 솔직히 대학이라도 잘 가야 겨우 중간이라도 갈까 말까 하는 양극화된 사회”라며 “자녀가 대학 입시에 실패하기라도 하면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스카이캐슬’을 보고 많은 것을 느껴 자녀가 다니는 학원 수를 한 개로 줄였다는 D씨는 “(학원을 줄이니) 마치 자동차 보험을 들지 않고 운전하는 듯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녀 또한 불안해한다”며 “만약 이번 학기에 성적이 떨어지면 다시 학원 수를 늘릴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사회학자 오찬호는 저서 『결혼과 육아의 사회학』에서 “사교육의 문제를 들어는 봤지만 그게 없으면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를 잘 안다”며 “그래서 일단 지갑을 연다. 순간순간 머리를 긁적거려도 보지만 ‘아이가 잘 사는 게 먼저다’면서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주고 결국엔 관성대로 내 몸을 움직인다”고 설명했다. 오찬호는 “열한 살 딸과 여섯 살 아들을 기르는 나 역시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털어놓으며 “‘우리 사회’가 아닌 ‘우리 가족’만을 위한 프로젝트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모두가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문제는 곧 사람의 문제다. 모순된 사회를 변화시키려면 그 안에서 적응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떤 강박 속에서 결혼을 결심하고 육아를 하고 있는지, 그 민낯의 괴기스러움을 확인하고 성찰의 시간을 가져야만 한다”고 덧붙였다. 드라마 ‘스카이캐슬’이 ‘가족’의 문제를 ‘사회’의 문제로 전환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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