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멘토 모리’, 내 인생을 가치있게 만드는 법
‘메멘토 모리’, 내 인생을 가치있게 만드는 법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9.01.23 12: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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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언어라는 라틴어임에도 불구하고 이 문장은 자주 쓰이며, 우리에게 익숙하다. 그리고 단지 익숙한 것만이 아니라, 이 문장과 관련된 콘텐츠가 등장할 때마다 화제가 된다. 

지난 20일 방영된 SBS 예능프로그램 ‘집사부일체’에서 배우 최민수의 ‘메멘토 모리’가 시청자들의 마음에 파장을 일으켰다. 이 프로그램에서 코미디언 양세형이 최민수에게 ‘죽음이 두렵다’는 식으로 말하자 최민수는 자신이 중학교 2학년 때 좌심방부정맥결막증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은 사실을 고백하며 입을 열었다. 최민수는 죽음의 문턱에서 두려워했던 경험을 떠올리며 “피하지마. 흔한 일이야. 죽음 따위. 나만 경험을 못 했을 뿐이지. 한 번이니까 (인생이) 얼마나 소중할까. 사람들의 역사 안에는 흔한 일이야. 너의 순간 순간은 너무나 소중해”라고 말했다. 그는 죽음을 목전에 두니 매일 매일이 새롭고 소중했다고 털어놓았다.  

앞서 <독서신문>의 초대 편집위원이었던 이어령 교수의 <중앙일보> 인터뷰도 ‘메멘토 모리’를 주제로 회자됐다. 이어령 교수는 인터뷰에서 자신의 암 선고 사실을 처음으로 고백하며 “죽음을 생각하는 삶이 중요하다”며 “죽음을 염두에 둘 때 우리의 삶이 더 농밀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과일 속에 씨가 있듯이, 생명 속에는 죽음도 함께 있다”며 “‘나는 살아 있다’는 생명의식은 ‘나는 죽어있다’는 죽음의식과 똑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빛이 없다면 어둠이 있겠나”라며 “죽음의 바탕이 있기에 생을 그릴 수 있다. 의사의 통보는 오히려 내게 남은 시간이 한정돼 있음을 일깨워주었다”고 덧붙였다.  

과거 ‘메멘토 모리’가 전 세계적인 신드롬이 된 적도 있었다. 미국의 칼럼니스트 미치 앨봄의 베스트셀러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때문이다. 앨봄에 따르면, 그의 은사 모리 슈워츠 브랜다이스대 교수는 “매일 아침 어깨에 작은 새가 있다고 상상하고 그 새에게 ‘오늘 생이 끝나느냐?’라고 물어보라”고 권했다고 한다. 슈워츠 교수는 “어떻게 죽어야 할지 알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알게 된다”며 이어령 교수와 비슷한 말을 했다. 삶이 영원히 계속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아야만 삶을 소중히 여기게 되고, 세상에서 보낼 날이 정해져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하루하루를 최우선으로 삼게 된다는 것이다. 

정문정 <대학내일> 디지털 미디어 편집장은 베스트셀러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에서 20대 후반에 겪은 참혹한 교통사고를 회상하며 “교통사고를 당한 후 내가 언제든 죽을 수 있음을 실감했다”며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에게는 교통사고나 암 같은 불의의 사고가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고 털어놨다. 정 편집장은 “그런데 정작 내가 그런 일을 당하고 나자, 이 불확실한 세상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끌려다니는 인생을 살다가 갑자기 인생이 끝난다면 얼마나 억울할까 하는 상상을 자꾸 하게 된다”며 “다른 사람의 기대에 부응하려 애쓰지 말고 내가 원하는 사람으로 살아야 한다. 후회하지 않는 인생을 살기 위해서 내가 자꾸 되뇌는 것은 이것이다. 나의 시간과 에너지는 한정돼 있으니 가치 없는 곳에 쓰지 말 것. 오늘의 나를 행복하게 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편집장은 ‘메멘토 모리’의 효용에 대해 “철저하게 내게 중요한 것들의 우선순위를 세우고 실행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위기감이 들었다”며 “그 기준으로 세상을 보니, 예전 같았으면 그냥 참았을 만한 일 중에서도 내가 피할 수 있는 것은 적극적으로 피하게 된다. 엉뚱한 곳에 에너지를 쓰면 정작 내가 필요한 곳에 쓸 수 없으니까”라고 덧붙였다.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는 ‘메멘토 모리’의 효용을 더 명확하게 설명했다. 정 교수는 저서 『열두 발자국』에서 “이건 제가 평소 의사결정을 할 때 자주 사용하는 원칙”이라며 “바로 ‘메멘토 모리’입니다. 오늘 죽는다고 생각하면 그 어떤 상황도 그보다 비극적이진 않기 때문에, 두려움 없이 의사결정을 할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이건 아마 인생을 살아가는 데에도 좋은 전략이 될 것”이라며 “내일 혹은 한 달 후에 죽는다고 생각하면 앞으로 내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고민하게 되겠지요. 그리고 정말 소중한 일들에 집중하게 되고, 주변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일들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되고, 선택의 무게도 훨씬 가벼워집니다”라고 덧붙였다.

‘메멘토 모리’. 이 단어가 이토록 자주 쓰이고 화제가 되는 이유는 그만큼 사람들이 이 문장에 많은 공감을 하기 때문이다. ‘메멘토 모리’. 이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도, 이 글을 쓰는 기자에게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 지금 당장 무슨 일을 해야 가장 가치 있을까 생각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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