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역으로 정권 몰락·군대 해산?... 홍역 예방접종이 필요한 이유
홍역으로 정권 몰락·군대 해산?... 홍역 예방접종이 필요한 이유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9.01.23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특정인(기관)이 난처한 상황에 놓여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흔히 ‘홍역을 앓는다’고 표현한다. 온몸을 뒤덮은 울긋불긋 반점과 정신을 혼미하게 만드는 고열 등으로 그야말로 요란하게 병을 치르는 홍역의 특성 때문이다.

한때 전 세계적으로 70만명에 달했던 홍역 감염자 수는 1962년 홍역 백신이 개발되면서 1/10 수준으로 크게 감소했지만, 최근 들어 다시 증가추세를 보이면서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다. 필리핀에서는 최근 한 달간 4,000여 명의 홍역 환자가 발생했고, 우리나라 역시 한 달 사이에 30명이 홍역 확진 판정을 받았다. 우리나라는 2000~2001년 전국적으로 5만5,000여 명의 홍역 환자가 대거 발생하면서 그야말로 ‘홍역’을 치른 이후 점차 잠잠해져 2014년에는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홍역 퇴치 국가로 지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2015년 이후부터 다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홍역이 다시 등장한 원인으로는 예방접종의 사각지대에 놓인 현 20·30대 성인들이 지목된다. 홍역은 생후 12~15개월에 1차(1983년 시작), 4~6세 때 2차 접종(1997년 시작)을 시행해야 병을 이겨낼 항체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에, 1회 접종에 그친 1983~1996년생은 홍역에 취약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최근 감염자 대다수는 예방접종을 하지 않은 4세 이하 영유아와 20·30대로 밝혀졌다. 

홍역은 현재 사용하고 있는 홍역(MMR) 예방접종으로 충분히 예방 가능하지만, 접종 누락 등으로 항체가 형성되지 않아 감염됐다면 대증요법(휴식, 수분·영양 공급 )으로 치료가 가능하다. 다만 상황에 따라 기관지염, 중이염, 폐렴 등 합병증으로 발전할 수 있고, 심할 경우 뇌염, 신경계 후유증 등으로 사망에 이를 수 있어 초기에 병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홍역은 감염 초기, 감기처럼 기침·콧물·결막염 증세를 보이고 이후에는 고열과 발진이 온몸에 나타난다.

최근에는 백신의 발달로 홍역의 위험성이 한결 줄어들어 가벼운 병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지만, 한때 홍역은 생명을 앗아가는 무서운 질병으로 여겨졌다. 홍역의 높은 사망률로 군대가 와해되기도 했는데, 로버트 H. 욜켄 박사의 책 『우리는 모두 짐승이다』에 따르면 미국 남북전쟁 당시 홍역은 북군 5,155명, 남군 4,000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당시 군 보고서에는 “홍역으로 중대, 대대, 심지어 연대 전체가 잠정적으로 해산됐고, 병사들은 집으로 돌아갔다”는 내용이 담기기도 했다. 이런 상황은 마거릿 미첼의 소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스칼렛 오하라의 첫 남편이 참전 두 달도 되지 않아 홍역으로 세상을 떠나는 장면으로도 표현됐다.

홍역은 정권을 무너뜨리기도 했다. 1917년 3월 12일 러시아 정부의 식량정책 실패를 규탄하며 시민이 거리로 몰려나오고, 군인 일부가 진압을 거부하고 오히려 시위에 합류하는 소요 사태가 벌어졌지만, 당시 정권은 적절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했다. 마이클 비디스 교수의 저서 『질병의 역사』에 따르면 당시 차르(러시아 황제) 니콜라이 2세와 황후 알렉산드라는 홍역을 앓는 자녀들을 간호하느라 나랏일을 돌볼 여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성난 민심은 혁명을 일으켰고 왕족들은 유배생활을 하다가 이듬해 처형됐다.

이처럼 개인은 물론 군대와 정권의 붕괴를 불러오는 위력을 지닌 홍역이지만, 일부 사람들은 홍역 백신에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안아키’(약을 쓰지 않고 아이 키우기 )로 불리는 민간요법을 맹신하거나 ‘MMR(홍역 예방 ) 백신이 아동의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주장 때문이다. 1998년 영국 의사 앤드루 웨이크필드는 의학지 <랜싯>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논문을 게재해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이후 웨이크필드의 연구 방법이 부적절했고, 백신 접종을 반대하는 측에서 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스스로 논문을 철회했다.

보건 당국은 “(홍역 예방 접종을 할 경우 ) 항체 양성률이 95.4%에 달한다. MMR 백신으로 홍역 예방이 충분히 가능하다”며 “홍역 의심 증상이 보이면 가까운 보건소나 질병관리본부 콜센터(전화 1339 )로 문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비회원 글쓰기 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