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인북] 발길 닿는 대로 떠나온 북유럽 미술관… "이런 게 행복"
[포토인북] 발길 닿는 대로 떠나온 북유럽 미술관… "이런 게 행복"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9.01.21 17: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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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혜진의 『북유럽 그림이 건네는 말』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빈센트 반 고흐의 무덤에 다녀온 뒤로 그림에 매료된 저자가 일상에 지쳐 모든 것에 감흥이 없어졌을 무렵 떠난 먼 나라 미술관 방문기다. 코펜하겐, 오슬로, 베르겐, 스톡홀름, 모라, 헬싱키, 예테보리, 스카겐, 라네르스, 오르후스 등 낯선 북유럽 도시의 미술관을 누벼온 3년간의 기록이 담겼다. 

저자는 "이 책은 이곳에서 저곳으로 건너가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다. 자기 착취와 정열을 헷갈려 곧잘 스스로를 소진시켰던 시간과 이별하는 이야기다. 위계가 남긴 자국을 지워가는 이야기, 바깥을 힐끔거리던 시선을 거두는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라는 대답에 스스로를 끼워 맞추다가 할 수 없음을 받아들이는 이야기, 실패에 대한 이야기, 불화하던 것을 향해 화해의 악수를 내미는 이야기다"라고 말한다.  

[사진제공=도서출판 은행나무]
[사진제공=도서출판 은행나무]

빵 하나에 달려든 빈민층의 아우성을 담아낸 이 그림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줄 맨 뒤로 밀려난 아이들의 표정이다. 손을 뻗어봤자 빵이 닿지 않는 거리, 희망까지 거세된 곳에 자리한 사람들의 절망감이라는 게 어떤 것인지 오롯이 보여준다. 뒤이어 관람객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뒷짐을 지고 걷는 제복 입은 사내에게 이어진다. 저자는 "이 소란은 전혀 내 일이 아니라는 듯 태연한 사내, 화가의 분노가 느껴진다"고 말한다. 작가 크로그는 작품을 통해 우리에게 질문한다. 내 주변에는 이런 일이 없을까? 눈에 띄지 말 것을 강요받는 사람들이 정말로 없을까? 나도 혹시 제복 입은 사내처럼 모른 척, 안 보이는 척 태연하게 거리 두기를 하고 있진 않은가?. 

[사진제공=도서출판 은행나무]
[사진제공=도서출판 은행나무]

북유럽 국가들의 높은 행복 지수 비결을 말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안테의 법칙'. 노르웨이에서 태어나 덴마크에서 숨을 거둔 소설가 악셀 산데모세가 1933년에 쓴 소설 『도망자, 그의 지난 발자취 다시 밟다』에 나오는 열 가지 원칙인데, 지금까지도 북유럽 사회의 근간을 이룬다고 한다. ▲스스로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말라 ▲네가 다른 사람보다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말라 ▲네가 다른 사람보다 더 똑똑하다고 여기지 말라 ▲네가 다른 사람보다 더 낫다고 여기지 말라 ▲네가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이 안다고 생각하지 말라 ▲네가 다른 사람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말라 ▲네가 뭐든지 잘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라 ▲다른 사람을 비웃지 말라 ▲ 다른 사람이 너를 신경 쓰고 있다고 생각하지 말라 ▲다른 사람을 가르치려 들지 말라

[사진제공=도서출판 은행나무]
[사진제공=도서출판 은행나무]

스카겐 박물관에서 새로이 알게 된 화가 비고 요한센의 그림을 통해 저자는 휘게, 라곰, 소확행의 정서를 느낀다. 비고 요한센은 1880년 스카켄 교회에서 마르타 묄레르와 결혼식을 올린 이후 여섯 명의 자녀를 출생해 대가족을 이룬다. 이후 비고 요한센은 아내와 여섯 아이들의 집에서 자아내는 실내 정경을 주로 그렸다. 야심이라고는 찾아볼 수 순한 그림을 보면서 저자는 "이런 게 행복이 아니라면 무엇을 행복이라 부를 수 있을까. 나에게 집은 어떤 의미인가. 어떤 의미이기에 살림을 해치워야 할 일로만 바라보았던가"라고 소회를 밝혔다. 

[사진제공=도서출판 은행나무]
[사진제공=도서출판 은행나무]

저자는 페테르 한센의 작품 중에서도 화가의 고향인 포보르의 겨울 풍경을 담은 작품 '포보르 교외에서 스케이트를 타는 아이들'에서 강력한 동일시를 경험한다. 저자의 시선은 그림 우측 하단에 유독 멀뚱히 서 있는 소녀에게 꽂힌다. 파란 치마를 입고 공손히 손을 모은 소녀, 빙판을 화려하게 지치는 무리를 간절하고도 끈질긴 시선으로 바라보는 아이에게서 '아, 나도 잘 놀고 싶다'라는 생각을 읽어낸다. 


『북유럽 그림이 건네는 말』 
최혜진 지음 | 은행나무 펴냄|272쪽|15,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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