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캐년 추락사고… 그는 왜 그곳으로 걸어갔나?
그랜드캐년 추락사고… 그는 왜 그곳으로 걸어갔나?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9.01.24 16: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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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그랜드캐년을 여행하던 25세 청년의 추락사고가 각종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화제다. 사고영상에 따르면 대학생 박씨는 언뜻 봐도 위험해 보이는 절벽에서 추락한다. 현재 박씨는 혼수상태, 따라서 박씨가 그 절벽으로 걸어간 이유는 알 수 없다. 

박씨의 패키지여행을 담당한 여행사는 “박씨는 단독 행동으로 위험한 지대에서 사진 촬영을 하다 추락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고, 박씨의 가족들은 박씨가 사진촬영을 하지 않는 듯 보이고, 박씨가 안전지시를 따랐을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일부 누리꾼들은 박씨가 ‘위험한 셀카’를 찍기 위해서 그곳으로 간 것이라 추측하기도 하지만, 어느 주장도 확실치 않다. 

물론 박씨는 그렇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전문가들은 박씨와 같은 청년들은 인기를 얻기 위해 위험한 행동을 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미치 프린스틴 노스캐롤라이나 대학 임상심리학과 교수는 그의 책 『모두가 인기를 원한다』에서 박씨 나이대의 청년들이 인기를 얻기 위해 충동적인 행위를 하는 이유를 분석한다. 프린스틴 교수는 “(이들이 ) 사실상 인기에 중독되는 셈”이라며 “(이 시기 ) 모든 종류의 보상에 반응하는 뇌의 ‘복측 선조체’가 사회적인 보상을 경험할 때 특히 활성화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젊은 시절에는 어떻게 하면 인기를 얻을 수 있는지 과도하게 고민한다. 때문에 친구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충동적인 행위나, 유튜브나 각종 SNS에서 많은 ‘좋아요’를 받고 구독자수를 늘리기 위한 자극적인 행동을 서슴지 않는다. 

남성이라는 점에서 여행지에서의 위험행동이 심화됐을 가능성도 있다. 박영신 경북대 교수는 대학생들을 조사대상으로 한 논문 「정서가 대학생들의 위험지각과 위험행동에 미치는 영향: 의도적 통제의 조절효과」에서 “남자들은 긍정정서가 유발됐을 때 부정정서가 유발됐을 때보다 위험행동을 더 많이 했고, 여자들은 정서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즉, 여행 등 어떤 활동을 할 때 기분이 고조된 상태라면 남성이 여성보다 위험행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CNN의 2018년 발표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7년까지 ‘위험한 셀카’를 찍다가 사망한 사람은 세계적으로 총 259명이었으며, 이들 중 남성이 72.5%, 평균연령은 22.94세였다. 2015년 미국 언론사 <애리조나 데일리>가 그랜드캐년에서 발생한 55건의 추락사고를 분석한 결과, 사고를 당한 55명 중 39명이 남성이었고, 39명 중 8명은 바위와 바위 사이를 뛰어다니다가 추락했다.     

조재형 PROne 대표 겸 브랜딩연구소장은 그의 책 『위험사회』에서 실제 사망률과 일반인이 추정한 사망률을 비교할 때 그 차이가 크다는 사실을 자료를 통해 증명하며 “일반인은 위험을 평가하고 지각하는 데에 주관적인 요소가 많이 개입한다”며 “대중은 자신의 주관적인 경험이나 지식 습득에 따라서 위험을 덜 객관적으로 수용하며 위험 지각에 편견이 개입될 가능성이 많다. 그럼에도 개인의 경험이나 상상력, 추리, 지식, 믿음 등을 근거로 위험을 자각하고 의사를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위험을 자각하는 정도가 주관적인 경험이나 지식 습득에 따라서 달라진다는 분석은 조금 우려스럽다. 당장 각종 SNS나 유튜브 등 동영상공유사이트만 해도 위험한 행위를 담은 사진이나 영상이 다수 업로드되고 있으며 인기리에 공유되고 있기 때문이다. 논문에 따르면 이런 사진이나 영상이 수용자가 위험한 행동을 위험하지 않다고 받아들이게 오도할 수 있다.

매년 이맘때면 ‘새해복 많이 받으라’라는 말 뒤에 ‘건강하세요’라는 말이 붙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건강’이라는 단어에 ‘위험’이라는 관념이 들어있는지는 의문이다. 축복의 말에 ‘안전하세요’라는 말을 추가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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