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대폼장] 학원, 한국과 일본에서만 발전한 문화… “누구를 위한 학원인가”
[지대폼장] 학원, 한국과 일본에서만 발전한 문화… “누구를 위한 학원인가”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9.01.21 10: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교육은 성공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행복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10년 전 영국 서머힐(Summerhill) 학교에서 마주친 가슴 뭉글한 화두와 초승달은 묘하게 닮아 있다. 교육이 성공의 도구로 전락한 시대. 구호와 욕망만이 넘실대는 현실 속에서 모리 에토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어쩌면 반()시대적이고, 세상 물정 모르는 한가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이야기의 끝에서 우리는 작고 단단한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아이들은 저마다 자신의 타이밍에 자신의 방식으로 날개를 펼치는 존재라는 사실을 떠올리게 된다.

극적인 사건도, 치밀한 복선과 반전도 없지만 초승달은 주인공들이 걸어가는 어두운 밤길을 따뜻하고 담담하게 비춰준다. 그 길 위에 펼쳐진 교육자 가족 3대의 굴곡진 삶은 전후 일본 사회의 생생한 풍경들과 조우하며 시대의 변곡점을 통과한다. 군국주의 교육의 그늘,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한 교육지침, 유토리(여유) 교육의 실패와 학력 우선주의로의 전환 등 궤도를 달리하는 교육정책 속에서 각자의 이상은 좌절되고, 초심은 야심으로 변질되기도 한다. 하지만 시대와 인물을 넘나드는 충돌과 화해의 대서사 속에서 모리 에토는 결코 희망의 증거들을 포기하지 않는다. 어두운 밤길이 끝날 무렵 초승달은 둥글게 차오른 보름달이 돼 있을 것이란 믿음을 안고 묵묵하게 걸어가고 있다. <7, 추천의 글>

학원 경영자 가족을 그린 이 책을 쓰기 위해 취재하면서 학원이라는 것은 한국과 일본에서만 발전하는 문화라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세상은 넓다지만 아이들이 학원에 다니는 게 일반적인 나라는 한국과 일본뿐인 겁니다. (중략)

하지만 제가 이 소설에서 정말 그리고 싶었던 것은 학원을 경영하는 사람들의 드라마입니다. 서로 신념을 굽히지 못해 충돌하는 부부. 일 밖에 모르는 어머니를 받아들이지 못해 괴로워하는 딸. 피가 섞이지 않은 아버지와 자식의 인연. 할아버지 할머니의 뜻을 이어받아 분투하는 손자. 초승달은 가족의 붕괴와 재생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 그리고 때로 가족을 싫어하는 마음은 어느 나라나 공통된다고 저는 믿습니다.

파란만장한 인생을 헤치고 나아가는 오시마 가의 드라마를 한국 독자분들도 즐겨주시기를 바라며. <8~9>

초승달
모리 에토 지음권영주 옮김소미미디어 펴냄52816,800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