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여행’ 어때요?… 전국 골목 BEST 5
‘골목 여행’ 어때요?… 전국 골목 BEST 5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9.01.20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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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골목 상권이 부활해야 한다.” 어느 인기 프로그램의 제목으로 쓰인 ‘골목’이라는 단어는 그 뜻이 조금 애매하다. 길이면 길이지, ‘골목’이 따로 있단 말인가. 

국립국어원 표준대사전을 펼쳐보면 골목은 “큰길에서 들어가 동네 안을 이리저리 통하는 좁은 길”이다. 그 의미를 유추해보면, 차가 다니기 어려울 정도로 좁지만 사람 두, 세명이 걸어 다니기에는 좋을 정도의 길. 그렇다면 그 길이 형성된 시기는 적어도 길가에 차가 드물던 시기일 것이다. 

오랜 기간 사람들이 오고 가며 만들어진 길이어서인지, 골목에는 지금은 쉽게 볼 수 없는 문화와 기억, 추억, 유대, 연결, 역사, 감성이 오늘날의 것들과 합쳐져 덕지덕지 묻어있다. 

‘골목’을 이 정도로 해석해도 되지 않나 싶을 때쯤 ‘골목길 경제학자’ 모종린 연세대 교수의 『골목길 자본론』이 골목에 사회적인 의미를 더한다.      

“풍요로운 골목이 가득한 도시는 단순히 옛 정취를 느끼며 향수에 젖는 치유와 힐링의 의미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도시문화를 제공한다는 것은 창조적인 산업을 유치할 수 있게 하는 힘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도시경제의 다양한 공공재를 창출하는 골목길을 하나의 자본으로 이해해야 한다.”

한 주의 경계선인 오늘, 경기 침체로 어려운 우리네 골목을 걸으며 ‘힐링’ 해보는 것은 어떨까. 편한 신발은 필수, 전국의 가 볼 만한 골목을 소개한다.  

# 이화동 벽화마을     

서울시가 2015년 발간한 『시민이 발로 찾은 서울 골목길 명소 30선』에 소개된 골목길 중 최근에 가장 ‘핫한’ 곳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대학로에서 연극을 감상하기 전에 가보면 좋은 길이라고 알려진 지는 꽤 오래됐지만, 최근 포털사이트 ‘다음’의 카페 인기글 순위 상위권에 오르는 등 그 인기가 ‘역주행’하고 있다.
4호선 혜화역 2번 출구에서 나와 마로니에공원 쪽 낙산공원길을 오르는 이 길은 8, 90년대 풍의 오래된 집들과 카페에, 사진 찍기 좋은 벽화와 조형물들이 이어져 있어 독특한 분위기가 난다. 인스타그램에 ‘갬성 사진’을 찍어 올리고 싶은 이들이나 소중한 추억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이들에게 좋겠다. 이곳은 어디를 가든지 포토존이다. 단, 벽화마을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위해 목소리를 낮추는 센스가 필요하다.   

# 익선동 한옥골목

조선시대 풍의 한옥이 좋지만, 인사동과 북촌한옥마을에는 질렸다면, 혹은 비교적 걷기 쉬운 한옥골목을 찾는다면 이곳으로 가보는 게 좋겠다. 한 시간 내외로 둘러볼 수 있을 정도로 길지 않은 골목길이지만, 제법 구성이 알차다. 현대와 근대가 섞인 듯한 독특한 분위기의 카페와 식당, 주점이 가득하며 곳곳의 잡화점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물건들을 판다. 사람 두세명 정도 지나다닐 수 있는 한옥과 한옥 사잇길은 걷기 좋은 평지다. 지난해 말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2019~2020 한국관광 100선’ 중 한 곳이다. 종로3가역 4번 출구로 나와 5분 정도 걸으면 익선동 초입이다.   

# 군산 근대 골목 여행 

미장동, 미룡동, 장미동… 군산에 유난히 쌀미(米)자가 들어간 동 이름이 많은 이유는 일제강점기 쌀을 실어 나르는 항구가 군산에 있었기 때문이다. 
일제강점기 시대상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고 싶다면 군산의 골목을 걸어보자. 군산 내항이 있는 장미동 ‘군산근대역사박물관’에서 출발해 구 군산세관 본관(전북기념물 87호), 구 조선은행 군산지점(등록문화재 374호)으로 이어지는 길이 유명하다. 또한 장미동에서 멀지 않은 신흥동에는 영화 ‘타짜’ ‘바람의 파이터’ 등의 촬영지인 ‘히로쓰 가옥’(등록문화재 183호)과 한석규·심은하 주연의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촬영지 ‘초원사진관’을 볼 수 있는 골목도 있다. 과거 종이를 실어 날랐던 철길을 따라 걸을 수 있는 군산 경암동 철길마을도 볼만하다. 이곳들은 모두 ‘군산 시간여행’이라는 이름으로 ‘한국관광 100선’에 지난해까지 3회 연속 선정됐다.    

# 부산 영도구 흰여울길 

역사민속학자 유승훈은 책 『여행자를 위한 도시 인문학 - 부산』에서 이렇게 표현한다. “영도구 영선동의 흰여울길은 사람 내음이 물씬 나는 바닷길이다. 흰여울문화마을을 통과하는 이 길을 걷다 보면 사람과 바다 사이가 결코 멀지 않음을 느끼게 된다.” 바다와 골목이 섞여서 한데 어우러지는 풍경을 감상하고 싶다면 흰여울길로 가자. 높은 축대 위에 다닥다닥 붙은 집들은 바다를 마주 보고 서 있고, 길을 따라가면 상자 같은 작은 집들, 좁은 골목, 층층계단, 바닷바람에 펄럭이는 빨래 등을 볼 수 있다. 영화 ‘변호인’의 세트장도 찾을 수 있다. 단, 이곳도 이화동 벽화마을과 마찬가지로 주거지이므로 지나친 소음은 자제해야겠다.      

# 대전 대흥동 문화거리

90년대 대전의 중심지를 체험하고 싶다면 대흥동이 제격이다. 대흥동은 대전의 원도심으로, 과거 대전의 중심이 유성과 둔산으로 옮겨가면서 낡은 구도심으로 전락했었다. 지금 대흥동은 마치 시간이 멈춰버리기라도 한 듯한 골목에 예술의 향기로 가득하다. 구도심이 된 후로 사글세가 저렴해져 예술가들이 대흥동으로 모여든 덕분이다. 낡은 건물 벽, 전기계량기 등 곳곳에 벽화가 그려져 있으며 그 사이로 세련된 식당과 카페들이 끼어있다. 중장년층에게는 추억을, 90년대를 경험해보지 못한 이들에게는 새로움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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